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위로 한 그릇 - KBS 아나운서 위서현, 그녀의 음식 치유법
위서현 지음 / 이봄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왜 이 책의 제목이 '따뜻한' 위로 한 그릇이라고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순간, 따뜻한? 뜨거운? 그러고 있는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이상으로 내 안의 무엇인가를 뜨겁게 타오르게 하는 위안이 있었던 것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별로 부족함없이, 그리 큰 어려움없이, 실패의 쓰라린 경험도 없이 평범한 듯 무난히 곱게 잘 자란, 아니 어떤면에서는 평범을 넘어 조금은 잘난듯 보이는 방송인 위서현의 그냥 그렇게 무난한 글이라고만 생각을 했다. 어머니의 미역국에서 시작하여 단골까페에서의 커피 한잔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글을 읽어가다보면 어느새 마음속으로 번져가고 있는 요리의 맛이 전해지는 위로 한토막들이 그녀의 이야기에 덧붙여져 입맛을 다시게 한다.

뜨거운 위로, 매콤한 위로, 달콤한 위로, 단순한 위로...이렇게 4가지 느낌이 있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화려하지도 거창하지도 않고 소박하게 다가설 수 있는 음식 이야기가 그저 그렇게 무난하게 살아 온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평범하고 무난하게 우리의 삶을 지켜나갈 수 있는 힘과 위로가 되어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어머니의 맑은 미역국, 소탈하게 끓여진 단팥죽, 시장골목이나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떡볶이, 가끔은 그 색과 향에 반해 멋을 부리며 여유를 갖고 싶게 만드는 홍차, 달콤한 촉촉함이 입안을 가득메우는 브라우니.. 잔치의 흥겨움이 덩달아 떠오르는 제주고기국수...

사실 내가 접하기 어려운 음식 이야기가 가득했다면 그 음식 한그릇이 엄청난 위로를 전해준다고 하더라도 내게는 전혀 위로의 느낌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풀어놓고 있는 위로 한 그릇,은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함 그 자체이다. 아니, 맛이 평범하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마주할 수 있다는 의미의 평범함이다. 하지만 그러한 평범함 속에서 내 삶의 위로가 되어주는 맛을 끄집어내어 전해주는 그 뜨거움과 단순함이 참으로 좋다. 인생이란 뜨겁게 살아가며 매콤하고 달콤한 맛을 느끼기도 하고, 단순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만 같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쳐서는 안되고, 한순간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다만 나 자신을 끝까지 몰아치고, 끝까지 다그치는 것이 최선이 아님을 이제는 안다. 나의 마음과 열정을 남김없이 쏟아 붓는 것, 요령피우지 않는 정직함으로 더 내놓을 것 없는 지점까지 내려가 즐기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완벽해지기보다 자유로울 것, 잘해내기보다 행복할 것. 삶을 다시 씩씩하게 만들어주고, 마음을 짓누르던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가볍게 웃게 해주는 것이 건강한 식사다"(178-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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