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괴물 사기극 (저자 친필 사인 수록) - 거짓말, 실수, 착각, 그리고 괴물 퇴치의 연대기
이산화 지음, 최재훈 일러스트 / 갈매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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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나무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근대 괴물 사기극]이라는 제목에서 혹하는 대목이라면 사기극이라는 키워드만으로는 부족하고 괴물이 더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부제는 [거짓말, 실수, 착각, 그리고 괴물 퇴치의 연대기]이지만 괴물 창조는 거짓말, 실수, 착각보다는 근원적인 기대와 바람이 담겨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언가 일상의 것들과는 다른 것에 대한 기대나 바람은 하나님이나 예수 같은 종교적 환상만이 아니라 수퍼맨 등 수퍼히어로와 그의 대극일 빌런이나 괴수를 상상해내게도 하니 말이다. 그리고 거짓을 창조하는 내면에는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싶은 일종의 자아충족과 자기 망상의 경향도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대개의 모든 바들이 원형적인 것들이지 않은가 싶다.

 

본서에서는 물론 실수와 착각도 많이 언급된다. 1763년의 찰턴멧노랑나비, 1854년의 수정궁의 이구아나돈, 1857년의 황제벼룩, 1892년의 늪 살무사, 1926년의 보스로돈 등은 전문가들의 착각과 실수로 시대적 괴물로 잠시 등극한 경우이다. 이 사례들은 전문성의 한계가 있던 시대적 한계나 검증할 과학기술력의 한계 등도 있겠으나 이런 실수 역시 전문가의 기대가 작용을 해 대중에게 오해를 사도록 한 경우가 아닌가. 실수와 착각이라는 자체가 대상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고 자신의 학문적 업적에 눈이 어두워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한 이유 역시 기대와 허영 즉 바람(원함)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의도적 사기, 기만도 적지 않았다. 1770년의 체스 두는 로봇인 튀르크인이나 1882년의 피지 인어, 1869년의 카디프의 거인, 1917년의 코팅리의 요정 등은 명백한 사기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대중을 기만하고 부를 쌓으려는 의도이거나 어린이들의 치기였거나 하는 경우지만 이건 명백히도 속이려는 의도 하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에 속아 넘어간 대중에게도 책임은 없다고 할 수 없으니 모든 괴물 사기극의 근본은 감정적 고양이든 혐오 등의 감정적 추락이든 특이하고 괴이한 타 대상을 매개로 정서적 지성적 변화를 바라는 인간의 욕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바람이나 기대나 두려움이라고 해야 할 것들은 1758년의 동굴 인간이나 1835년의 달의 박쥐 인간, 1938년의 [우주전쟁] 속 화성인과 같은 미지의 대상을 가공해낸다. 다른 괴물 사례들처럼 전문가의 착오나 의도적 사기만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 누구나의 기대나 바람이 괴물이 현현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을 알고 보면 그것들은 인간들의 내면에 원형들이 현현하는 것이고 대중의 바람과 기대와 두려움과 혐오가 어우러져서 야기되는 상황이다. 착각과 실수는 그저 거드는 역할만 할 뿐이다.

 

세상에는 용의주도한 악인들이 있고 그들의 사기는 철두철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진실은 밝혀질 수도 있고 누군가를 억울하게 만들 수도 대중을 속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세상은 인간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 외의 지적 생명체들도 알겠지만 모든 인간도 결국 죽고 영혼이 된다. 영원히 이어질 수 있는 사기는 없다. 그래서 억울한 죽음도 세상에서 밝혀지지 않더라도 세상을 넘어서는 순간 억울함은 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들린다고 보인다고 모두 사실이 아니고 진실이 아니다. 진실은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언젠가 공간이 데이터 저장소라는 것을 과학이 파헤치게 된다면 그리고 연구가 지속된다면 공간 속에서 시간을 너머 과거의 진실들을 실제로 보고 들으면서 알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때까지 배우던 것, 듣고 보아서 믿던 것들에 이면, 진정한 진실을 알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세계 속 억울했던 낱낱의 사람들에 억울함이 풀릴 것이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괴물 사기극들도 결국 신문 지상이나 라디오로 들리고 형상으로 보였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사람은 감각을 매개로 살아가지만 감각만이 실체는 아니다. 속을 때는 속는 상황에서 주어진 것들이 현실이겠으나 현실이라는 것이 사실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도 충분히 넘치게 알 수 있었다. 진실은 진정으로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에게, 그저 건성으로 대강 확인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않는다. 진실은 집요한 자의 것이다.

