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마음 그리고 순수의식
하리쉬 조하리 지음, 김재민 옮김 / 여래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이 온라인 서점에 따라 중고 도서로 64천원부터 156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수행에 관심이 깊으신 분들이라도 딱히 그 가격에 사보실 필요가 없는 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스와라 요가에 관한 책이지만 스와라 요가 분야에 관한 다른 저작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런 고가를 지불하고 읽을만한 가치는 없는 책이라고 단언해도 될 것 같다. 나로서도 이 책을 오래전 이북으로 구매하고 잠시 읽다가 멈춘 후 몇 해나 지나 이제야 완독하게 되었다. 그리고 과거에 왜 읽다가 멈췄는지 새삼 알 것 같았다.

 

이 책의 제목마따나 스와라(svara)는 호흡을 의미한다. 호흡 그것도 이다와 핑갈라 두 콧구멍의 호흡에 교차나 주의를 추구하는 요가 계열에 대한 내용이다. 스와라 요가는 이론과 철학이 체계화되어 있고 다소 잡다한 규모일 수도 있는 요가 수행 계열인데 이 책은 그중 일부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분량이 적은데 반면에 그 분량 내에서 다룰 수 있는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기는 하다.

 

감상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체계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철학과 실수행 이론과 기복신앙이 혼합된 전승이다라는 감상이 들었다.

 

이다와 핑갈라 중 어느 구역의 호흡이 주도적이냐 그 주도적인 시간에 따라 평온하기도 하고 대인과의 운명이 달라지기도 하고 호전적이 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 사망 시점을 예측하기도 한다는 내용이 아주 구체적으로 나열되어 있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나열되어 있다는 말은 이다나 핑갈라 각각의 주도적인 시간에 따라 사람의 상태와 운명을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면을 호흡에서의 좌우 양쪽 콧구멍의 주기가 바뀐다는 것을 밝혀낸 현대 의학의 예를 더해 과학적인 양 포장하기도 하는데 나의 경험으로는 과거 비염과 축농증이 심해질 때 프로폴리스를 처음 복용하고 알레르기 증상으로 상당 시간 양쪽 코 모두로 호흡을 할 수 없어 입으로 호흡했던 경험이 있다. 이 책의 저자가 서술한 스와라 요가 가르침대로라면 난 이미 그 시점을 기준으로 96분 이후 죽었어야 한다. 걸어다니는 시체가 이 리뷰를 쓰고 있어 스와라 요기 분들에게 상당히 죄송한 마음이다.

 

하지만 호흡을 어느 콧구멍이 주도하느냐에 따라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우열이 한정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완될 때 평온하고 대인 관계상 평화롭게 대응하기에, 보다 사교적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기는 한다. 긴장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보다 예민해지고, 그런 긴장도가 길게 이어질수록 과민하고 신경쇄약이 되고 타인을 대할 때도 그런 성향이 드러날 수 있을 테니, 어느 콧구멍의 호흡과 신경의 작용이 연계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스와라 요가의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적 특질이 어느 코로의 호흡이 우세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 일부 가능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신경이 과도하게 한 측만 작용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건강상의 이상도 나타날 수 있고 극단적인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고는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콧구멍의 호흡이 우세하고 그 주도성이 몇 시간 지속되면 몇십 일 만에 죽고 그 이상이면 몇 주 내로 죽고 그 이상이면 며칠 내로 죽고 그 이상이면 몇 시간 내로 죽는다는 건 사실 신뢰가 깊이 생기지 않기도 했다. 물론 스와라 요가 철학을 신봉하는 분들이 부처님께서도 자기 죽을 시간을 예언하셨고 다수의 수행자들이 자신이 언제 죽을지 정확히 예언한 건 이런 체계적 가르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한다면 대응할 말이 없기는 하다. 그럴 가능성이 100% 없는 것도 아닐테고 말이다. 하지만 이미 말한 나의 사례처럼 입으로만 호흡을 지속했던 경험이 있지만 나는 아직 살아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가르침 내지는 수행체계가 기복신앙적이라고 느껴졌던 대목은 남편의 어느 콧구멍이 주도적이며 아내는 어느 콧구멍의 호흡이 주도적일 때 성관계를 가지면 각각의 경우 아들이 태어나는 경우와 딸이 태어나는 경우를 명확히 분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들만 내리 다섯을 낳는 가정과 딸만 내리 일곱을 낳는 가정이 있는 경우가 드물게 보이는데 그렇다면 아들 낳는 체질적 결합과 딸을 낳는 체절적 결합이 있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추론은 그다지 논리적 모순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결론이기도 하지 않은가? 이러한 체질을 호흡을 통해 제어하는 것이라고 스와라 요기들이 이야기한다면 나름 납득이 되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만약 어느 콧구멍이 우세하느냐에 따라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우열이 달라진다는 과학적 발견이라도 더해진다면 더더욱 그들의 주장은 신빙성 있다고 평가될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그럼에도 스와라 요가가 기복신앙적으로 느껴진 것은 그렇게 호흡 우세에 따라 결합한 부부가 낳은 자녀가 그런 관계의 1일에 잉태되는지, 3일째 잉태되는지, 5일째 잉태되는지, 7일째 잉태되는지, 15일째 잉태되는지에 따라 각각의 운명이 정해진다고 하는 것에서 이건 신앙에 문제구나 하고 단정 지어졌다. 아이가 착한 아이가 될지, 불임이 될지, 반골기질이라 카스트제도에 역행하는 아이가 될지, 악한 아이가 될지, 단명하는 아이가 될지가 다 정해진다고 보고 있는 것이 스와라 요가 가르침이다. 이런 운명론은 누가 보아도 과학이라기보다는 맹신과 관련 지을 것이다.

