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
헬레나 애틀리 지음, 이석호 옮김 / 에포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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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크레모나'라는 도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바이올린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그래도 한번쯤은 들어 본 '스트라디바리'라는 이름은 알고 있는데 바로 이 유명한 현악기 제작자가 태어난 곳이 바로 크레모나라고 한다. 

이 책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은 저자 헬레나 애틀리가 어느날 우연히 듣게 된 바이올린 연주에 감동을 받고 그 바이올린이 어디서 어떻게 제작이 되어 지금의 주인에게로 온 것인지,를 추적해 나간 이야기이다. 연주자의 기량에 따라 연주에 대한 감상이 달라지기도 하겠지만 연주자가 연주하는 악기에 따라서도 감동이 달라질 수 있을텐데 저자는 그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레프의 바이올린이라 불리는 그 바이올린은 정말 아름다운 소리를 내었고 그 바이올린이 예상과 달리 무가치하다는 판단에 수긍을 할 수 없었다. 저자는 레프의 바이올린 제작자와 역사, 그에 얽힌 이야기 자체에 대한 궁금증을 버릴수가 없어 결국은 그 바이올린의 기원을 찾아 이탈리아로 떠나게 된다.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은 그렇게 시작되었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단지 바이올린의 제작자를 찾아 흔히 말하는 '명기'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조금 허무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레프의 바이올린은 크레모나산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름없는 한 악공의 손에서 탄생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유명한 제작자의 레이블이 사라진 -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바이올린의 앞판이 한번 깎이면서 제작자 이름이 새겨진 부분도 같이 사라져버린 것이라고 한다. 서두에서 시작하여 결론으로 치닫는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바이올린이 떠나 온 길을 되짚어 찾아가며 저자는 악공들에 대한 이야기와 시대적 상황과 연주자들에 대한 사히의 인식의 변화 등의 이야기를 자신의 체험을 통해 역사와 맞물리는 스토리 텔링으로 잘 풀어내고 있어서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으면서 새롭고 흥미로웠다. 

- 그런 예의 하나는, 사실 현시대에 스트라디바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스트라디바리의 악기가 유명해지고난 후 크레모나를 찾아가 스트라디바리우스 제작공방을 찾아보지만 지역 주민들은 그저 스트라디..라는 사람의 집이 어디인가,할 정도로 의미가 없던 시기도 있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21세기에 몇백억을 호가하는 바이올린, 몇백년이 지나도 손상된 부분없이 형태 그대로 보존되어 온 전설의 '메시아'라고하지만 그 굉장한 바이올린들은 연주용이 아니라 장식용처럼 박물관에 전시용으로 보관될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 악기들의 입장에서 행복한 일일까...에 대한 의문도 담겨있다. 


교회의 악기는 레이블이 없지만 그것이 교회의 청빈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탈세와 편법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는 교회전례 속 음악연주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어 흥미로웠다.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으면 특송을 하거나 필요한 경우 초호화연주자가 전례에 연주를 할수도 있는데, 이것이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고아, 장애인, 여성 등 힘없는 이들이 교회내에서 악기연주를 배워 연주자로 생활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역시 모든 세상일에 대한 양면성을 생각해보게 한다. 

물론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치하에서 유대인이 만든 음악을 유대인이 만든 악기로 유대인이 연주하는 것을 즐기는 나치를 위해 연주를 해야했다는 아이러니는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하고.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은 클래식 음악, 클래식 악기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어도 꽤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며 교회뿐만 아니라 세상사의 역사속에서 다양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어 책을 통한 즐거운 여행의 시간을 보낸 듯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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