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할아버지가 그랬듯이, 나의 아버지도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다.
평생 마누라나 자식에게 알뜰한 사랑을 표현한 적 없고,
당신의 남자형제와 친구는 정말 끔찍하게 아끼며,
그 남자들과 술과 담배와 낚시와 노름(고스톱 수준임)으로 여가를 보내며 일생을 보내신 분이다.

그런데, 환갑이 지나고, 칠순이 지나면서 아버지가 서서히 바뀌었다.
외로움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건강상의 문제로 술과 담배와 낚시와 노름을 멀리 하게 되자 친구도 멀어지고,
텅 비어버린 여가 시간을 대체해주는 건 오직 TV뿐.

게다가 새삼 가족들과 어울릴 방법을 몰라, 대화 대신 잔소리만 늘어가니,
안 그래도 서먹한 아버지 대하는 게 점점 더 데면데면해진다고 할까.
딸도 이런데 어머니나 새언니는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 나 역시 아버지에게 잔소리로 맞섰다.
하루종일 집에서 TV만 보다가 살림 간섭하지 말고
노인정을 다니든, 복지회관을 다니든, 노래교실을 다니든, 평생교육센터를 다니든, 운동을 다니든 하시라고.
하아, 아버지 왈, 노인네들 우글거리는 데 냄새나고 번잡스러워 싫다, 한 마디로 끝.
여러 차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요지부동이고,
어머니가 노래교실도 다니고, 수영도 배우고, 평생교육센터에서 서예며 사교댄스를 배우는 동안,
아버지는 혼자 집에 남아 우울증 환자가 되어갔다.
어머니도 안 계신 지금은 더 외로워하고 계시지만, 여전히 나의 잔소리에 마이동풍이니
울화통이 터질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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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05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nnerist 2006-07-05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_-;;;;;;;;;;;;;;;;;;;;;;;;;;;;;;;;;;;;;;;;;;;;;

정릉 4동 모처의 10년 후를 보는 것 같아 아찔한 청년임다. 쿨럭;;;;;

얼마전 서울에서 모종의 '사고'를 친 아버지 - 형제들 보증 잘못 서서 집 두번 날려드신 전력이 있으시죠 - 에 대한 엄니와의 대화 중에서:

매너놈: (한숨)에휴... 누구 남편인지 하여간...
정릉 4동 박여사: 누구 애빈지 좌우간...
매너놈: 왜 나한테 떠넘겨?
정릉 4동 박여사: (등짝 강타 한 대) 우리 신랑 욕하지 마! 이 XXX야!!


마립간 2006-07-05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이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더욱 한국 남자는 불쌍합니다. 가족들과 살갑게 지내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늙어가니...

건우와 연우 2006-07-05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들기전에 남자들은 은퇴를 잘 준비해야하는데 저희 친정아버지도 전혀 무방비로 나이가 드시더니 지금은 날이갈수록 외롭답니다..ㅠㅠ. 대한민국 대부분의 남자노인분들의 공통된 현상같아요...

Mephistopheles 2006-07-05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드네요....내가 늙는다면..지금 세대의 할아버지들 같은 외로움은 가지지 않아야 할텐데..말입니다...

조선인 2006-07-05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 아버지는 건강상의 문제로 실버 취업 같은 건 또 엄두도 못내요. 눈이 나빠 책이나 신문도 못 보고, 취미도 없고, 참 대안이 없어요.
매너님, 그래도 어머님이 아버님과 금슬이 좋으신가봐요. ㅋㅋㅋ
마립간님, 우리 세대의 한국 남자는 좀 덜하죠. 아버지 세대-전형적인 가부장들은 딸에게 질곡이기도 하지만, 참 불쌍한 존재이기도 하지요.
건우와연우님, 우리들도 지금부터 부지런히 부부 공동의 취미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도 노후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메피스토님, 그러니 마님께 더더욱 충성하세요! ㅎㅎㅎ

비자림 2006-07-05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상하시겠네요.
사람이 평생 살아온 방식을 바꾸기란 참 어렵지요.
가끔 마로 보여 드리세요. 그리고 가끔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거 사 드리세요.
그리고 조금씩 기다려야 될 것 같아요.
저도 많이 갑갑했었어요. ㅠㅠ

파란여우 2006-07-05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노년의 모습은 어떨까 가끔 미리 우울해 하는 중.
아버님을 너무 구석으로 몰아세우시지 않으시리라.

가을산 2006-07-05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시아버님과 같은 상황이시네요. 시력이 안좋으셔서 불편하신 것까지.

반딧불,, 2006-07-05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모든 아버지세대 분들이 겪는 일인가 봅니다.
저희 아버님도..;

2006-07-05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룩말 2006-07-06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도 그래요. 정말 이 스트레스 미치죠. 할머니가 왜 노인정에도 안가시는지ㅠ.ㅠ 혼자만 집에 계시니까 점점 정신도 오락가락하시는 것 같구.. 사는걸 지겨워하는 사람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 미쳐요. 그 느낌이 저에게까지 전해지니까... 새언니와 어머니께서 고생하시네요.

조선인 2006-07-06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친정이 용인에 살기 때문에 회사도 수원으로 옮겨 이사까지 왔는데, 요새는 백호 때문에 매주 가보진 못하고 있어요. 마로 보면 무척 좋아라 하시는데, 또 손녀랑 놀 줄을 몰라요. 무슨 진귀한 애완견이라도 보듯이 멀뚱멀뚱 보고만 계시니 그것도 참 답답합니다.
파란여우님, 저야 같이 살지 않으니까 구석으로 몰 일도 없고, 새언니가 참 착해요. 가끔 제가 시아버지 흉보는 거 들어주는 것만으로 무던하게 참고 산답니다.
가을산님, 사실은 가을산님 페이퍼랑 로드무비님 페이퍼를 보고 저도 울컥해서 썼다지요.
반딧불님, 그러게요, 우리들의 아버지 세대는 젊어서 고생에 늙어서도 고생이니. 그나마 위안이라면 최소한 자식에게 어느 정도 대우 받고 산다는 것? 국민연금을 탄다는 것?
속삭이신 분, 절대 딸랑 아닙니다. 님 손 큰 걸 제가 아는걸요. 고마워요. *^^*
얼룩말님, 할머니들은 그래도 곧잘 마실도 다니시던데 좀 다르신가봐요. 에휴.

조선인 2006-07-07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막의 표범님, 그게 말이죠, 신장이 안 좋아 투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술을 마실 수 없어요. 예전엔 정말 술친구가 많았는데, 술을 못 마시니까 그 친구들이 다 멀어집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