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의 역사 북멘토 그래픽노블 톡 1
리쿤우 지음, 김택규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다 읽고나니 원제가 눈에 띈다. 상흔.傷痕

상흔,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이 이야기는 저자 리쿤우가 잠시 쉬는 기분으로 골동품 시장을 둘러보며 구경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그림에서 시작된다. 골동품 가게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 그림은 일본인의 관점에서 청일전쟁을 그린 그림이었고 리가 그 그림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골동품 가게 주인은 자신의 스승이 더 진귀한 사진 자료를 많이 갖고 있다며 그를 빈민가의 한 노인에게 데리고 간다. 그 노인은 그 사진들을 수집하기 위해 전 재산을 탕진하다시피 했고, 사진첩을 직접 갖고 나오지 못하는 리는 자신의 카메라로 그 사진들을 다시 찍어 일본어를 아는 제자에게 자료 정리를 부탁하게 된다.

 

전쟁, 이라는 것에 대해 옛 사진 자료들이라고만 생각을 하고 있던 내게는 책에 그대로 실려있는 사진 자료들이 낯설면서도 낯익은 풍경의 느낌이었다. 일본이 일으킨 전쟁의 현장은 중국에도 있었지만 우리와도 상관없는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포로로 잡힌 군인들, 스파이로 잡힌 자매, 중국인 무명용사의 무덤에 절을 하고 있는 일본군인, 만리장성도 접수해버리고 벼가 자라는 논에서 수확하는 모습, 산오리를 잡고 웃거나 말을 타고 좋아하는듯한 일본군인들의 모습은... 포격의 파편이 널려있는 전장에서 총을 겨누며 포복하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이나 전투의 장면들만큼 더 강렬한 전쟁의 느낌을 갖게 한다.

그들이 점령한 곳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 전투에 가담한 군인이든 그렇지 않은 민간인이든 모두가 고통스럽고 치욕적인 공포의 시간을 보내야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것 역시 한걸음 떨어져 바라본 전쟁의 모습이고 역사의 한 장면이었을뿐이었다. 리 부부와 제자부부가 사진자료를 보다가 어느 한 사진을 발견한 순간부터 그들에게는 역사의 한 장면이 곧 가족의 역사가 되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1938년, 전투지역도 아닌 민간의 한 마을에 공습경보가 울리고 곧바로 폭탄이 떨어진다. 그 포격장면의 사진을 본 순간 리는 폭격이 있었던 그 시간 쿤밍이라는 마을에 살고 있던 장인어른을 떠올린다. 그의 장인은 당시 그 폭격으로 인해 가족을 잃고 다리까지 잃었으며 그의 삶은 그 이후로 아주 많은 것이 변하게 된 것이다.

 

"1998년 쿤밍 폭격 60주년 기념일에 신문 기자였던 나는 장인 어른께 인터뷰를 요청했지. 하지만 처음에는 거절하시더군.

옛날 생각을 하면 너무 괴롭다고 하시더군. 또한 중국 국민도, 일본 국민도 다 피해자이고 전부 지나간 일이라고도 하셨지. 그때 나는 이렇게 설득했어. 우리가 폭로하고 고발해야 할 것은 일본 제국주의이며 우리에게는 후세 사람들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밝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의무가 있다고 말이야.

기사가 나간 뒤에는 또 그러시더군. 마음속의 큰 돌멩이를 내려놓은 것처럼 홀가분하다고 말이야. 나한테 계속 고맙다고 하셨어."

 

이미 지나간 과거를 들춰보며 치욕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이 마음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어느날 갑자기 떨어진 포탄에 일상의 모든 것이 파괴되어버린 누군가에게 과거의 이야기는 고통과 괴로움만 가득한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리의 이야기처럼 '역사에 대한 기억은 현실을 향한 응시이자 미래를 향한 전망'이기에 괴롭더라도 꺼내야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리와 그 제자가 주고받는 이야기에서, 전쟁에서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이익과 전혀 상관없이 고통을 당한 이들의 괴로움과 슬픔, 억울함은 어쩌면 우리와 그리 똑같은 느낌이 드는지!

 

"변호사가 그러는데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 때, 중국이 일본의 전쟁 배상금을 면제해 줬다더군.

왜죠?

모르겠어. 중일 간 우호관계를 위해서였다더군.

너무 불공평해요! 1895년 일본은 청나라 정부를 격파한 뒤, 은 2억 냥을 배상금으로 받은 것도 모자라 타이완과 랴오둥까지 요구했다고요. 그런데 자기들은 한 푼도 내지 않다니!"

 

굳이 장황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우리 역시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과거의 역사는 지금도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고 전혀 위로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우리는 역사를 이야기해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슬프고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귀향'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어야하는 이유도 그중 하나가 되겠지.

상황이 바뀐것은 없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기사로 나간 후 마음의 큰 돌멩이를 내려놓은 것처럼 홀가분하다는 리의 장인어른처럼 역사속에 무참히 희생되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고통과 괴로움속에 살아가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뿐 아니라 다른 모든이들에게도 작은 위로를 받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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