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다! 피클 PICKLE
김수경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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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이라고는 피자를 먹을 때 딸려나오는 짠 반찬 같은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음식점에서 정말 맛있는 채소 피클을 먹어본 후로 나도 집에서 이렇게 만들어먹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리라고 할 것 까지도 없이 피클주스, 그러니까 물과 설탕, 식초의 비율을 맞춰 넣고 기호에 따라 허브나 후추, 소금, 설탕 등을 잘 배합해 만들어서 그냥 부어주면 끝인것이 피클을 담는 방법이다. 처음엔 책에 나온 대로 비율을 맞추고 정량대로 하다가 단맛을 선호할지, 아니면 조금 짠 맛이나 새콤함을 더 느끼게 할 것인지에 따라 양을 조절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 이제는 그냥 대충 막 섞어서 만들어버리곤 한다. 그만큼 대충 만들어도 먹을만한 식감을 주는 것이 피클인 것이다. - 물론 아주 맛있는 피클이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피클을 좋아해서 이 책을 보자마자 당장 할 수 있는 피클을 찾아 만들고 싶어졌다. 사실 바빠서 당장 뭔가를 만들 시간이 나지는 않아서 책에 실려있는 사진을 보면서 침샘만 자극하고 있었지만.

 

양파, 무, 당근, 오이, 콜라비... 이 정도는 생각했었지만 단감이나 수박의 초록색 속 부분으로도 피클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좀 놀라웠다. 특히 수박 속으로는 김치를 해 먹는다는 얘기에 어떤 맛일까 싶었는데 왠지 피클을 만들어 먹으면 아삭한 식감에 꽤 맛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 이번 여름에 꼭 만들어봐야겠다. 수박을 좋아해서 여름만 되면 몇통씩 사다놓고 식사처럼, 물 마시듯 먹어대곤 하는데, 수박 피클을 만들면 음식물 쓰레기도 줄어들고 여름철 입맛 돋우는 상콤한 피클도 만들어 먹고. 뭔가 대단한 발견을 한 듯 설레임이 느껴진다.

 

이 책의 앞부분에는 맛있는 피클을 위한 준비, 라고 해서 "상큼한 맛을 강조하고 싶다면 과일 식초, 매운맛이 들어가길 원한다면 통후추, 각자의 입맛에 맞게 식초, 소금, 설탕 향신료, 허브 등을 조합하여 신선하고 풍부한 맛의 피클을 만들어 보자"라고 설명되어 있다. 몇번 만들어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과일 식초를 사용하면 상큼한 맛이 강조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요리에는 문외한인 내게 식초는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이었는데 지난번에 마늘 장아찌를 만들때 식초의 종류까지 골라서 얘기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맛있다! 피클]에는 간략하긴 하지만 피클의 용기 관리나 피클을 보관하는 법 등의 기본적인 내용도 설명되어 있고, 무엇보다 백여가지의 피클이 사진과 함께 실려있어 피클을 좋아한다면 분명 맘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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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습니다 - 연꽃 빌라 이야기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2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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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미 평생 할 분량의 일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하기 싫은 일도 불합리한 일도 전부 다 참으면서요. 그만큼 월급이 많았기 때문에 참을 수 있는 한 참고, 돈을 모아서 그만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일을 할 마음은 더 이상 없습니다"(97)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자신 스스로의 결정에 자신감을 갖고 "일하지 않습니다" 라고 당당히 이야기 하는 교코가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처음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을 때, 이 책의 제목이 정확히 '일하지 않습니다'인지 '일하지 않겠습니다'인지 헷갈려했었는데 이제는 정확하게 알겠다.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교코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연꽃 빌라'에 살면서 겪는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화자는 대형 광고 회사에 근무하다 위에 언급한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오래되어 조금 센 지진이 있을 때마다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할만큼 낡은 연꽃빌라에 세들어 살게 된 교코이다. 연꽃 빌라에는 시시콜콜 간섭하는 할머니들과는 달리 적당한 관심과 무관심을 보일 줄 아는 구마가이 씨, 집에 살기보다는 여행을 떠나 있는 시간이 더 많은 여행자 고나쓰 씨가 살고 있다.

그리고 너무 낡아 더이상 세입자는 받지 않을 예정이었는데 어느 날 새로운 이웃이 생기게 되는데, 이사를 하는 첫날부터 젊은 아가씨가 리어카를 끌고 온다. 새로 이사 오는 키 크고 늘씬한 모델 인상의 지유키 씨는 생김새와는 전혀 다르게 털털한 모습으로 별다른 가구도 없이 소박한 이삿짐을 친구 리어카를 빌려 직접 옮겨온 것이다.

네 명의 여자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별다른 커다란 사건없이 소소하게 이어지고 있는데, 이 이야기들이 의외로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다. 아마 나 역시 나이를 먹으면서 행복이란 것이 특별한 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소소한 일상에서 자연과 벗하며 산책을 하고, 자수놓기 같은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하며 이웃들과 담소를 나누는 것임을 깨닫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연꽃 빌라의 낡은 모습이 어떠할지 상상하기는 조금 힘들지만, 이제 조금씩 오래된 집 티를 내고 있는 우리 집의 모습에서 연꽃 빌라를 떠올려본다. 수도가 누수되고, 전기가 깜빡거려 내부 전기를 점검해봐야 하고, 비가 오면 빗물이 새어드는 곳이 없는지 조금은 불안에 떨면서 지켜보기도 해야하고, 하얀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는 구석구석을 깨끗이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왠지 깔끔하고 깨끗이 정리된 아파트보다는 낡고 오래되어 먼지가 내려앉아 있는 지금의 우리집이 더 좋다. 지유키 씨가 좋은 집을 세 주고 연꽃 빌라에 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은, 상상하는 그대로보다는 가끔은 반전이 있는 쪽이 훨씬 재미있다"(54)는 교코의 이야기에 들어맞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내일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해결해야 하는 일의 순서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이 행복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사실은 누군가에게 재촉당하거나 뭔가에 쫓기거나 하는 생활은 아니라는 것"(55)에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다.

소소한 일상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야기속에서 스며드는 듯한 행복이 보이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연꽃 빌라에 살며 일하지 않는 교코는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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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싫은데.
그냥 이렇게 연꽃빌라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안될라나...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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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랑스러운 책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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