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에게 단순한 면이 있어서 그런지, 스스로를 이해할수록 생활을 더 단순하게 만들어가게 된다. 물론, 단순한 생활을 선호한다고 해서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복잡한 부분을 건드리는 공부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성향은 아니고, 정확히는 번잡한 것을 싫어하는 성격에 가까운 것 같다. 나는 서재뿐만 아니라 삶도,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만 단순하고 효율적으로 채워져있기를 원한다.
이러한 나는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도 넓게 만들지 않는다. 물론, 사회적인 책임과 역할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과 알고 지낼 수밖에 없지만, 사적으로 내가 먼저 연락하는 인간관계는 부모님을 제외하면 3명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가깝게 지낸 친구, 오랜 대학원 과정에 동고동락한 선배, 나를 이해해주고 믿어주시는 지도교수님. 이번 주간에는 이 중에 둘을 만나서 식사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올해 사적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벌써 다 해버린 느낌이다. 내가 사적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일년에 한두 번인데, 이번 주에 만남을 가진 것이 올해의 처음이면서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사적으로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고 해서,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최근 몇 년간 내가 머물렀던 장소를 떠올려 보면, 5군데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집, 성당, 학교, 도서관, 수영장. 이 장소들은 모두 내가 꾸준하게 머무르는 일상의 공간이며, 이 외에 다른 어딘가에 방문하는 것은 나에게 여행이나 휴식이 아니라 일로 느껴진다. 이 각각의 장소에 내가 머무르는 시간은 규칙적으로 정해져 있으며, 유일하게 동적인 공간인 수영장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정적인 공간이다.
이와 같은 생활에서 신앙은 나의 가치관이자 세계관으로서 삶의 바탕으로 존재한다고 보면, SNS를 하지도 않고 TV를 시청하지도 않으며 게임을 하지도 않는 나의 삶을 채우는 활동은 단 두 가지이다. 공부와 수영. 매일 반복되는 이 두 가지로 나의 삶은 충족되며, 이 두 가지는 그 배움에 있어서 끝이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내가 평생을 들여서 정말 잘하고 싶은 두 가지이다. 단순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더디지만 하루하루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
자유형을 잘 뜯어보면 어느 몸동작 하나라도 밸런스가 무너지면 몸이 무거워져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된다. 오른팔과 왼팔은 물을 잡으며 상체를 앞으로 밀어 줘야 하고, 머리와 상체는 흔들림 없이 버텨 내며 오랜 레이스를 위한 호흡을 책임져야 한다. 또한 제2의 추진력이 되어 주는 발차기를 통해 적당한 무게감으로 물을 눌러 줘야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을 얻게 된다. 이렇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하나가 더하거나 덜하지 않는 균형감이 있어야 ‘잘‘ 나아갈 수 있는 게 수영이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나와 주위 사람들, 나의 커리어 등 나를 포함한 주위 모든 것의 균형을 잘 잡아야 허우적대지 않는 게 아닐까.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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