 

그리고 시대에 괴물들은 거듭 창조되고 있다. 학교괴담이나 지역괴담 등도 그렇겠지만 이제는 AI가 창조해내는 영상들로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시대이다. AI가 대중을 자살로 유도한 사례가 AI 대중화 초창기부터 알려졌다. 인간의 악의만이 아니라 기계랄까 인공정신이랄까의 무감정한 유도로 야기되는 사건들까지 인간을 피폐케 하는 시대다. AI 문제는 짧게 언급할 사안이 아니니 이쯤에서 접지만 시대는 또 다른 괴물을 창조했고 아직 그것이 지나친 우견이나 염려인지 어떨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살아가다 보면 진실이 드러나는 시대가 다가올까? 정치와 세계를 보면 그리고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보면 나로서는 아마도 그전에 인류는 멸망하지 않을까 싶다. 인간은 속이고 속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고 속이지 않는 자에게 오히려 자신을 속였다고 말한다. 그것도 인간의 본성이다.

 

[거짓말, 실수, 착각, 그리고 괴물 퇴치]라는 부제 속 주제를 가지고 생각하면, 인생이란 인간이 자신의 본성을 깨닫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자신이 진정한 괴물이며 그 괴물이 퇴치되어야 한다는 걸 자각하는 여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괴이하게 생긴 대상이 괴물이 아니라 자신의 아기를 아파트 고층에서 던지는 엄마, 자신의 미취학 아동인 아들을 갈비뼈가 부러지고 온몸이 멍과 담뱃불과 다리미로 지져진 상처를 남긴 채 때려죽이는 부모, 죽은 자기 아기를 냉장고 냉동칸에 얼려 버리는 부모, 죽은 자기 엄마를 옆방에 놓은 채 일상생활을 몇 개월째 이어가는 자식, 게임처럼 해보고 싶었다며 자기 초등학생 동생을 난자해서 죽인 중학생 형, 자기 친딸을 강간한 아버지, 자기 여동생을 평생 강간해온 법조인 오빠와 그걸 숨기려는 친부모들, 자기 중학생 조카를 강간한 이모. 그들은 인간이다. 괴물은 인간과 다른 무엇이 아니라 자신이 인간이라고 호소하는 모두이다.

 

이 책의 감상은 주제를 숙고하며 그렇게 인간 본성에 대한 사유로 이어졌고 그래서 난 더 이상 진실을 알아달라는 호소를 할 생각이 없다. 미래에도 인간이 존재한다면 그 미래인들은 공간 속 데이터를 읽어내 진실을 알 것이고 현재 살아있는 인간들은 결국 모두 죽어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 생각하니 거짓과 기만이 가득한 세상에서도 숨이 트인다.

 

#근대괴물사기극 #이산화 #최재훈 #갈매나무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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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5-08-13 0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샀습니다. 다 읽고 리뷰 읽으러 올게요. 기대됩니다^^

이하라 2025-08-13 09:48   좋아요 1 | URL
건조한 문체이지만 흥미진진한 주제이기때문에 따분하지 않고 주제를 통해 사유하게 해주는 면이 있었습니다. 재미난 독서 되세요. 꼬마요정님^^
 
화내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 내 안의 화를 다스리는 평정심의 철학
이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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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림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서는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의 저서 [화에 대하여]를 기반하고 스토아 철학에서 보는 삶의 태도에 관해 서술한 책이다. 소크라테스가 철학을 삶의 기술이 담겨있다고 보았다는데 그와 같은 시각에서 출발한 스토아 철학 전반의 삶의 기술을 현대적으로 서술한 것이 본서다.

 

본서에 관한 서술 이전에 본서의 근간을 이루는 가르침을 펼친 철학자 세네카에 대하여 짧게 언급하자면 그는 네로 황제 당시 네로 황제의 스승으로 있다가 네로 황제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에 대하여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가 철학자이자 스승이기 이전에 네로 황제를 견제하는 데 정치적 전략을 사용하기도 하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기도 한 세속적인 인물이었다는 데 있다. 그는 지혜를 사랑하는 자라는 철학자이면서 동시에 세속을 벗어나지 않은 마음의 소유자였다. 그런 그가 이야기하는 삶의 기술이라면 이성이 어떻고 천상이 어떻고 하기 전에 이미 상당히 현실적인 지혜를 이야기하지 않았겠는가 하는 미더움이 생기기도 한다.

