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인터뷰
로렌스 R. 스펜서 엮음, 유리타 옮김 / 아이커넥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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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의심하거나 거짓으로 본다 해도 어쩔 수 없는 내용이다. 작가의 말처럼 자료를 보내줬다는 인물은 죽었다고 하며, 자료의 원본은 작가가 자신이 살해당할 우려 때문이라며 모두 소각했고, 자료를 입증할 수 있는 정부는 기밀이라며 부정할 것이 당연하고, 자료를 구술했다는 이는 추락한 외계인이라니,  그대로 믿는 사람이 되려 모자란 이로 보이는 것도 당연하고 그리 판단한다 해도 당연한 책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기록된 문장 자체도 작가는 자신은 보내준 자료를 그대로 추려서 출간했을 뿐이라는 데도 수업 하나에서는 오리너구리 같은 동물을 디자인하고 창조해내는데 몇 년이 걸린다는 외계인의 구술이 있다. 수조 년의 역사를 이어왔다는 그래서 인간들의 기술력보다 수조 년을 앞선다는 그들의 기술력으로 고작 유전자 디자인하고 생산하는데 몇 년이 걸리다니, 수긍할 법한 수준의 구라로는 너무 생각없이 만든 구라가 아닌가 싶다.  

지금 인간의 기술력으로도 3D 프린팅만 정교히 할 수 있으면 짧은 기간만에 유전자 조작이 가능한 수준이다. 수조 년을 앞서는 외계인 기술로 오리너구리 같은 유전자 디자인에 몇 년이 걸린다며 그걸 그대로 믿으라니 우습지도 않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한 사람의 머리 속에서 나온 뇌피셜로는 나름 설득력이 없지 않고 치밀함도 있는 창작이라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인간들도 이즈비 즉 신적 존재라는 논리를 펼치는 데 기존의 종교 이론을 보정하면서도 나름의 종교성을 지니는 픽션이 아닌가 싶다. 

내용 자체는 구성도 몰입도도 수긍하게 하는 설득력도 제법 수려한 창작이다. 우주에 인간 아닌 그리고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적 생명체들이 존재하며 그들이 우주를 넘나들며 지구를 오간다는 것이 이 시대에는 거의 상식에 가깝다. 이젠 외계인과 미확인 비행물체 그리고 외계 존재의 기술을 복제해 지구내 기술력으로 창조해낸 미확인 공중현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외계존재가 블루빔 같은 기술로 종교적 기적을 조작해내며 신적 존재의 현현으로 자신들이 받아들여지도록 조작하거나, 아니면 종교 집단에서는 그와 상대적으로 이적이 일어나면 블루빔으로 이적을 외계인의 출현인양 조작할 거라는 식의 해석들을 내놓으며 서로가 서로를 문제 삼는 시대이기도 하니 말이다.

게다가 채널링 저작들의 수준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경우도 간혹 있다 보니 사람들이 현혹되기도 쉬울 듯하다. 잘 홀리는 사람들은 특히나 그렇지 않은가 싶다. 세상이 인간의 상식과 늘 상응하지는 않으나 또 그런 난점을 이용해 사람을 현혹하는 무리들도 있으니 언제나 중립을 지키는 선이 좋지 않은가 싶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읽으면서 나름의 힐링이 되는 부분도 있다. 앞서 말한 이즈비에 대한 개념과 정의가 그러한데 이걸 읽으면서 힐링이 되는 듯한 감상이 드는 건 아마도 인간이 만든 사회, 인간이 만든 종교, 인간의 도덕성과 인간성에 상당한 실망을 느낀 이들이라면 이 책에서의 주장이 제법 치유가 되는 듯한 느낌도 줄 것이다. 나에게는 그랬으니까 말이다. 재미 삼아 읽으며 나름의 치유를 받는 느낌을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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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맺음에 서툰 당신을 위한 심리학 - 잘 끊고, 잘 잊고, 다시 시작하는 법
게리 매클레인 지음, 신동숙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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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맺음에서툰당신을위한심리학 #게리매클레인 #종결심리학 @wisdomhouse_official

