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을지라도 패배하지 않기 위하여 - 원재훈 독서고백
원재훈 지음 / 비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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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당할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나는 이 글이 어디에서 튀어나온 말인지 전혀 짐작하지조차 못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제목으로도 응용되어 쓰인 패배가 없다는 말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온 말이다. 청새치를 잡고 고군분투하며 끝내 빈 껍데기만 달고 왔을 때 노인의 그 처절한.

아니, 이 책을 읽고난 후 그 느낌을 쓰고 있는 중이었는데 왜 문장이 여기서 갑자기 뚝 끊기고 내가 뭘 쓰려했는지 기억나지 않는걸까. 책을 읽은지 이미 한달은 지난 느낌이다. - 실제로 한달쯤 되어가고 있는거 아닌가? 하아. 아무튼.

노인과 바다에 나온 저 문장 하나만으로도 어떤 느낌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그 문장에 대한 느낌이 아니라 이 책 [상처받을지라도 패배하지 않기 위하여]의 느낌이 어떠냐 하는 것이기에 내가 쓰려고 했던 문장에 연연해하지 않기로 했다. 아마 책 제목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을 하려고 꺼낸 이야기였겠지 뭐.

 

이 책을 다시 펼쳐들면 많은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겠지만 그러지 않기로 한다. 책의 첫머리에 저자는 자신의 책을 읽다가 말고 자신이 언급한 그 책을 읽기 위해 바로 서점으로 달려간다면 - 사실 나는 이미 갖고 있으면서도 읽지 않은 책들도 많아서 잠시 책을 덮어두고 그 책을 찾기 시작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겠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한다면 그것으로 자신의 이야기는 다 한 것이라고 했으니, 정말 나는 그런 마음이었다 라는 것으로 이 책을 읽은 느낌을 마무리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왠지 영혼없는 대답인 것 같아서 구차하게 덧붙인다면 이 책은 저자의 독서고백을 담담히 담고 있다는 것에서 그 값어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책에 대한 분석이 거창하게 들어있는 것도 아니고 심도깊은 서평이 담겨있다는 느낌도 그리 크지 않지만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이야기로 책을 읽어나가고 있다는 느낌은 정말 좋았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 - 사실 고전은 읽었다기보다는 그 내용을 알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기에 - 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읽은 책에 대해서는 더욱 공감할 수 있었고 새로운 감상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큰 것은 책 제목만 듣고 어떤 내용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었는데 저자의 글을 읽고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책은 그 뒷이야기를 미리 알게 되는 것이 싫어서 저자의 글을 반쯤 읽다가 뒤로 넘겨버리기도 했다. 아, 이 책은 내가 다 읽고 난 후 저자의 글을 다시 읽어야겠어, 라는 마음으로.

 

그러니까 앞서 짧게 말한것처럼 저자의 작은 바람대로 나는 책을 읽다말고 그가 언급하고 있는 책을 읽기 위해 - 물론 서점으로 달려간 것은 아니지만 그 책을 찾아내어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으니 그것으로 이 책은 그 소명을 완수한 것이 아닐까.

뭐 꼭 그것만은 아니다. 좀 쌩뚱맞기는 하지만, 세르반테스의 이야기에서 그가 쓴 돈키호테를 꼭 읽어야겠다는 결심 이면에 한편으로는 노예로 잡힌 그가 성삼위일체수도회의 도움으로 무사귀환을 하고 그 에피소드가 돈키호테에도 실려있다는 말에 더 혹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 것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산재해있는 것도 이 책을 읽은 재미의 하나이다.

아직 책읽기의 즐거움을 잘 못느끼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이라면 조금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점차 책읽기의 즐거움에 빠져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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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4 15: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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