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할아버지가 그랬듯이, 나의 아버지도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다.
평생 마누라나 자식에게 알뜰한 사랑을 표현한 적 없고,
당신의 남자형제와 친구는 정말 끔찍하게 아끼며,
그 남자들과 술과 담배와 낚시와 노름(고스톱 수준임)으로 여가를 보내며 일생을 보내신 분이다.
그런데, 환갑이 지나고, 칠순이 지나면서 아버지가 서서히 바뀌었다.
외로움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건강상의 문제로 술과 담배와 낚시와 노름을 멀리 하게 되자 친구도 멀어지고,
텅 비어버린 여가 시간을 대체해주는 건 오직 TV뿐.
게다가 새삼 가족들과 어울릴 방법을 몰라, 대화 대신 잔소리만 늘어가니,
안 그래도 서먹한 아버지 대하는 게 점점 더 데면데면해진다고 할까.
딸도 이런데 어머니나 새언니는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 나 역시 아버지에게 잔소리로 맞섰다.
하루종일 집에서 TV만 보다가 살림 간섭하지 말고
노인정을 다니든, 복지회관을 다니든, 노래교실을 다니든, 평생교육센터를 다니든, 운동을 다니든 하시라고.
하아, 아버지 왈, 노인네들 우글거리는 데 냄새나고 번잡스러워 싫다, 한 마디로 끝.
여러 차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요지부동이고,
어머니가 노래교실도 다니고, 수영도 배우고, 평생교육센터에서 서예며 사교댄스를 배우는 동안,
아버지는 혼자 집에 남아 우울증 환자가 되어갔다.
어머니도 안 계신 지금은 더 외로워하고 계시지만, 여전히 나의 잔소리에 마이동풍이니
울화통이 터질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