#위즈덤하우스 정기 서평단 위뷰1기로써 #도서제공 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삶의 많은 여정에서 미결의 사건들을 만들고는 한다. 우리가 의도하거나 의도하지 않거나 이런 미완결된 스토리들은 우리 삶의 곳곳에 쌓여간다. 가족, 친구, 지인, 학교, 회사, 취미를 위한 동아리, 온라인 관계 등 인간과 인간, 인간과 조직 사이 어느 틈에서건 완료되지 않는 문제들은 만들어진다. 이 책은 그러한 끝맺음을 맺지 못한 사안들이 심리적으로 주는 위기를 조망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몬클레어 주립대학의 겸임 교수이자 뉴욕에서 심리 상담 센터를 운영한다고 하는데 미국상담협회 산하 성인 발달 및 노화 협회 회장을 역임했다고 한다. 저자는 20여 년간 수만 건의 상담으로 인간의 ‘종결 욕구’가 심리적 회복을 어떻게 방해하는지에 주목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종결 심리학’이라고도 불리는 저자의 연구 관점을 가져온 것 같다.

저자는 본서에서 종결의 의미와 정의를 돌아보는 1부와 인간이 종결을 왜 원하는지를 풀어간 2부, 끝맺음을 위한 단계적 훈련을 이야기하는 3부, 원하는 종결과는 거리가 있을 때의 태도와 관점을 논하는 4부로 구성해 서술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미완의 과거나 해소되지 못한 문제에 맺힘을 갖고 어떻게든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심정을 저자는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의 고유한 특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종결짓기를 바라는 마음이 상황을 해결하고 성장하는 계기도 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더 큰 고통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하며 ‘이러한 고통까지도 개인적인 성장의 밑거름이 될지 모른다’고 한다.

대부분 종결을 원하는 사안에 대하여 ‘이해해주기’를 바라거나 ‘용서받기’를 바라거나 ‘복수하기’를 바라는 등에 있어 상황을 자기가 ‘통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보며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해야 한다거나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자체가 일종의 이삼심리적 기대라고 읽히는 서술이기도 했다.

저자는 이보다는 수용과 의도가 중요하다고 주목케 한다. 의도가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과, 같은 실패나 같은 문제를 인간이 거듭 짓는 까닭은 이상심리가 아니라 동일한 사건에서도 다른 스토리를 만들거나 읽고 싶어서라는 식의 서술을 했는데 이 대목과, 저자가 의도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대목이 연결되어 읽혔다. 그래서 ‘의도적 스토리 쓰기’라는 개념이나 표현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사건 자체보다 의도가 더욱더 중요하며 수용하고 상황을 재해석하는 것이 더 나은 접근이라는 저자의 마무리가 의도적으로 자신의 사건에 대한 스토리를 다시 써나가는 것이 사건의 끝맺음을 억지스레 자신에게 강요하는 것보다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본서에서는 저자의 상담 사례와 일화 등 많은 예들이 등장하며 이 사안에 대한 인식과 태도와 과정에서의 행위를 변화시키는 다양한 양식들이 서술되어 있다. ‘의도 파악’ 등 자기 자신의 변화만이 아니라 ‘대화’나 자신과 관계 또 상황의 ‘점검’ 등 마음과 상황, 관계에서 필요한 요소들을 다루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전제는 끝맺자는 억지스런 추구보다 받아들이는 것과 재해석에 있다고 보인다.

본서에서의 일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연인의 외도를 의심해 헤어지는 과정과 그 이후 다시 만나 상대에게 ‘니가 잘못했다’ ‘너는 내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종결지으려던 남자의 사례와 저자와 그 친구가 후원하던 외국인 한 사람이 후원받은 돈을 밝혀오던 바와 다르게 사용해 그를 불신하게 되어 관계를 끊으려다가 다시 만난 자리에서도 그가 말하는 일상이 현실과 달라보여 관계가 단절되었는데 그로부터 가까운 시기 그가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다시 그의 가족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으니 저자와 친구 또 그가 문제가 있던 날들에도 그는 죽어가고 있었다는 걸 듣고 저자가 평생 끝맺어지지 않는 문제로 품게 되었다는 일화다.

