출간기념회
파란여우님의 <깐깐한 독서본능>(21세기북스, 2009) 출간기념회 관련기사가 떴기에 스크랩해놓는다. 지난 금요일 저녁 강의를 마치고 인사동 한정식집으로 향했는데, 나는 모임이 언론매체의 인터뷰도 겸하여 진행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기자들이 와 있을 줄은 몰랐다(서너 팀이 와 있었다). 덕분에 알라디너들만의 오붓한 정담을 나누는 자리가 되진 못했지만 파란여우님의 '파워'는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강의로 먹고 사는 나보다 말씀을 더 조리있게 하셨다). 그래도 제목은 '알라디너들의 저녁식사'라고 붙여둔다. 사실 알라디너들이 모여서 저녁을 먹은 자리이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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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09. 12. 01) 책 잠시 접고 수다…‘책’ 파워 블로거들의 밤
“파란여우님이 책을 냈다는데 와봐야죠. 누군가 제게 블로그에 올린 서평들을 모아 책을 내라기에, 제가 그랬어요. ‘파란여우님 정도라면 몰라도, 파란여우도 아닌데, 내가 왜?’” 낱말 하나하나 또박또박 발음하는 그는, 이야기꽃이 한창인 가운데 좀 늦게 합석한 ‘마녀’다.
지난 27일 밤 인사동의 한 밥집에 책읽기 ‘중독자’들이 모였다. 책에 탐닉하고, 책읽기를 통하여 세상과 소통하는 이들. 이름하여 책읽기의 고수들이요, 정작 본인들은 손사래를 치는 이름, ‘파워’ 블로거들이다. 하루 평균 1100명이 넘는 방문객을 거느린 ‘로쟈’를 비롯하여 온라인서점 알라딘 서재에서 마을을 이루어 거주하는 서재지기들이다.
자기주장 분명한 직장여성 휘모리, 출판사 편집자 아프락사스, 임용고시를 준비중이라는 멜기세덱, 자칭 백수 사회학 박사과정생 무화과나무, 전업주부 기억의집, 대학강사 로쟈, 그리고 포털사 직원인 마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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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건 책읽기 마을의 면장으로 불리는 파란여우 윤미화씨의 책 <깐깐한 독서본능>(21세기북스)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독서본능>은 파란여우의 방대한 독서 기록을 모은 책이다. 파란여우의 생업은 ‘영세 축산업자’다. 충남 홍성의 오두막에서 염소 30마리를 키우며 살고 있는 그는 스스로를 늦깎이 독서가라 했다. 마흔에 책을 읽기 시작하여 비로소 수전 손택과 마르케스, 조지 오웰과 이탁오, 박지원을 만났다고 했다. 5년 동안 그렇게 1000권의 책을 읽었다.
“주경야독이죠. 염소 치는 짬짬이 책을 읽고 또 읽었으니까요. 이른바 ‘안전빵’이라는 공무원 생활을 버리니까 자유를 얻은 대신 가난이 찾아왔어요. 생계를 위해 염소를 키웠고요. 2004년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게 이렇게 서평을 모은 책이 됐네요. 책을 통해 재밌게 놀고 싶었어요. 당시엔 서평이란 거 없었죠. 그렇죠? 로쟈님?”
(로쟈) “그렇죠. 2004년부터 독서 블로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지요.”
(기억의집)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두고 독서인생의 첫사랑이라 했잖아요. 그게 저랑 통했어요.”
(파란여우) “그래서 내가 그분과 연애한 줄 아는 분들도 있어요.”
(휘모리) “<깐깐한 독서본능> 리스트 그대로 직장인의 책읽기 목록이 될 것 같아요. 가벼운 책에서 무거운 책까지 다양하니까요.”
성별과 나이, 직업도 다양한 ‘책 중독자’들의 수다는 늦도록 계속됐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책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열정으로 이끄는 걸까.
“직장인으로 살다 보면 드라마 얘기를 할지언정 ‘무슨 책 읽었느냐’며 책으로 소통하긴 힘들 거든요. 정치적으로도, 제가 한 시민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그걸 소통할 공간은 많지 않은 거죠. 소비자이거나, 직장인인 나에게 정치적인 활동을 하거나 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온라인인 거죠.”(휘모리)
이들은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글을 올리고, 때론 ‘시국’발언을 하기도 한다. 정치사회 이슈를 많이 다루는 무화과나무는 요즘 인터넷 글쓰기 환경에 대해 조심스런 우려를 내비쳤다.
“푸코 식으로 말하면, 이명박 정부 들어서, 권력에 예속당하는 주체, 권력에 내면화되는 자발적 메커니즘이 네티즌 사이에 있는 듯해요. 올해 저작권법이 개정됐을 때 우리 책마을 주민끼리도 말이 많았어요. 권력이 포털사이트 자체를 문제 삼기도 했잖아요.”
이들에게 책읽기란 무엇인가. “책은 일종의 필수 조건이라 봐요. 다들 읽고 또 읽어야만 하지요.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저는 과거의 문자해독력 같은 거라고 봐요. 책에 대한 수다를 떠는 건 그렇게 독서능력을 갖춘 문화가 형성되면 좋겠단 바람 때문입니다. 그래야 또 당하지 않고 살 수 있겠죠. 좀더 민주적인 사회에서 살 수 있을 테고요.”(로쟈) (허미경 기자)
09. 11. 30.
P.S. 기사에서 졸지에 '마냐'님은 '마녀'님이 됐다. 기자가 닉네임을 잘못 알아들은 듯하다(담당기자께 수정하시도록 귀뜀했다). 그리고 파란여우님의 옆자리를 끝까지 지킨 딸기님이 기사에서는 빠졌다(빼달라고 하신 건가?). 참고로, 마지막 발언은 현장 멘트가 아니라 사후의 이메일 질의에 응답한 내용이 간추려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