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4대 비극 -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민애.한우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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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드립니다, 라는 프로그램이 재미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나도 뒤늦게 알아 몇 번 못봤지만 엊그제 종영한 프로그램이 재밌다고 얘기하는 친구를 보니 나보다 더 늦는 사람도 있구나, 싶다. 아무튼 티비를 잘 보지 않는 친구도 재밌다고 할만큼 재미있는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햄릿을 읽어 줄 때 뒤늦게나마 본방을 봤다. 그런데 재방송을 찾아보고 싶을 만큼 정말 재미있는 것이다. 햄릿이 재미있는 건 알았지만 햄릿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에 대한 해설을 듣고 있으려니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몇배는 더 위대한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더욱더 몇년만에 새로 읽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기대감으로 설레었다. 비극을 읽으려는데 설레인다니 뭔가 모순된 듯 하지만...

 

4대비극의 내용자체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라고 대표되는 햄릿은 저돌적인 돈키호테와는 정반대의 이미지로 많이 회자되는데 이 책을 읽으며 단순히 우유부단함때문이 아니라는 걸 새삼 강하게 깨달았다. 문화적으로 복수는 비도덕적인데 부모에 대한 복수는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지... 그런 도덕적인 딜레마에 빠져든 햄릿을 그저 우유부단하다고만 치부할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맥베스를 읽을 때도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줄거리 축약본으로 읽을때의 느낌은 양심의 가책으로 선뜻 손에 피를 묻히기 힘들어하는 맥베스를 그의 부인이 악을 종용하고 실행하게 만든 원흉이었는데 희곡 원본으로 보니 원초적으로는 맥베스의 야심이 그 모든 악을 초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셰익스피어의 글들은 그 줄거리만을 따라가도 재미있는 최고의 만담꾼의 이야기가 되지만 희곡대본으로 대사를 치듯 글을 읽다보면 그 내용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대사 속에서 진리와 지혜의 말을 읽게 된다. 사실 명대사에 밑줄을 그으며 읽어볼까 하다가 나중으로 미룰만큼 필사하고 싶은 대사가 너무 많아 오히려 책을 읽는데 자꾸 멈추게 되었기 때문이다.

리어왕의 경우 처음 접할 때부터 희곡으로 읽어서 그런지 이번에도 그리 큰 차이는 못느꼈다. 거짓과 진실을 가려내지 못하는 권력자인 리어왕이 아첨에만 현혹되는 모습이나 자신을 내친 아버지에게 끝까지 효심을 보이는 코딜리어를 보면서 조금은 단순하게 효도에 대해서만 생각해보기도 했다.

예전에는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했던 오셀로나 비현실적인 상상처럼 느껴졌던 맥베스가 더 인상깊었는데, 오셀로의 이아고도 그렇지만 맥베스에서 악의 씨앗을 뿌리는 악으로 등장하는 마녀들의 모습에서도, 어리숙한 광대의 대사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정말 모든 등장인물들에게서 인간의 성격과 심리가 세세하게 묘사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실 다른 번역서와 비교하지 못해서 뭐라 말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이 책에는 우리말 번역으로는 그 의미가 전해지지 않을 경우 역자가 원문의 표현을 언급하며 비교 해설을 해 주기도 하고, 당시의 문화적인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 주고 있어서 본문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더 쉽다. 역자의 작품 해설을 읽고 난 후 작품을 다시 읽는다면 또 그 느낌이 다를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읽어보고 또 기회가 된다면 - 아니, 이건 능력의 문제일지 모르겠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영어판본으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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