모두 종결에 대한 그릇된 집착과 추구가 상황이나 상대에 대해 오판하게 만든 경우인데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오판을 지나칠 정도로 자주 하지 않나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본서가 갖는 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이 어쩌면 이런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오판들을 자제시켜 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누구나 삶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있고 그 때문에 가슴이 저릴 때도 있다. 그러한 순간 답이 주어지기만 바라기보다 본서와 같은 책으로 다른 관점과 태도를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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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의 뇌과학 -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나를 설명하는 뇌의 숨겨진 작동 원리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조성숙 옮김, 박문호 감수 / 다산초당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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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의뇌과학 #엘리에저스턴버그 #다산초당 #뇌과학 #무의식 #서평단

다산초당 @dasanbooks 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에서 무의식이 언급되어 인문학을 좋아하는 분들과 심리학을 애호하는 분들에게 남다른 기대를 품게 하는 저작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제가 [NEUROLOGIC]이니만큼 신경과학 즉 뇌를 벗어난 무의식의 경계는 다루지 않는다.

저자는 예일대 뉴헤이븐 병원의 신경의학자이자 신경과학자라고 하며 ‘뇌 연구를 통해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인간의 인지과정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신경과학과 철학을 동시에 전공한 사람으로 저술 전반에서 전문 분야라고 해서 건조하거나 무거운 필치만으로 서술하고 있지는 않다. 이 분야에 대해 처음 독서하는 분들께서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고 새로운 독자를 유입하기에도 충분한 필력이라고 생각되었다.

신경과학을 다룬 책이다 보니 여러 행마다 뇌의 해당 부위들이 언급되고 있지만, 본문이 시작되기 이전에 4페이지에 걸쳐 뇌 지도가 제시되고 있어 서술된 기능을 하는 뇌 부위가 어디인지 시각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본서의 주제는 무의식이라기보다는 ‘자아의식’이라고 저자 자신이 정의하고 있다. 본서는 그를 돌아보는데 ‘뇌의 의식계와 무의식계의 작동방식을 모두 추적하여 두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동시에 작용하는지, 더 중요하게는 어떻게 상호작용해서 우리의 경험을 만들어내고 자아의식을 유지시키는지를 살펴보는’ 저작이다.

본서의 첫 장은 의식의 빈틈을 메우는 메커니즘을 다루고 있는데 시각장애, 청각장애, 꿈, 찰스보닛증후군, 이상한 나라 앨리스 증후군, 대뇌다리 환각증 등의 장애나 이색적인 뇌 신경 이상을 통해 인간의 의식이 비어버린 자리를 어떻게 무의식이 대리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의식과 무의식이 상호작용을 통해 여백이 생겨버린 의식의 간극을 무의식이 메우면서 자아의식을 유지하려는 시도를 돌아보는 것이다.

습관, 상상훈련, 기억의 편집, 외계인 납치와 임사체험, 조현병의 환청, 최면 등을 코타르 증후군, 카프그라증후군, 외계인 팔 증후군, 한국에서는 가위눌림이라고 불리는 수면마비, 서브리미널 등을 통해 (전체 8장까지 중 1~7장에 걸쳐 저자의 연구들을) 서술하고 있다. 그 외에도 습관의 형성을 차단하거나 고치는 법, 멀티태스킹을 쉽게 하는 법(본서를 읽기 전에는 멀티태스킹은 인간에게 부적합하고 불가능한 것이라 믿었었다), 운동 기법들을 빨리 익히는 법 등을 본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적용한다면 익힐 수도 있으며 공감을 더 잘하는 법과 운동과 학습 그리고 일상에서의 기억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를 이해함으로써 기억하는 법을 구체화할 수도 있다.

본서는 무의식계가 의식계에 빈틈이 생기면 작용하기 시작해 비합리적인 행동을 합리화하고 배우 비논리적인 상황을 논리적으로 그럴듯하게 설명하려 작용하는 것에 대한 연구를 서술함으로써 우리를 이루는 것은 의식만이 아니라는 것을 무의식의 기능을 통해 설명해내고 있는 책이다. 이러한 이해 자체 보다 이러한 이해에 가닿은 연구에서의 성과가, 우리의 자아에 대한 이해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더 풍부히 할 수 있다는 것도 수용되는 바였다.

