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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특별보급판) - 사유와 열정의 오선지에 우주를 그리다 ㅣ 문화 평전 심포지엄 3
마르틴 게크 지음, 마성일 옮김 / 북캠퍼스 / 2025년 2월
평점 :
막상 베토벤에 대해 떠올리려 하니 아는 것이 별로 없다. 환희의 송가, 교향곡, 불멸의 연인, 엘리제를 위하여... 흔히 대중적으로 알려진 음악이나 영화를 통해 알게 된 것 이외에는 없어서 베토벤 평전을 접하면 그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알고 베토벤의 음악도 한걸음 더 깊이 들어가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했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생각한 그런 평전이 아니었다. 그저 평범하게 베토벤이라는 인물을 다각도로 접해보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목차에 언급된 수많은 인물들이 그려낸 베토벤의 일생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베토벤의 일생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더 깊이 들어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의 첫 장에서부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3번 교향곡, 영웅으로 알려져 있는 베토벤의 교향곡은 나폴레옹에게 헌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가 황제로 권력을 잡은 그에게 실망해 헌정을 취소하고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고 헌정했다고 알려져있지만 애초에 나폴레옹을 위해 만든 곡이 아니라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각 챕터별로 주제에 따라 나뉘어 있는 글을 차례로 읽어나가다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관심이 있는 주제와 내가 좀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챕터부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문학가와 연주자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작가의 이름은 알지만 그들이 쓴 소설을 직접 읽어본 것이 아니기에 이것 역시 간접적일수밖에 없었다.
원래 클래식을 잘 모르기도 하지만 엘리 나이라는 이름은 정말 처음 들어보는 연주자인데, 그녀의 이력을 보니 어쩌면 정말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모르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라는 위안을 가져본다. 본에서는 전후 1952년까지 엘리 나이의 연주가 금지되었다고 한다.
"엘리 나이는 재능이 있지만 멍청한 예술가의 표본이다. 그녀의 히틀러주의는 (약간 히스테리가 뒤섞인)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멍청함이고, 굳이 용서해야 한다면 그 멍청함을 봐서 부분적으로 용서할 만하다"(508)라는 하우젠슈타인의 말에서 예술가를 바라보는 관점을 생각해보게 된다. 재능이 있지만 그걸 올바르지 못한 것에 사용한다면 그것은 재능이 아니라 죄악이 될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베토벤의 일생을 알 수 있는 평전과는 다르지만 베토벤을 향한 많은 사람들의 애정이 담긴 글의 인용을 통해, 그에게 영향을 미치고 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베토벤의 다양한 면모를 느낄 수 있고 베토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천천히 다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솔직히 지금은 대부분의 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베토벤에 대한 나의 현실이고, 어쩌면 조금 시간이 지난 미래에는 그래도 한뼘 정도는 베토벤에 가까이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