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기간 동안 방콕했다. 명절에도 워낙 분주하지 않은 집이긴 했지만 이번 명절의 방콕 분위기는 이것 때문이었다.
(사진 펑!)
아아, 진정 3박 4일이 걸렸다.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해서 오늘 아침에 끝났다. 그 사이 시간 동안은 밥 먹고 주일 예배 드리고 어제 수영 한 번 다녀온 것 빼고는 모두 여기에 쏟았다. 어젯 밤에는 무려 입안이 헐어버렸다. 헐....;;;;
시작은 소박했다. 금요일 저녁 무렵에 집에 혼자 있었다. 언니는 나갔고 엄마는 목욕 가셨고,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서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 좋은 시간에 뭘 하며 시간을 보내지? 하다가 얼마 전에 원 어 데이에서 구입한 퍼즐이 생각났고 기분 좋게 판을 벌렸다. 사각 테두리를 다 맞추기도 전에 식구들이 모두 귀가했다. 눈총을 받으며 꿋꿋이 퍼즐을 맞췄는데 하다 보니 점점 오기가 생기는 거다. 그래서 식음을 전폐...하지는 않았지만 식음만 하면서 퍼즐에 몰두했다. 세계지도 퍼즐 맞출 때 온통 푸르기만 한 태평양과 대서양과 인도양에 토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세계지도의 난이도는 아주 쉬운 거였다. 일단 '한글'이 들어가 있지 않은가! 글자 덕분에 쉬웠던 거다. 그런데 클림트 그림의 저 무수한 가지들은....ㅜ.ㅜ 동글뱅이들이 내 머리와 눈을 빙글빙글 돌게 했다. 무엇보다도 그림 자체에 광택이 있어서 형광등 불빛을 번쩍번쩍 반사시켜서 나중엔 막 어지럽기까지....;;;;
엄마는 3박 4일 동안 간간이 훈수를 두시면서 모두 12개를 맞추는 기염을 토했고, 큰 조카가 두개, 작은 조카가 하나를 맞췄다. 다현 양이 맞춘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는데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게 놀라웠다. 그리고 가장 구박 많이 한 큰 언니는 하나도 못 맞췄다.ㅋㅋㅋ
날마다 조금씩 채워지는 걸 보면서 언니가 자꾸 묻는다.
-이거 내가 실수로 엎으면 어떻게 돼???
-응, 쫓겨나..-_-;;;;
혹시라도 정말 누군가 엎을까봐 사이사이 사진도 찍었다.ㅎㅎㅎ
어제는 퍼즐판을 상에서 내리고 다시 올리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밥도 신문지 깔고 먹었다. 엄마 먄!!
오늘 아침에 대망의 마지막 조각을 끼웠는데 하나가 비었다. (네번째 사진!) 어제 다현 양이 조각이 든 상자를 한 번 엎었는데 그때 조각이 다른 데로 떨어졌나 보다. 순간 앞이 캄캄! 완성의 희열을 맛보아야 하는데 완전 식겁했던 거다. 다행히 카펫을 들추니 그 아래서 나왔다. 찾아준 것 엄마 쵝오!
암튼... 정말 힘들게... 목에 디스크 오는 감각으로 완성했다. 심지어 가장 오랜 시간 앉아 있었던 토요일은 밤에 팔다리가 쑤셔서 잠이 안 올 정도였다. 미련스럽기는... 그치만 오래 벌려두고 할 수 없어서 최대한 빨리 해야 했다. 목표는 만 이틀 안에 끝내는 거였는데 꼬박 3박 4일이다. 그래도 맞추고 나니 근사해서 엄니는 세계지도 때는 택도 없었는데 안방에다 걸어도 좋다고 허락을 해주셨다.(가장 넓은 벽에 걸려 있던 예수님 그림이 다른 자리로 밀려나게 생겼다. ㅎㅎㅎ)
웃기게도, 이걸 완성하고 나니까 또 욕심이 나는 거다.
1000조각은 너무 벅차서 다음엔 500조각으로 가볼까 했는데 왼쪽의 두 그림은 아무래도 큰 그림이 더 멋질 것 같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포스터는 1000조각으로 어느 카페에서 본 것 같다. 그때도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멋져 보임...
엄마를 위해서 길 잃은 어린 양과 예수님은 어떨까 싶어 보관함에 넣어놨다. 하게 되면 역시나 내가 거의 다 하게 되겠지만 적어도 이 그림으로 하면 욕은 안 먹을 것 같아서리...ㅎㅎㅎ
보관함에 담아둔 그림이 더 있는데 지금 검색하려니 잘 안 보인다. 제조사가 내 생각보다 많아서 그런가 보다.
내친김에 내가 갖고 있는 사진을 퍼즐로 제작하는 것은 얼마인가 알아봤다. 1000조각은 거의 10만원 가까이 하고 2천 조각도 있던데 그건 18만원이나 했다. 세상에나... 2만원 짜리 가장 작은 것은 63조각이던가..(ㅡㅡ;;;) 그냥 패쓰~
사실 오래 전에 친구가 준 500조각짜리 풍경화가 하나 있는데 한 번도 맞추지 않은 거라서 조각이 다 있는지를 모르겠다. (친구가 자기 집에 있던 거 준거다.) 액자가 없으니 맞추려면 액자를 따로 구입해야 하는데 조각이 다 있는지 모르겠어서 좀 고민스럽다. 영 미심쩍으면 조각을 세어본 뒤 액자를 사야 할 듯. (500개니까 셀 만하다.)
오전에 뿌듯하게 퍼즐을 완성해 놓고, 코팅칠까지 한 뒤 우체국에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 나간 김에 (사실은 집에 손님이 와서 피신...) 근처 카페에 들렀다. 시크릿 가든 촬영지라고 열심히 광고하고 있는데 에스프레소에 아이스크림 넣은 그거... 뭐라고 부르더라? 암튼 그거랑 와플을 먹었다. 아이스크림을 넣어도 이렇게 쓴데 에스프레소 머신 안 받기를 잘 했다고 다시 생각. 박칼린의 그냥을 읽다가 내 뒤쪽의 흡연석 냄새가 너무 심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편의점에 들러 알라딘 택배를 찾는데, 내 상자 아래엔 울 언니 상자가 놓여 있었다. (자주 연출되는 상황..ㅋㅋ)
상자를 찾아 돌아와 보니 나란히 상자 두 개가 나를 또 기다린다. 오 마이 갓!
알라딘에 천사가 사는 걸까, 산타가 사는 걸까. 때 아닌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분!
입이 헤~벌어지면서 낮동안의 우울을 모두 씻어주었다. 조카들에게도 과자와 선물을 쥐어주면서 막 생색내고..ㅋㅋㅋ
따스한 옷은 바로 입고 인증샷 찍기!(여섯번째 사진. 엄니가 찍어주셨는데 표정이 완전 굳어 있다. 마더...흑흑...ㅜ.ㅜ)
나는야 이렇게 선물도 받는 여인네.
저녁은 오리 고기가 섞인 볶음밥을 먹었는데 기름진 것을 먹었으니 허브티 한 잔!
사진은 내가 모으지 못했던 카푸치노 컵이다. 무려 '경매'라는 과정을 거쳐서 내 손에 쥐어준 미녀 알라디너에게 감사를!
아직은 입김 호호 불어야 하는 추운 계절이건만 참 좋은 지기님들 덕에 마음이 훈훈하다. 발그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