 

본서는 삶의 기술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삶의 기술이라는 것은 다름 아니라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그리고 시간과 자기 자신에 대한 태도를 어찌해야 하는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본서의 각 장을 보면 분노, 질투, 복수, 역경의 통제, 불안 극복, 시간에 대한 관점, 죽음에 대한 자세, 불평과 감사, 자기와 삶에 대한 태도, 자유와 행복에 이르기까지 10개의 장으로 스토아 철학의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

 

스토아 철학에서는 덕성을 갖추는 것을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기존의 스토아 철학에 대한 가르침과는 다르게 덕성을 자유를 찾은 것으로 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찾은 것으로 보는 등 스토아 철학의 덕성을 다양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자연에 순응한다던가 이성에 따르는 삶을 산다던가 하는 교과서적 정의로는 잘 이해도 포용도 되지 않던 스토아 철학의 덕성이 저자로 인해 다소 삶에 대한 태도로 다가오는 듯하기도 했다.

 

본서의 제목이 [화내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인 것은 삶의 여러 제반 문제들을 다루는 본서의 내용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일상에 대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인듯하다. 본서는 화가 날 때 화가 나는 초기 상황을 분석하고 자신이 화가 난 상태의 초기에 분노를 절제하도록 하여 분노를 가라앉히게 하는 등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또 복수의 장에서는 무조건 화를 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며 적합한 방식으로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시간 화를 내는 것을 권하고 있기도 하다. 모든 순간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지혜로운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이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전체 장들의 그 밖의 내용들까지 현실적인 이 가르침들은 결국 자신을 찾는 것을 또 자유를 찾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타인의 반응이나 태도 세상의 이목이나 자기 자신의 감정에 좌우되는 상황은 노예의 상태인 것으로 보고 노예가 아닌 자유를 찾은 상태를 권하고 있다. 여행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보지만 저자는 자신을 찾는다는 것은 여행이기보다 탐험이며 이것은 여러 곳을 헤매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평소 나의 지론도 앉은 자리에서 자기를 찾지 못하면 세상 어디를 헤매도 자기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를 찾겠다는 의도로 여행은 하지 않는 편이다. ‘수행하는 그 자리에 나도 자유도 없다면 세상 아니라 우주 어디로 떠나도 나를 또 자유를 찾을 길은 없지 않은가?’ 시간에 대하여 말하는 장에서도 스토아 철학적 시각은 미래를 탐하는 태도로 바쁘게 살아가는 데서는 자유도 지혜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자기 삶의 여유 시간, 여가를 통해 자신을 마주할 수 없다면 바쁘게 사는 삶에서 자신을 잃는다고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리스인들은 진정한 행복eudaimonia라고 했다는 데 이는 좋음을 뜻하는 eu정신또는 마음을 뜻하는 daimon에 합성어에서 유래했다며 스토아 철학이 이해하는 행복은 일시적 기쁨이 아니라 좋은 마음이라고 한다. 동양에서 말하는 양심 良心 이라는 말의 뜻과 같지 않은가? 결국 좋은 마음을 갖는 길이 행복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지혜는 한계에 대한 인식에서 나온다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면서 좋은 삶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습관으로 만들면 좋은 마음이 형성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삶의 기술달리 말해 삶에 대한 태도와 방법을 아우르고 있다. 이는 탐진치를 말씀하신 부처님의 가르침과도 다르지 않고 동양의 고전들과도 다르지 않다. 서양과 동양의 전승을 달리 보는 이들이 많고 서양은 기술, 동양은 영성으로 구분하지만, 알고 보면 이러한 구분은 서양인들이 자신들의 전승과 단절되며 동양에 심취하면서 비롯된 것이지 서양의 전승이 동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건, 게르하르트 베어의 [유럽의 신비주의]를 통해서도 그렇고 고대 그리스 철학을 통해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시대에는 동서양 어느 전승을 통해서든 마음의 위로와 평화가 절실하기도 하다. 스토아 철학을 통해 위로와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면 그 역시 좋은 마음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싶다.

 

#화내며살기엔인생이너무짧다 #스토아철학 #철학책추천 #이진우 #추수밭 #청림출판 #서평단 @chungrim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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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뎀 이론 - 인생이 ‘나’로 충만해지는 내버려두기의 기술
멜 로빈스 지음, 윤효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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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교훈과도 맞닿아 있는 심리기법과 선사상과도 같은 삶의 태도라고 생각된다. 일의 능률이나 세상을 사는 지혜라기보다는 내적 외적 평화와 안정을 찾아주는 방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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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뎀 이론 - 인생이 ‘나’로 충만해지는 내버려두기의 기술
멜 로빈스 지음, 윤효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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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뎀이론가제본서평단 #렛뎀이론 #멜로빈스 #소이어로빈스 #비즈니스북스 #자기계발서

 