 

나도 운명을 믿기는 하지만 그건 태어나는 아이가 자신의 신체적 특성과 물적 환경, 인적 환경을 선택할 수 없고 자라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지는 학교에서의 인적 배경과 회사에서의 인적 배경, 군대에서의 인적 배경 어느 하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자극원에 반응하는 것은 개인의 의지와 성향에 따른 것이지만 개인의 의지와 성향이라는 것도 유년 시절부터 쌓여온 경험에 따라 구축되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의도 역시 프로그래밍 된 것이 아웃풋 되는 경우의 수가 더 많다는 말이다. 물론 그럼에도 주도적으로 그런 프로그래밍을 타파하는 것은 의지에 달린 것이겠지만 그 의지에 작용하는 것도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자극원에 반응하며 조성되는 것이기에 빼도 박도 못하는 자극원들은 운명이고 그 운명을 만드는 자신의 의지에 주는 영향이 결코 작지 않다는 말이다. 아무리 보더라도 이런 자극원들을 자신이 조성하고 제어하여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한 학생이 학교에 입학했더니 학원 폭력이 있다면 그에게는 학교 폭력의 주도자나 동조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거나 방관자가 되는 경우의 수밖에는 없다. 운명의 노선은 이미 한정되고 정해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정말 운명을 벗어날 수 있으려면 학원 폭력을 타파할 수라도 있어야겠지만 그런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학생이 과연 몇이나 있을 수 있을까? 게다가 이런 반응을 보인다고 해도 학원 폭력이라는 자극원은 그 학생이 만들어낸 것이 아닐 것이다. 학원 폭력이 없는 학교에 진학해 학원 폭력 주도자가 되는 학생이 있는 상황이라도 그 학생이 주도하는 행위를 장악하고 있는 의식은 앞선 자극원(인적 환경과 물적 환경의 자극으로부터 형성된 자신의 의식)들로부터 형성된 것이다. 운명의 영향은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런 운명이란 의식을 갖는 이유는 1차 자극원(출생과 함께 주어지는 환경)을 바꿔줘도 그렇고 2차 자극원(교육과 지도)을 바꿔줘도 그렇고 그 운명을 바꿔줄 수 있다고 믿어서이다.

 

그런데 스와라 요가는 점쟁이들이 믿는 운명과 하등의 다를 바 없는 운명론을 펼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수행 체계인가 하는 내적 저항이 일었다. 물론 운명에 대한 내용 서술만이 이 가르침 체계의 전부는 아니다. 3구나와 5원소를 대응한 수행, 챤팅을 더한 체계적인 수행법으로 크샤타 차크라 베다나(시각화를 중심으로 여섯차크라를 관통하는 수행체계) 수행과 호흡을 접목한 상승공법이기도 하고, 인체 상태에 따른 아유르 베다적 대응법들을 다루는 의학적으로 실용적인 체계이기도 하다.

 

다만 그러한 체계화된 수행에 기복신앙이 더해져 옥에 티 같다는 인상을 깊게 더해주기도 했다. 수행체계로 접근하시는 분들에게 더더군다나 본서는 맞지 않을 것이다. 수행 외의 내용만 너무 잡다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유르 베다적인 의학적 접근에서는 그나마 나은 면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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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1-08 1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품절되었다지만 중고 가격이 상당하네요 ~! 뭔가 있긴 있나보군요 ㅋ 호흡에도 기술이 있다니 신기합니다~!!

이하라 2023-01-08 17:49   좋아요 1 | URL
있기는 하지만 요즘 출간된 더 나은 책들이 많아서 그런 고가에 구매할만한 책은 아니예요. 요가나 선도 어디서나 호흡은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호흡 수행은 기본이고 근간이예요.^^

얄라알라 2023-01-08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세먼지 공습으로 깊은 숨 쉬기도 망설여지는 요즘인데,
제가 걱정하는 숨쉬기는 얕은 차원이고
이하라님께서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아요^^ 이 분야는 잘 모르는데, 꾸준히 찾으시는 분들이 있으신가보네요. 중고가격을 보니^^

이하라 2023-01-08 17:53   좋아요 0 | URL
수행에서의 호흡과 일반적 호흡은 접근하는 양식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다르다고만 하기에는 같은 호흡인 것도 분명하네요.
중고가는 고가이지만 이북도 있어서 중고책 구매하는 분들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