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갈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3
사쿠라기 시노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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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의 애인과 결혼했다"...라니.

응? 이거 그냥 말하면 '엄마의 애인'이지만 결혼제도에 얽매여있는 나의 사고방식으로 생각해보자면 새아버지와 결혼했다는 그런 이야기 아닌가? 도대체 어떻게 그런.

책을 읽기 전부터 내게는 '관능과 서스펜스'라는 글이 다가왔고 '문학적 절창'이라는 광고문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사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약간은 두려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었다. - 그래, 사실 책을 읽은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만큼 오래 전에 다 읽고, 이미 읽은 책을 쌓아둔 책탑 구석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내가 어떤 감상이었는지 생각해보려고 하니 도무지 그 독특했던 감흥이 떠오르지를 않는다. 하아, 이렇게 또 책을 다시 펼쳐 읽어야하나?... 생각하니 괜히 바쁜 연말에 쓸쓸해져버린다.

아니, 그래. 어쩌면 유리 갈대를 읽은 내 마음이 바로 그런 것 아니었을까?

 

유리 갈대는 러브호텔 사장의 부인인 삼십세 고다 세스코의 사체 발견으로 이야기의 서장을 열고 있다. 사체의 발견 상태로는 휘발유를 뒤집어쓰고 불을 붙인 것 같다,는 소견이며 고다 세스코는 알만한 사람들에게 엄마의 애인을 꿰차고 호텔 사장 안주인 노릇을 하며 젊은 남자를 애인으로 두고 있다고 알려져있다.

 

그리고 시점은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고다 세스코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러브호텔 사장의 부인이며, 거의 아버지뻘인 남자 그것도 엄마의 애인이라 알려진 남자의 세번째 부인이기에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지만 그녀는 개의치않는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단가를 지으며 돈많은 한량 부인의 역할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흔히 격조있고 품위있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알려져있는 단가모임에서 그녀는 어쩌면 이질적인 사람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그 모임에는 세스코와 대척점을 이루듯 단란한 가정의 현모양처 스타일인 미치코가 있다. 항상 얌전한 딸 마유미를 데리고 모임에 참가하는 미치코의 단가는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생활의 단가를 짓는 에프엠 같은 유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대조되는 겉모습과 실제 가정 생활의 모습에 대한 대비, 세스코가 현상 유지를 하는 사랑과 가정, 그녀의 환경... 이 모든 것들이 관계속에서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이야기를 읽다보면 왠지 세상의 사랑이 모두 외롭고 쓸쓸하고 어둡기까지 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데 결코 그 모습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려하지 않는다.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야기의 마지막에 허를 찌르는 결론은 - 물론 그조차 어떤 판단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저 그들의 모습을 그려낸 것 뿐이지만, 책을 덮을즈음에는 뭔가 다른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그러고보니 그저 씁쓸한 현실 세계의 모습을 그려낸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던 유리갈대가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남아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내어 다시 읽어보면, 또 다른 시간과 경험이 쌓인 후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때는 또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 궁금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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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3 14: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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