출판사 비즈니스북스 bizbooks_kr 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국에서 반향이 큰 책이라고 들었고 렛뎀이란 말이 가리키는 방향성이 좋았다. ‘내버려 두라는 말은 선승의 일갈과도 같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내게는 내면의 안정을 찾으리라는 믿음을 주는 일갈이었다. 저자는 바로 행동하게 하는 지침인 [5-4-3-2-1 법칙]에 관한 책으로 이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던 작가라고 하는데, 이 단순한 법칙과 렛뎀의 간명함이 일관성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복잡해지지 말고 여러 생각만으로 망설이지 말고 행동하라는 게 [5-4-3-2-1 법칙]의 요지라면 렛뎀 이론도 마음 상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내적 갈등에 빠져있지 말라는 것이 핵심이다 싶다.

 

렛뎀은 내버려 두기(Let Them)와 내가 하기(Let Me)가 주제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내버려 두기는 인생을 살며 대다수가 결국에는 깨우치는 바인 [받아들임]에서 표현 양식만 바뀐 바이기도 하다.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거나 받아들이려는 태도와 행동, 그것이 렛뎀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대개 갈등과 충돌이 다반사인 세계에서 갈등을 해소하는 방편으로 소통과 설득을 보편적인 삶의 양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갈등을 해소할 때만큼 갈등을 더 키우거나 오해로 몰아가기도 한다. 이런 갈등과 오해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은 내가 먼저, 다시 말해 내 감정, 내 생각, 내 관점, 내 이익, 내 만족이 먼저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대부분 20대 중반까지도 또 경우에 따라서는 인생의 태반을 살고도 내가 먼저라는 이 생각이 바뀌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생을 조금 살아가다 보면 라는 것이 내게는 자신이겠으나 타자에게는 그 사람 자신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런 들이 더불어 함께 행복한 길은 서로 자기만의 관점이나 바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다 자신의 원하는 바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자신의 뜻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기도 하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이 당연한 진실을 깨우치는 데 왜 이리 오랜 세월이 걸렸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버려 두는 것만이 다는 아니다. 저자의 또 다른 주장 내가 하기는 두가지 경로로 실천될 수 있는 것이던데 저자가 말하듯 고민이나 타인은 내버려 두고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한다는 것이 하나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내가 받아들여지기로는 해석의 문제였다. ‘친구에게 좋은 친구가 되려고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가지 말자. 내가 좋은 친구라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라면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가자’ ‘엄마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조부모님을 뵈러 가지 말자. 조부모님과 가족을 우선시 하는 것이 내게 행복이라면 조부모님을 뵈러 가자.’ 저자는 이런 말들을 하는 데 이는 행동의 동인을 외부에 두지 말고 자신의 내면에 만족감을 기준으로 삼으라는 해석 같기는 했다. 이건 내가 만족을 찾는 해석을 하며 행동하라는 뜻이라면 좋은 말이지만 저자가 하는 말을 단순하게 만족스런 일만 선택하고 만족스럽지 않으면 하지 마라로 받아들인다면 이건 극렬한 사타니즘의 핵심 주제와 같아진다. 사타니즘의 핵심 주제도 행복하라이다. 하지만 이 주제를 실천하는 데 한 가지 단서가 붙는데 그건 너 자신이 행복하기 위한 선택에서 남을 고려하지 말아라이다. 앞서 말한 저자의 주장을 말 그대로만 받아들여 행동한다면 자녀들이 날 필요로 한다고 근로와 가정에 충실하지 말자. 자녀들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행복할 때만 일하고 가정을 돌아볼 것이다가 되어 버릴 수 있고 낭떠러지에 매달린 아이나 물에 빠진 아이를 보며 저 아이가 나를 보고 살려 달라고 소리친다고 저 아이를 구하지 말자. 저 아이를 구하는 행동이 나를 행복하게 할 때만 저 아이를 구하자라고 사고들이 왜곡되어 버리면 결국 자녀도 버리게 되고 살려달라는 아이의 절규에도 등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극단적인 과장 같겠지만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되거나 죽어가는 아이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 아주 작은 해석의 하나 차이가 천국도 지옥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석의 차이 하나로 지옥을 만들고 있는 사회에 기여하는 인물이 되고 싶지 않다면 바르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내가 만족스러워야 베풀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와야 할 사랑이나 보살핌은 당연한 것이다라고만 믿어 버리는 순간 천국은 연옥을 거쳐 지옥으로 변할 수도 있다.

