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나고 난 who
꼬마비 지음 / 애니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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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한동안 이에 모두 꿈일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하도 꿈을 많이 꾸니까, 이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꿈인지 알 수 없어진 걸 거라고,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현실에서 당신은 말을 잃지 않은 것일지도 몰랐다. 내가 꿈에서 깨기만 하면 다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꿈에서 깨어나는 것일까. 내 꿈의 바깥에서 당신이 새벽같이 출근하고, 그 다음 새벽에 돌아오는 일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일까. 나는 죄스럽게도, 발칙하게도 가끔씩 두려웠다. 나는 꿈의 이쪽에서 꿈의 저쪽에 있을지 모르는 당신을 위해 매일 그래왔듯 기도했다. 당신에게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당신이 오늘도 무사히 집에 돌아오기를" (폴링 인 폴, 229)

 

꼬마비의 '자꾸만꿈만꾸자'를 읽고 난 후 백수린의 '꽃 피는 밤이 오면'을 읽으니 나의 현실은 어떠한지,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는 애매한 의식의 경계선 어딘가에서 갑자기, 오늘이 월요일이면 지금 일어나서 출근준비해야하는데 난 지금 뭐하고 있지? 라는 불안감이 엄습해 두려움에 떨며 잠에서 깨어났다. 아니, 꿈인지 현실인지 모른다고 했으니 잠에서 깨어났다는 말은 틀린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나를 일어나게 한 그 생각이 꿈인지 무의식적으로 잠에서 깨어 내 의식에서 나온 생각인지 모르겠는것이다.

꼬마비의 이야기에서 여자는 현실과 꿈의 교차점에서 꿈속을 택한다. 백수린의 이야기에서 그녀는 고통스럽지만 현실을 드러내고 받아들이는 삶을 택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아니, 이렇게 단적으로 구분지어 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아니지만 두 이야기의 대비처럼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 안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를 생각해보게 되는데 두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나는 나 자신의 불안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러고보면 이 모든 것이 다 아이러니같지 않은가.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일까,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현실의 고통이 견디기 힘들어지게 된 것일까. 자꾸만꿈만꾸자,에서 현실과 반대되는 꿈속의 생활을 현실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그 어느곳도 완벽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지는 못한다. 그러함에도 그녀가 선택한 세상은 꿈속의 세상이다. 아니, 그녀에게는 그것이 행복이라고 했다.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누군가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망. 남과의 비교라면 모를까 스스로의 삶이 비교되는 삶. 꿈과 현실의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선택하고 싶어요. 영원히 깨어있거나 영원히 잠들면 어떻게 될까요? 죽는다는 것이 곧 또 다른 나를 죽이는 일이 될 지라도..."(연극이 끝나고 난 who, 74)

 

그런데 나는 잘 모르겠다. 두 작가의 단편집에 실려있는 두 개의 각기 다른 단편은 서로 교차되면서 비슷하게 느껴지면서도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데 왜 나는 자꾸만 두 이야기를 같이 떠올리고 있는 걸까.

어쩌면 지금 나의 현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많은 것들이 떠오를수밖에 없고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과 피하지 말아야하는 현실이 겹쳐지면서 괜히 생각만 많아져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선택이 무엇이든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도 그와 그녀처럼 수영을 익혀야 할지도 모르겠다. 물살을 헤치기 위해 두 팔에 힘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 (폴링 인 폴 248)

 

 

* 꼬마비의 연극이 끝나고 난 who에 수록된 <자꾸만꿈만꾸자>와 백수린의 폴링 인 폴에 수록된 <꽃 피는 밤이 오면>을 읽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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