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냥 즐기려고요(김태균 강박 탈출 에세이)
김태균 지음 / 몽스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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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퍽퍽한 시기에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평소와 달리 이건 또 뭔가,라는 마음으로 책정보를 살펴보게 되었다. 뜻밖에 저자가 김태균, 내가 아는 컬투의 김태균? 하는 순간 그냥 읽어보고 싶었다. 왠지 그가 말하는 '그냥 즐긴다'는 말에서 이제는 마음을 편히 갖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 같아서이다. 또 그런 이유에서 책을 펼쳤는데 정말 단숨에, 잠자기 전에 잠깐 읽어야지 했다가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어린시절의 이야기, 개그맨이 되기까지의 과정,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와의 사별, 아내와의 만남, 아들과의 대화 등 짤막짤막하게 이어지는 글에서 늘 즐겁게 지냈을 것만 같았던 김태균이라는 사람의 고됨과 슬픔이 느껴졌다. 아버지와의 술자리가 궁금했던 그가 처음보는 아버지뻘 아저씨와의 술자리로 조금이나마 그 느낌을 알게 되었고 아버지와 함께 하지 못했던 일들을 아들과 함께 할 날을 기다리는 마음이 이제는 행복을 향해 가고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라디오 생방송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읽을때는 밤중에 혼자 키득거리며 웃었는데 언젠가 한번 들어봤던 이야기라 생각하면서도 또 여전히 재미있다. 사실 컬투쇼의 레전드급 에피소드는 짤로 회자되는 것이 많아서 자주 듣게 되기도 하는데 이상하게 들을때마다 재미있다. 누군가 전해주는 이야기도 그렇지만 역시 두 사람의 목소리로 듣는 맛은 또 다른 느낌이라 일부러 찾아보기도 했었는데 재미뿐만 아니라 곰곰히 생각해보면 진한 감동의 여운이 있기도 해서 이것이 라디오 생방송을 16년간이나 이어온 힘이 아닐까 싶다. 


늘 웃음이 가득한 개그맨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그도 한때 화가 가득 차 있어서 벽을 주먹으로 치고 다닐때가 있었다고 한다. 웃음기 빠진 얼굴을 보면서 날카롭고 무섭다 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힘든 일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며 '착해빠진' 사람이 되었다. 착해 빠졌다는 말이 듣기 싫었지만 그래도 못돼 처먹었다는 말을 듣는것보다는 낫다는 말에 또 쓸데없이 빵 터져 웃는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신부님을 추모하면서 늘 타인을 배려하던 신부님의 말씀이 떠오른다며 '그래, 그게 좋겠다' '그런거냐?'하시던 모습을 이야기하는데 정말 그 순간 웃으시며 그 말씀을 하시던 신부님의 얼굴이 생각났다. 오밤중에 못돼 처먹었다는 말을 듣는것보다 착해 빠졌다는 말을 듣는 것이 낫다는 말에 뜬금없이 나의 죽음을 떠올리는 이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라는 말에 이 모든 것을 담아 읽고나니 왠지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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