 

내가 삶에서 얻어온 교훈들과 이 이론의 감상이 비슷하다는 것에서, 삶의 지혜와 심리 기법의 정수가 녹아든 것이 렛뎀 이론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틀즈의 [Let it be] 가 주는 여운은 삶을 통해 어느 순간 깨우침이 되기도 하는데, 이 깨우침들이 이 시대에는 [수용전념치료]라던가 본서 [렛뎀 이론]과 같은 치유와 자기계발의 방편으로 다가온다. 모두 내적 외적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주는 지혜들일 것이다. 이론이나 철학이기보다 치유이면서 진리인 방편이라고 받아들여진다.

 

*전체 20장 중 5장까지만 편집한 가제본을 읽고 남긴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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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메탈 - 미래를 결정할 치열한 금속 전쟁
빈스 베이저 지음, 배상규 옮김 / 까치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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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글방으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금까지 공급망이나 전자제품의 부속 재료인 희귀금속 등에 관한 책들은 더러 출간되었다. 본서는 희귀금속을 다루고는 있지만 접근하는 빛깔이 다른 책이다. 국가 경쟁력이나 경제 분야의 이점과 갈등을 다루는 책이 아니라 희귀금속으로 인한 환경문제와 인류가 겪는 난점들을 다루고 있다.

 

본서는 전체 3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미래를 위한 자원]은 각종 희귀금속이 채굴되는 이유와 그로 인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이 위축되고 환경적인 파괴가 가속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아동 노동 문제와 빈곤 문제가 이에 깊이 영향을 받고 있음을 그리고 있기도 하다. 심해 채굴 문제는 현재로서는 문제가 크지 않다지만 법률적 취약점으로 인해 향후 커다란 문제로 비화될 여지를 안고 있다. 제한 기간 내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채굴을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법률 해석으로 빠른 반대를 하지 않으면 어디서나 채굴이 가능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2부 역공급망][3부 재활용보다 좋은 방법]은 채굴로 야기되는 문제들을 언급한 이후의 이 장에서 중고나 폐기되는 전자제품들 속의 금속에 경제성을 언급하며 재활용이나 재사용되는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중고 제품들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고 전기차 배터리에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으로 전기를 충전해 발전소로 전달하고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중고나 폐기되는 전자제품들에서 금속을 다시 수거하는 경우보다 앞서 말한 사례처럼 다른 용도로 중고를 그대로 재사용하는 경우 등 환경 파괴를 막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긍정적이기도 했다.

 

지상이든 심해든 채굴 자체가 환경, 생태계, 인간의 터전을 파괴하는 부분이 심각한 관계로 인류는 자전거나 전기차 등의 비연소 운송 수단이나 15분 도시제 같은 해법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15분 도시제가 인간의 이동에 자유를 제약한다는 대중들의 문제 제기도 일리가 있으며 전기차의 화재나 갇힘 사고 또 자동차와 사고날 시 자전거 탑승자가 상당한 부상이나 사망의 우려가 있을 수 있는 등 인식의 변화와 제도로 해결이 동반되어야 할 문제들도 산재해 있지 않나 싶다. -환경문제만을 보자면 전기차 생산이나 일회용 컵 대용을 위한 텀블러 생산, 비닐봉지를 대체하기 위한 장바구니 생산 등에 더욱 막대한 탄소가 배출되며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한 대, 텀블러 하나, 장바구니 하나를 몇 년씩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환경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접근은 숙고를 거쳐 나아가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저자 빈스 베이저 씨는 보도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서 그의 대표작 [모래가 만든 세계]는 윌슨 문학상 과학부문과 캘리포니아 도서상 최종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필력과 메시지 전달에 있어 남다른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본서에서도 문제의식만큼이나 그의 필력이 다르게 다가온다.

 

경제적 이점과 국가 경쟁력, 자원을 통한 국가 간의 갈등 문제도 중요히 부각되고 있지만 환경과 생태계, 인간의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는 문제들은 현시점만이 아니라 먼 미래의 후손들에게까지 심각한 타격을 줄 문제가 아닌가 싶다. 환경론자들이 이야기하는 환경적 문제들에 대한 담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이런 문제 제기들이 어느 만큼만이라도 사실이라면 인간은 현재를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경제나 경쟁력보다 이 문제가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사회적 인식도 제도적 대처도 분명 빠르게 제시되고 시행되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통해 익숙한 것들에 얽힌 문제들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는 자체로도 독서의 의의가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저자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돌아보고 저자가 제안하는 해법들과 그 이상의 해법들을 헤아려보는 시간을 대중이 가지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접근해 나갈 의지를 키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파워메탈 #빈스베이저 #까치글방 #북클럽 #서평단 @kachi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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