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의 지배계급 300인 위원회
존 콜먼 지음, 이창식 옮김 / 들녘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도서가 절판되어서 중고도서로 구매해야 하나 망설였는데 중고도서 가격이 상식을 뛰어넘어서 어쩌나 한참 고민했던 책이다. 그러다 도서관 책이음 서비스를 통해 일독하게 되었다. 주말에 도서관에 책이 도착해 정말 나름 머리에서 열이 나도록 읽으려 했는데 1장이 시작됨과 동시에 다소 김이 샜다. 책의 내용은 전체를 읽고 보면 음모론에서의 상식적인 관점으로 역사와 현실을 지적하는 내용이지만 내가 음모론자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시각에서 읽어나가니 상당히 논지 전개에 미흡한 면이 많은 책이라고 느껴졌다.

 

이 책에서 전하는 내용은 익숙한 상식들과는 다를지도 모르지만, 음모론을 믿어 마지않는 사람들에게는 다분히 상식적이고 알고파 할 내용이다. 다만 그런 일부 사람들에게 상식적인 내용이라 하더라도 다수의 대중에게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기 위해서라면 관점 전개에 있어 어떤 일의 원인이 뭐였다는 단정만큼이나 어떻게라는데 근거를 명확히 전달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 일련의 사태의 배후는 이렇다에서 서술이 끝나버리면 음모론적 주제에 대한 상식이 없는 이들은 그들이 어떻게 배후라는 말이지?’라는 의문에서 그건 니 생각일 뿐이겠지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과거에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상대는 니 말대로 된다고 해도 그게 니 말이 맞다는 얘긴 아닐 거야로 단정 지어 버렸었다. 그 이후 세상이 그때 내가 말한 상황대로 흘러와 버렸지만 그 말이 기억나면 난 그런 생각이 든다. 많은 사태의 흐름이 음모론과 전혀 다름 없이 흐른다고 해도 사람들은 대부분 음모론의 시각은 각기 다른 사안들에서 일관되는 맥락을 찾아 주장하는 것일 뿐 그 맥락이 결국 음모론이 맞다는 걸 증거하는 것은 아닐 거다로 결론 지을 것이다. 신빙성이 있어 보여도 대부분은 사회에 근거 없는 낙천주의를 반영해 바라보기에 배후가 있다거나 세계를 자신들의 특정한 목적과 의도로 유도하는 세력이 있다는 시각에 대하여 세뇌에 기반한 반발을 한다.

 

이런 세뇌된 반발에 대응하려면 어떻게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들 세력이 세계를 제어하려 하는지를 먼저 설명하고 이후에 어떻게그럴 수 있는 세력으로 성장하게 된 건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본다. 2가지 전제에 대해 설득력 있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본서는 그런 전제로 시작하는 과정을 생략해 버렸다. 그래서 본서로 처음 음모론에 다가가는 분들은 불신부터 하게 될 우려가 크다고 보였다. 본서는 [그림자 정부] 시리즈라던가 쑹훙빙의 [화폐 전쟁] 시리즈 그리고 동아일보사에서 출간한 [위대한 전환]까지라도 익숙한 분들이라야 읽어보실 만한 책이지 음모론이 생소한 분들은 읽어도 아무런 이익도 없이 음모론에 대한 선입견만 더 커질 수 있을 책이다 싶다. 하지만 그건 독자의 책임이기도 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연애의 과정과 합의의 과정이 배제된 성관계라면 강간일 수 있다. 음모론적 시야를 갖게 해주는 다른 책들과 정보들에 다가서는, 연애와 합의와 전희의 과정을 거친 그 이후에 본서에 들어서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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