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 고길동을 부탁해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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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공룡 둘리, 탄생 40주년,이라는 문구에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읽고 싶었다. 특히 '고길동을 부탁해'라니. 언젠가 둘리와 친구들을 먹여살리면서도 늘 못된 집주인 아저씨로만 나오는 구박데기 천덕꾸러기 고길동이 가장 불쌍한 캐릭터라고 떠돌던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했고 그 옛날의 둘리 오리지널 만화컷을 볼 수 도 있다는 기대감이 실물 책 보기만을 기다리게 했는데...

성급히 책정보를 읽다보니, 이 책은 오리지널 만화컷의 편집본이 아니라 둘리의 만화컷에서 파생되어 나온 짧은 감성 에세이와 같은 책이라는 걸 실물책을 받고서야 알게 되었다. 만화컷은 책 내용의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을뿐이고.


그런데 뭐. 이또한 나쁘지는 않다. 쉼의 여유없이 피곤하게 하루하루를 지내다가 잠깐의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에세이로 엮인 글들에 대해 잠시 더 생각을 해볼 수 있어 좋았다. 


"잘 보이진 않지만 봄이 오고 있어요.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계속 꼼지락거려요. 가끔 쉬기도 하고 가끔 더디게 움직이기도 하지만 당신 발 아래에 봄은 이미 오고 있어요. 발끝으로 느껴봐요"(43)


물론 이 여름이 와 버렸음을 느끼게 하는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꼼지락거리는 봄의 생명력은 아침 출근할 때 현관문을 열면 보이는 마당의 화분에서 잘 자라고 있는 식물들의 초록초록한 잎들과 조금씩 여물어가면서 꽃을 피워내는 화초들을 볼때마다 느끼고 있는 것이어서 더 마음에 남는 글인지 모르겠다. 


둘리의 이야기로 말을 하고 있지만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을 수 잇다는 것, 떠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떠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것이며 집을 지키며 산다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수많은 짐을 다 짊어질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나를 한곳에 얽매어 떠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라고 말하기도 한다. 

'고길동을 부탁해'라는 것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실상은 가족 모두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의 삶의 무게가 버거울수도 있고, 또 때로는 그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을 열어놓는 것도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우린 지나치게 많은 걱정거리를 등에 지고 걸어요. 심지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가방에 다 담고서는 발걸음이 무겁다고 투덜거리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등짐에서 가뿐이 내려놓아요. 발걸음이 가벼워야 길을 즐길 수 있어요"(101)




이들이 찐 가족이 아니면 뭐라 칭할것인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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