자아니 의식과 무의식이니 하는 거창한 표현이나 용어라는 것 자체가 결국 인간, 나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지 않은가? 인간에 대한 이해, 나에 대한 이해는 학문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본질과 현상이랄까를 모두 아우르는 총체여야 할 수 있으니 이성에만 영향을 주는 이해일 수 없고 우리의 일상 자체에도 강력한 영향을 주게 된다고 생각한다.

본서에 대한 이해는 머리로 하겠지만 본서의 연구가 주는 이점은 개인이 적용하기에 따라 일상 전반으로 확장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과 이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자체가 우리를 좀 더 심리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일상적으로도 트이게 만들 것이다. 본서의 서술은 이상 현상을 다루기도 일상의 습관과 기억과 꿈과 행동을 다루기도 하며 우리의 자아의식을 조망하게 하는데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연구의 대상에 면면이 앞서 말한 대로 일상이자 이상이고 이성이며 심리이지 않은가? 그러한 이해들이 결국 우리를 더 우리다운 길로 인도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자신을 좀 더 이해하고자 바라는 분들의 선택일 본서를 통해 적지 않은 깨우침과 일상의 팁들이 주어질 거라 장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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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심리학 - 미술관에서 찾은 심리학의 색다른 발견
문주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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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간심리학 #문주 #믹스커피 #원앤원북스 #인문 #예술 #심리학 #서평단 @onobooks


원앤원북스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는 알타미라 동굴 벽화를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보면 잘 그렸다고 말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피카소 마저 "알타미라 이후의 미술은 이제까지 퇴보해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마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 그려진 들소가 피카소 자신에게 준 충격을 과장하고 미술은 역사 저너머에서도 인간의 창조성을 증거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서도 사냥 대상에게 가졌던 인상, 경이와 두려움 그리고 바람을 모두 엿볼 수 있다. 선사시대의 인류와 현대인 사이의 교감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미술은 한 개인의 창조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은 그 인간 안의 무엇과 집단 안의 무엇 그러니까 인류 전체의 무의식과 창작자의 압도된 감정과 생각을 통해 예술가와 감상가를 아우르며 하나의 우주 속에서 교감하게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성찰과 통찰 그리고 경이를 동시에 미술 작품을 통해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가 미술 작품을 보며 선과 도형, 초점과 거리, 비율, 색깔과 명암 등을 통해 보는 '기술적 그림 읽기'나 은유된 것이 무엇인지 해석해내는 '상징적 그림 읽기' 그리고 창작자 개인의 서사를 통해 감상하려는 '화가 개인 서사적 그림 읽기' 또 미술사에서의 기법과 분류를 통해 보는 '미술사적 그림 읽기'만으로 만족해서는 안되는 것이 아닐까? 이쯤에서 '심리학적 그림 읽기'가 감상의 중요한 요소로 다가오는 것도 같다. (여기서의 분류는 리뷰어 개인의 정의이고 표현이다.)

본서는 예술과 광기를 동시에 품은 화가들이 적지 않았음을 주지시키며 시작되는 데 예술의 장르와 국가에 구분없이 이중섭, 천상병,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버지니아 울프가 정신과적 이상을 보였으며 또 학문의 영역에서도 니체와 같은 심각한 광기나 쇼펜하우어 같은 준광기를 보이는 광기의 학자들이 있어왔음을 알기에 충분히 수용이 되는 접근이었다. 본서에서 화가들의 자화상들을 통해 그들의 내적 자기 정의와 내적 두려움과 불안을 파헤치기도 하는 데 이건 비단 그림 감상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화가의 내면을 그려보는 방식을 자신에게 적용하며 자기를 좀 더 풍부히 이해하는 방향에서 적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다. 이후 화가들의 내면을 엿보게 해주는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장 역시 그랬고 색채를 통해 화가의 내면을 해석해 보는 장과 그들의 자아가 표현된 상징들을 해체해 보는 장도 그랬다.

