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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군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폭탄 테러를 할 것이다누가 이 성전(지하드)을 위해 용맹히 산화하겠느냐지원자는 나서 거라.”

 

자살폭탄 테러를 계획한 아부바르크의 물음에 서로 눈치를 보며 잠시 머뭇거렸으나 금세 지원자들이 나섰다.

 

제가 가겠습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라일라의 남편 이스마일과 모나의 남편 무스타파가 나섰다그 외의 지원자들도 나서려 했으나 그보다 앞서 아부바르크가 그들에게 말했다.

 

그래너희 둘이 가거라너희에게 각자 72알의 흰 건포도가 주어질 것이다.”

 

72알의 흰 건포도는 무슬림 전사가 용맹히 전사하였을 때 무슬림들의 천국에서 주어지는 72명의 처녀를 의미했다그것은 죽음을 달갑게 맞이하라는 부추김 같은 그런 말이었다결혼을 한지 이틀 만에 이스마일과 무스타파는 자살폭탄 테러를 위해 아탈라로 떠나 사망했고 라일라와 모나는 미망인이 되었다.

 

와합 마을의 주변 사막은 온통 IZ의 훈련소가 되었다아부바르크가 전 세계 무슬림들에게 지하드에 뛰어들어 용감히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는 지하드 전사가 되기를 촉구하는 동영상을 촬영해 올렸다그와 동시에 정말 말 그대로 전 세계 각지에서 무슬림 청년들이 와합 마을로 찾아들었다.

 

단도를 그 높이로 찌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혈관을 절단하는 거야.”

 

영국에서 온 SAS 출신 전사인 파델이 신참들에게 근접전을 가르치고 있다무자히드도 그 가르침을 받고 있었지만 지브릴은 요즘 들어 무자히드가 어떠한 표정이라도 얼굴에 드러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그는 자밀라와 신혼이었는데도 전혀 행복이 무언지 모르는 것만 같았다지브릴은 그를 보며 원망과 시샘을 가질 틈을 찾지 못했다지브릴과 함께 IZ 대원으로 자원해 이슬람의 시대정신을 거치는 이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하나둘 행복을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오후가 되자 신참들과 기존 전사들 중 결혼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결혼식이 있었다미망인들도 참가하라는 말을 듣고 라일라와 모나 역시 찾아왔다.

 

라일라는 모나가 라일라의 차도르 소매자락을 끌어당기는데도 불구하고 아부바르크에게 물었다.

 

지도자님저희는 미망인이 된지 이제 3일이 됐을 뿐이에요죽은 남편을 애도할 시간도 없는 건가요?”

애도는 필요 없다그들은 이미 천국에서 천국에서의 삶을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너희는 무슬림으로서 지하드를 다하며 죽어갈 전사들을 남편으로 맞이하여 위로하고 그들의 노고에 보답하면 될 뿐이다.”

 

망설여지는데도 불구하고 말을 꺼냈던 라일라 덕분에 라일라와 모나 둘 다 자신들의 처지를 선명히 알게 되었다. ‘이 시절에 태어난 우리는 그저 소모품일 뿐이구나’ 라일라도 모나도 그리 깨달았다그리고 아무 저항 없이 라일라는 기존의 전사 하싼과 모나는 신참인 하림과 짝지어졌다.

 

하싼은 라일라가 무표정한 걸 보고도 이 아름다운 여성과 결혼하게 된 것이 너무도 만족스러웠다대개의 신참과 기존의 전사들 중 이번 결혼에 불만을 나타내는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하싼 만큼 흡족해하는 사람도 흔치는 않았을 것이다.

 

전사들은 아탈라의 근교까지 진격해 들어갔다하지만 정부군이 줄행랑을 칠뿐 전사자는 한 명이라도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다하루하루가 가면 갈수록 지하드에 지원하는 유럽과 미국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지원자들이 넘쳐나게 들어왔다동아시아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까지 청소년 한 명이 지원해 왔을 정도다심지어 유럽과 미국에서도 중앙아시아에서도 소녀들이 전사들을 위한 아내가 되어 헌신하겠노라며 지원해 오는 경우들도 허다해졌다모두가 이슬람의 시대정신에 열광했다.

 

와합 마을을 시찰하면 이젠 거리를 메운 모든 남성이 검은색 전사들이었고 모든 여성은 차도르를 걸치고 있었다그들은 전사가 아니면 전사의 아내들이 되고자 태어난 사람들인 양 그리 믿고 와합 마을로 모여든 것이다.

 

마을 소년 하싼이 거리를 지나다 차도르를 걸친 라일라와 마주쳤다.

 

라일라 굉장히 오랜만에 외출했나 봐요요즘 통 보이지 않더니요.”

하싼 너는 절대로 죽을 일은 하지 말 거라절대로 죽지 마라하싼!”

 

라일라는 자신의 남편과 이름이 같은 이 소년에게 맥락도 없이 죽지 말라고 죽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는 눈물이 그렁해져서 돌아섰다.

 

 

우리는 아탈라라는 요충지를 획득할 것이다이곳은 본래 우리 무슬림들의 땅이니 이교도이자 악의 화신인 미국 군대와 결탁한 저 배도자 무리에게는 정당성도 알라의 뜻도 함께하지 않는다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아부바르크의 연설로 전사들은 이제 전투할만한 의욕이 깃들 제대로 된 전쟁을 하게 되었다고 만족해하며 웃었다지브릴은 무자히드도 웃는 것을 보았다하지만 그의 웃음은 뭔가 허탈한 듯한 웃음이었다.

 

아부바르크는 다시 한번 폭탄 테러를 지시했다이번에도 자밀라의 남편 하싼과 모나의 남편 하림이 지원했다아부바르크는 하싼이 지원한 것에서는 못마땅한 무언가가 있는 듯한 표정이었으나 잠시 고심하는 듯하다가 이내 허락했다.

 

하싼과 하림은 지프차에 폭탄을 싣고 아탈라 인근 정부군 집결지 부근에서 자폭했다이들도 결혼 며칠 만에 자살 폭탄 테러에 자원한 것이다들리는 말로는 라일라의 울음소리가 그녀의 대문 밖까지 울려 퍼졌다고 한다라일라도 모나도 두 번째 미망인 생활이 되었다하지만 그들도 그 기간이 그리 길 거라 짐작하지는 않았다게다가 그들이 잃을 건 이제 남편만이 아니었다.

 

 

야심한 시간에 아부바르크가 소집을 했다지브릴을 비롯한 대원들은 하나둘 본부 막사로 모였다지브릴이 대원들 틈에 끼어 막사로 들어서자 막사 중앙에 피투성이가 된 무자히드와 자밀라가 보였다.

 

이들은 배도자들이다성전을 위해 죽음도 불사해야 할 전사와 그를 내조해야 할 그의 아내가 함께 탈영하려 했다이들은 알라의 뜻을 배반한 것이다.”

 

무자히드와 자밀라는 이미 죽음을 받아들인 듯 아무 말도 없었다아니면 탈영 중 잡혀 모진 폭행을 당하다 지쳐 말할 기운도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지브릴은 답답하고 암담했다.

이들을 어찌해야 하나어찌할 수 있나도대체 난 어떡해야만 하는 걸까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가?’

 

그가 자괴감에 빠져있는 동안 아부바르크는 간명하게 지시했다.

 

이들은 내일 오전에 처형할 것이다그때까지 가둬두고 물 한 모금 주지 말아라.”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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