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아무도 없다고 서운해하는 모습이 외로움이라면 고독은 침묵 속에서 더 근원적인 실체를 헤아리는 고차원적인 홀로 있음인 것 같습니다. 고독은 철학적인 추구, 외로움은 유아적인 욕망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 P55
베네딕다 수녀님께서 몇 가지를 물어보셨어요. "만약에 자매가 수도자의 삶을 산다면 어떤 수녀가 되리라 상상하는가?"라고요. "수도 생활을 한다면 현실도피적이거나 부정적인 요소를 전파하는 수녀상이 아니라, 제가 받은 글 쓰는 재능을 이용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수도 생활의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고 답했어요. 큰 뜻을 담고 한 말은 아니에요. - P121
그 지원자가 그 수녀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살면서 변화할 수 있지만, 첫 마음과 첫 노력 또한 중요하다는 의미지요. 수도 생활은 이성적인 똑똑함보다는 신심에 따라 좌우되는 것 같아요. 수도원을 쉽게 떠나는 이들의 성향을 보면 안 갖춘 게 없이 똑똑한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해석하는 방향이 신앙 안에서 풀기보다 옳고 그른 것을 가리면서 스스로 못 견디고 떠납니다. 지식의 문제가 아니죠. - P164
‘판단 보류의 영성‘은 제가 종교학에서 배운 이론입니다. ‘판단은 보류하고 사랑은 빨리하라.‘ 함부로 남을 평가하지 말라는 말이죠.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보는 거예요. - P218
하느님께 몰두하기 위해서 세속의 것을 멀리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 멀리함이 단절이 아니라, 멀리하면서도 그 안에 우주를 품는 거예요. - P249
사랑에는 희생이 따르는 것 같아요. 내 시간을 내서, 하고 싶은 것을 미루고 나누는 그것이 사랑이고 구원이지, 둘레를 쳐서 필요할 때 적당히 나누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 P267
우리는 단지, 사랑하려는 노력을 하다가 떠나는 사랑의 순례자입니다. 사랑에 대해 너무 말을 많이 했는데요. 그럼에도 진짜 사랑은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랑 공부가 필요합니다. 사랑의 기술, 우정의 기술은 인내하고 배려하고 겸손함으로써 닦아지는 기술인 것 같아요. 전문가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것을 알아야 합니까? 그처럼 우리가 가톨릭 수도원에서 잘 쓰는 말로 "존재는 죽을 때까지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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