미술 전공자인 저자가 경력 단절을 겪었다가 미술로 다시 회귀하는 과정에서 미술치료를 공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미술치료 상담사로 활동하며 만난 내담자들의 그림을 긴 설명없이, 화가들의 그림들을 소개 하는 마지막 마다 드물게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 자체가 이 책을 통해 화가의 내면을 이해하여 그림에 표현된 그들의 의식과 무의식을 이해함으로써 좀 더 풍부한 감상을 하는 데만 이 책의 집필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는 짐작을 하게 했다. 자기를 표현하는 양식들을 이해하고 독자들도 자기를 표현해낼 기회를 가져보며 좀 더 자기 이해와 자기 수용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는 감상이 들기도 했다.

창조적 활동은 결국에는 자기 이해이자 자기 수용이며 자기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이해하고 감상함으로써 감상자가 가질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있다고 생각한다. [트라우마, 극복의 심리학]에서 에디스 시로는 타인의 트라우마를 목격하는 것만으로 심리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그에 더해 타인이 그가 처한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목격함으로 인해서도, 목격자 역시 정신적 성장을 이룬다는 심리학 연구 결과에 대한 언급을 한 바있다. 미술이라는 것이 집단 무의식만이 아니라 개인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거나 개인의 정신 그 자체라고 한다면, 화가가 놓인 문제를 이해하고 화가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어떻게 그를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상처와 아픔, 괴로움을 승화하고 있는지를 목격하는 감상자 누구나도 정신적 성장을 이루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저자가 자신의 내담자들의 그림을 보여준 의도처럼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창작 활동을 통해 치유로 다가선다면 그 역시 더없이 좋을 것이다. 물론 창작이란 미술에 한정되지 않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본서에서도 정신과에 입원한 상태로 그림과 저술을 함께한 예술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더 나은 감상만이 아니라 더 나은 자신을 위해 살아갈 일이 아닌가? 그런 각도에서 참 유익함을 주는 책이 본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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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구급약 - 감정이 상처가 되기 전에
가이 윈치 지음, 임지원 옮김 / 유노책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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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의구급약 #가이윈치 #유노책주 #서평단 @uknowbooks

 

유노북스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육체적 상처나 부상에는 즉각 응급처치를 받던가 장기 요양을 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만, 심리적 문제에는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싶다. 그렇다고 대부분에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는 가벼운 정도에서 그치고 마는 경우만 있는 것도 아닌 듯한데 말이다.

본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거부, 고독, 상실, 죄책감, 반추, 실패, 낮은 자존감”의 이 일곱 가지 문제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는 마음의 상처이기도 하고 사람에 따라 고통의 밀도나 상흔의 깊이가 깊고 오래가는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자기 몸의 상처에는 밴드라도 붙일지언정 마음의 상처에는 나 몰라라 하는 경향이 짙다. 몸에 상흔이 깊이 남는 것은 싫다면서 마음의 상흔은 깊이 남아 자신과 타인에게 장기적인 문제 요인을 안게 되는데 둔감하고 마는 것이다. 본서를 읽고 보면 우리 마음의 상처가 이렇게 큰 문제였구나 이렇게 응급처치를 하면 되는 거였구나 하는 깨우침이 들기도 한다.

거부는 우리가 겪는 다른 마음의 상처들보다 훨씬 더 살을 에는 듯한 통증을 준다고 한다. 뇌 영상 촬영 결과 거부당하는 경험을 할 때 뇌의 부위가 육체적 통증을 느낄 때의 부위와 같았다는데 실제로 거부를 당하는 순간 사람은 심하게 명치를 맞거나 칼로 가슴을 찔리는 것과 같은 통증을 느낀다고 한다. 이것을 우리가 겪는 것에서만 대입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나로서는 내가 거부한 사람들이 느꼈을 심정을 떠올리게도 되었다. 간혹 노골적으로 귀찮다거나 빨리 가주었으면 하는 태도를 겉으로 드러낼 때가 있었는데 그때 상대가 느끼는 것이 육체적 통증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저 약간의 거북함 정도만 느끼고 말 줄 알았다.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타인에게 내가 겪고 싶지 않은 반응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제대로 알게 되는 것 같다.

