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트렌드를 읽는 즐거움 - 김봉석의 일본 문화 퍼즐 48
김봉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컬처 트렌드를 읽는 ''즐거움''이란 제목을 봤을 때 그리 무겁지만은 않은 신나는 책, 일 것이라는 상상을 했다. 만화와 애니,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 속에서 아주 잘 알고 있는 몇가지와 내용파악 정도는 하고 있는 작품들도 많이 있고, 또 전혀 들어보지 못한 것이라해도 이 책을 읽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말 그대로 신나게 책을 펴들었다.
일본 문화에 푹 젖어 살지는 않지만 내 주위의 사람들에 비해서는 지나치게 애니메이션에 빠져있고 만화를 거쳐 노래와 영화, 이제는 심지어 드라마에까지 그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으니 이 책은 정말 신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소화하는데 별 무리없으리라는 오만에 빠지게 한 것이다.

그런데 ''즐거움''이라고 해서 가볍게 술렁술렁 지나쳐버릴 수 있다는 뜻이었겠는가.
이미 알고 있는 작품들, 몇번을 다시 봤던 작품들을 되새기게 만들어버리고, 말로만 들었던 작품들이나 전혀 생소한 작품조차 꼭 구해서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어버린 이 책은 들떠서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어쩌면 이 책은 내게 ''일본 문화 퍼즐''을 맞추는 즐거움을 준 책에 더 가까울지도....


"대중문화라는 것은 우선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서 뭔가 인생의 의미를 더 얻는다면 좋겠지만, 그저 ''시간 죽이기''에만 성공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근대의 대중문화란 일상의 노동으로 피곤해진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수단으로 시작되었다. 대중문화의 그러한 기능을, 나는 사랑한다. 아니 즐긴다....... 나는 비평이란 것이 문화상품과 대중 간의 소통을 돕는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즐거움의 정체를 알려주는 것"(저자 서문)

저자의 이야기처럼 나는 즐기면서, 아니 즐길 수 있었기에 더 일본문화에 빠져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느낀것이지만 우리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차원과는 달리 일본문화에는 (물론 일본문화 전반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그 영역을 넓히며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 왠지모를 당혹감을 느끼게도 했다.
''나는 왜 일본 문화에 더 빠져들고 있는것일까''
그것은 저자의 말을 통하지 않더라도 나 스스로도 느낄 수 있는 이유를 들 수 있다. 일본의 문화가 나타내고 있는 그 다양함과 그것이 매니아적 성향의 비주류이지만 충분히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과 형태를 담고 있기때문이리라.

저자는 그저 ''시간 죽이기''에만 성공해도 충분하다고 말했지만, 즐거움 속에 분명 ''순간의 쾌락이나 자기만족적''인 것만 들어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이 책을 손에 붙들고 열심히 읽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면 너무 재미없게 되나?
문화상품과 대중과의 소통을 돕는 그 무엇, 은 아주 많을 것이고 특히 일본문화에 대한 것은 더 많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이 책은 내가 소통하는데 90%이상의 도움을 주었다고 확신한다.

때때로 그들의 잔혹함과 이해할 수 없는 삶의 태도에 흠칫 놀라기도 하지만 애써 그것을 이해하려 하거나 모른척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은 왜 즐거움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라는 자괴감도 갖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너무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푹 젖어들어 있는 우리 문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문화는 즐거움이고 삶이고 소통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그것이 우리의 것이어야 한다거나 너의 것이라고 구분지어야 하는 것은 아닐것이다.

일본 문화의 퍼즐을 맞춰보고, 그 퍼즐이 우리 문화의 퍼즐과 어찌 연결되고, 같이 어울리게 짜맞출 수 있는지 해보는 즐거움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새롭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 이 책은 만화, 애니, 영화의 부분으로 나뉘어있지만 부록으로 문학과 드라마에 대한 언급도 하고 있어 전반적인 일본의 대중문화에 대해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물론 일본의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겠지만, 나처럼 편중되거나 일부분만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일본의 문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를 할 수 있고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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