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몰락하여 가고 있다.
문화의 몰락은 전쟁으로 말미암은 것은 아니다.
반대로 전쟁이 문화 몰락의 한 현상인 것이다.
왜 문화 몰락이 시작된 것일까.
그것은 우리들이 문화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꿔말하면 철학이 무력하게 되고 그 영향을 잃었기 때문이다.
18세기의 로크, 스미드, 몽테스외외, 칸트 등이 벌인 계몽주의와 합리주의는 이성에 바탕을 두고 윤리적인 이상을 구상했다. 그 이상은 철학과 여론의 지지를 받아서 현실과 대결하고 있었다. 그 당시의 철학은 여론의 지도자로서 인간, 사회, 민족, 인류, 문화 등에 관하여 근본적인 사색을 적극적으로 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19세기가 되자 계몽주의와 합리주의의 낙관론적인 셰계관은 엄준한 비판을 받기에 이르고 그 독단론은 무너지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 위에 급속한 진보를 수행한 자연과학이 이 이상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 것이다.
그때부터 윤리적인 이상은 그 기반을 이룬 세계관을 잃게 되어 거지처럼 거리를 방황하게 되었다. 철학은 전과 같은 활기를 잃고 세상에서 소원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원래 철학의 임무라는 것은 이성의 지도자가 되며 감시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제는 철학이 자연과학과 역사과학의 성과를 체에 걸러서 장차의 세계관을 위한 재료를 모으는 정도의 학문으로 타락하고 만 것이다. 그것은 많은 사항에 관하여 사색은 하지만 문화에 관해서만은 사색을 하지 않았다. 다만 논리적인 세계관을 확립하는데 도취하고있었다. 그러므로 그 세계관은 비낙관적이며 비윤리적이다. 그래서 설사 그 세계관이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코 문화의 이상을 쌓아 올리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은 되지 못하였다. 이리하여 철학은점차 그 자신의 시대가 문화를 잃은 것조차 모르게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문화 몰락의 원인은 철학이 무력하게 되고 사고가 그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된 것뿐이 아니다. 그 원잉ㄴ으로서는 현대의 사회적 경제적인 상황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문화가 발달한다는 것은 전체의 진보를 지향하는 이상이 개인에 의해서 생각되고 그것이 현실에 영향을 주는 것과 같은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이 이상은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서 형성되고 자유인에 의해서 일밙거인 형태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의 담당자로서의 개인은, 곧 생각하는 사람이며 자유인이 아니면 안된다. 여기에 자유인이란 생존경쟁에 사로잡히지 않은 사람을 뜻하는 것이다. 사람의 물질적 자유와 정신적인 자유와는 매우 밀접하게결부되어 있으며 자유인이 없는 곳에 문화는 실현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근대 이후 이 자유가 상실되어 왔다. 물론 기계문명이 가져온 물질적인 성과는 사람을 자연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였다. 그러나 그 반면에 그것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독립한 사람의 수를 줄여갔다. 수공업소의 주민이 전락하여 일군으로 일하지 ㅇ낳으면 안되었다. 또 기업의 거대화는 농촌 사람들을 농지나 자연에서 끌어다가 도시로 집중시켰다. 이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농을 하여 도회지에서 부자유한 생활을 강제당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정신적으로도 큰 타격이 아닐 수없다.

그 다음으로는 정신을 활발치 못하게 한 것으로 과로를 들 수 있다. 현대인은 늘 바쁜 일에 쫒기는 결과 그 정신이 쇠퇴해 버렸다. 사람들은 격심한 근로생활 때문에 외면적인 위안을 요구한다. 교양을 요구하지 않고 오락을 바라게 되었다. 이제 현대인은 진지하게 자기 일을 생각하든지 책을 읽기 위해서 정신을 집중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하거나 자기 자신을 잊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더욱 나쁜 현상은 이들의 심리상태는 매스컴에도 영향을 주었다. 극장이나 신문이나 잡지는 독자에게 아첨하여 점점 그 내용을 저하시키고 잇다. 전에는 정신생활의 전당이었던 문화기관이 이제는 사회에서 정신을 추방하는 일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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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4-08-07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바이쩌, 생애와 사상. 유풍출판사. 1981년 중판, 정가 1,200원.
다시 꺼내 읽고 있는데... 뜻밖에 세로쓰기다. ㅡㅡ;;
옛날엔 이런 작은 글씨크기의 세로쓰기를 어찌 읽었을까...라는 생각과 눈이 아프다는 생각에 빠져 책에 집중을 못하는 중.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