고독은 이미 [연결의 법칙]이라는 데이비드 롭슨의 책에서 그 심각성을 알게 되었는데 고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비만도 등을 높여 성인병 지수를 높이거나, 내분비계 변화를 일으키기도 하고, 면역계 기능에도 영향을 주며, 정신 능력을 저하시키고, 의사 결정 능력과 주의력,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판단력을 손상시키거나 알츠하이머병이 빨리 진행되게도 하는 것이 고독(외로움)이라고 한다. 게다가 외로움은 전염력이 있어 외로운 사람과 접촉하면 그 이후 그와 비슷하게 외로움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외로운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그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상대의 매력과 지능을 덜하다고 보게 된다는 것이다.

상실과 외상은 누구나 다 겪는 것이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각 개인의 특성이 다르기에 심각하게 겪는 사람은 타인과 비교해 규모와 깊이가 큰 피해를 겪는다고 한다. 상실과 외상은 인간관계를 황폐하고 하고 정체성을 뒤엎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죄책감은 개인의 기능과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한다. 스스로의 필요와 의무에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을 저해하고 자신을 심하게 비난하거나 질책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의 인간관계를 파괴하는 영향력을 지닌 것이 죄책감이다.

반추 사고는 지나간 사건에 대한 정서적 고통을 심화시키며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을 높이고 우울한 기간을 늘리기도 한다. 알코올 남용과 섭식 장애를 불러오고 문제 해결 능력을 손상하고, 심리적 생리적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이런 반추 사고를 하는 이들에게 그들의 문제를 찾게 하겠다면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그들의 상처를 더 깊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반추 사고는 한 번 형성되면 끈질기게 오래 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실패는 우리가 자신의 기술, 능력, 잠재력에 대해 스스로 매우 부정확하고 왜곡된 결론을 내리게 함으로써 자존감을 낮추는 영향이 있다고 한다. 또 자신감, 동기, 낙관주의를 침식하고 무너뜨려 무기력과 덫에 빠진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한다. 또 무의식적 스트레스와 공포를 촉발하기도 해 부지불식간에 점점 노력하고 싶지 않도록 만든다고 한다.

낮은 자존감의 장에서는 자존감이 낮은 것도 앞서 말해온 여러 문제를 아울러 일으키게 하는 문제가 있지만, 자존감이 지나친 것도 문제란 걸 알게 되었다. 자존감이 매우 높은 사람은 자신의 실수에서도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경향을 보이며 부정적 피드백을 믿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이런 경향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직장, 인간관계, 개인의 삶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문제들은 뒤섞이고 복합적이거나 상호 중첩되어 일어나는 경향이 많다. 상실의 상처가 죄책감을 불러오고 고독하게 만들며 타인의 거부를 불러오고 반추하는 경향성을 낳으며 거듭되는 실패를 야기하고 자존감을 낮추는 악순환이 벌어지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어느 마음의 문제가 시작이 되건 여러 다른 패턴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각각으로도 심각하지만 복합적이고 상호 중첩되어 상황을 악화시킬 때 더욱 이겨내기 힘든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악순환이 일어나기 전에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이런 응급처치의 방법들을 저자는 각각의 장에서 3가지나 5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본서는 이 처방 자체가 주제인 책으로 각 마음의 상처를 실제 저자의 상담 사례들과 일화로 설명하고 그와 거의 동일한 분량으로 치료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처방의 방식은 각 증상의 깊이나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지만 크게 보면 태도의 변화, 관점의 변화, 행동적 실천 이렇게 3가지 양식으로 처치 방법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베인 상처인지 맞은 상처인지 곪은 상처인지 부러진 상처인지에 따라 우리 몸에 각각의 다양한 치료법을 시행하듯 마음의 상처에도 각기 그에 맞는 대처법을 제시하고 있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혼란스럽고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혼돈을 해소해 주는 시원함이 있을 것이다.

마음의 상처에도 처방이 필요하고 처치를 해야 한다는 걸 이제는 대부분에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런 처치를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드물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런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내 마음의 상비약을 준비해 둔 든든함을 느껴보실 수 있을 거라 장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음이 아플 때 반드시 읽어 보시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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