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시공 RSC 셰익스피어 선집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여석기.여건종 옮김 / 시공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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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책을 읽으면서야 비로소 내가 햄릿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물론 요약 정리하여 이야기로 서술된 문고판 도서로는 읽어봤지만 희곡작품으로는 읽어보지 못했다. 리어왕이나 맥베스를 읽으면서 비로소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희곡으로 읽어야 그 작품의 맛을 조금 더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굳이 햄릿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갑자기 '죽음'에 대한 대사가 궁금해지면서 읽어보고 싶어진 것이다.

이야기의 줄거리야 모두가 다 아는 것이지만 새삼 햄릿의 우유부단함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생각이 많아서 검증을 하고 의심하고 다시 검증을 해보는 성격이지만 확신을 갖게 되면 망설이지 않는데, 모든 비극적인 사건은 그로 인해 일어나게 된다. 오필리아의 광기와 죽음에 대해서도 햄릿은 크게 자책하고 있지는 않는것처럼 느껴진다. 아니, 그게 아닌가?

평소 내 성격이 돈끼호테보다는 햄릿에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이리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되새기고 싶은 대사들이 많았는데, 굳이 책을 다시 뒤적이고 싶지는 않다. 전체 작품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서 책의 뒤에 실려있는 장면별 분석도 대충 읽고 말았다. 어떤 측면에서 보자면 이 책의 진수는 바로 '부록'처럼 실려있는 글일텐데 나는 오히려 그 진수를 술렁거리며 읽었으니 별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그래도 작품소개와 텍스트에 대한 글, RSC 판본의 의미와 공연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한 해석과 원본에 대한 글의 정리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들어가보게 된다. 특히 그의 작품을 공연으로 본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고보니 햄릿을 희곡작품으로 읽은 것도 처음이지만 아직 햄릿의 극 공연을 본적이 없네. 이 책을 읽고 있으려니 기회가 된다면 꼭 작품공연을 보고 싶어진다.

"<햄릿>은 세계 역사상 제일 유명한 극이지만, 똑같은 공연은 하나도 없다. 해석이나 무대 위의 동작은 물론 텍스트 차원에서도 연출가는 오랜 귀 익은 낱말 하나하나를 다시 고쳐서 셰익스피어를 새로운 시대의 요청에 답하게끔 한다"는 조너선 베이트의 말은 더더욱 햄릿의 공연을 보고 싶게 만들고 있다.

햄릿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읽으면서 그에 빠져들기보다는 아직은 셰익스피어의 햄릿 희곡을 더 읽어보고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햄릿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지금 현재의 내 마음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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