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술래
김선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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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래.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어디어디 숨었니?

엉뚱하게도 나는 '술래'라는 단어에서 어린 시절의 상처를 떠올린다. 어리버리 말도 잘 못하는데다가 내성적이라 다른 사람에게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하던 어린 꼬맹이 시절,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논다는 것은 정말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모두가 우르르 몰려다닐 때 막내를 챙겨야 할 오래비는 또래의 아이들보다 훨씬 빨랐고, 나는 또래의 아이들보다 훨씬 느려터져서 결국 나는 혼자 남게 되었는데, 그래서였는지 나는 혼자 노는 것이 제일 재미있는 것이라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사람들은 알까. 삶은 그저 바람처럼, 피부 위를 지나가며 서늘했다 따뜻하기를 반복하다가 종내는 소멸해버린다는 걸 말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아무도 없이, 아무것도 없이 오로지 혼자서, 댑분의 삶을 지나왔다. 혼자라는 사실이 너무나 익숙한 평생이었다."(59)

 

술래,는 나와는 달리 그냥 혼자인 아이였다. 어릴 적 집을 나갔다가 2년만에 아빠를 찾아 집으로 돌아온 열살 소녀.

물론 이것이 술래의 전부는 아니지만 술래에 대한 설명을 한다면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할지를 그대로 드러내보이는 것 같아서 더 이상 술래를 꺼낼수가 없다. 술래는 말 그대로 술래,니까.

이 책을 가볍게 읽으려고 한다면 한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겠지만 무겁게 읽으려고 해도 역시 지독하게 무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우리 주위의 수많은 사건들을 떠올리게 하고 있고 그 사건들의 연상은 우리의 씁쓸한 현대사를 떠올리며 우울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떠올리지 않아도 이야기는 읽을 수 있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은 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어제까지 있던 가게가 하룻밤 만에 없어지고, 불과 이십 초 만에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하루아침에 다리가 붕괴되는 것을 보았다. 사라지는 건 언제나 찰나였다. 사라지는 것들이 늘어날 때마다 너무 오래 걷고 잇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뛰기 시작했다. 언제 어떻게 멈춰야 할지 몰라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다리가 꼬여 땅바닥에 뒹굴 때까지, 무작정 뛰었다. 그 사이에 알게 된 게 있다면 삶은 절대로 단 한 발자국도 건너뛸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견디듯 걷거나 달려야 했다. 그걸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죽음뿐이었다."(136)

 

절대로 건너 뛸 수 없는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동안 견디듯 걷거나 달려야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것임을, 그 모든 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죽음뿐이니 나 역시 어느 방향으로든 가야한다. 앞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함께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나는 나 혼자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심코 책을 읽어나가다 술래가 왜 술래인지 문득 느껴지는 것이 있어서 마음이 무거져버렸다.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주위에 존재하고 있는 탈북자들,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독거노인... 등으로 지칭되는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많은 삶의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이웃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 이웃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술래잡기를 하다가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술래는 잊어버리고 맛잇는 밥과 따뜻함이 있는 내 집으로 들어가버리는 것처럼 나는 술래 따위는 잊어버리고 나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술래잡기는 아무도 잡지 못해 어린 내가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소외감의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술래잡기는 끝나지 않고 지금 내가 또 다른 술래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는 걸 문득 깨달아버렸기 때문일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멈춰 섰다.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떼기 싫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걸어온 길이 까마득해서 도무지 어느 방향으로 뛰어야 돌아갈 수 있는 건지 알기가 어려웠다."(136)

 

아빠를 찾아 집으로 돌아 온 술래는 자신의 엄마를 찾았을까? 엄마를 엄마로 받아줄 수 있었을까? 영복이도 광식이도 모두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고 있을까? 아니, 나는 지금 내가 걸어가야 하는 길을 제대로 찾아 걷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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