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은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가 - 독은 어떻게 약이 되고 독이 되는가!
다나카 마치 지음, 이동희 옮김, 정해관 감수 / 전나무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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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있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흥미롭게 읽을만할 거라는 감상이 드는 책이다. 독성학에 대한 독서로는 최초의 책이었지만 미국에서 있었던 탄저균 배송 사건이나, 극독 자살 사건, 또는 무협소설 등이나 사극에서 등장하는 이독치독이라는 개념을 접해본 누구나가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이라고 본다. 

 

본서는 클레오파트라의 자살사례와 역사에 남은 독살 사례 등이 등장하기도 하며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 대중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서술을 하고 있는 저작이기도 하다. 물론 말 그대로 전문적인 내용이다 보니 독의 작용을 다루는 대목에서는 진지한 서술이기도 하지만 실제 독의 기원과 독이 적용된 역사적 내용들이 더해지며 쉽게 흥미를 잃을 수 없도록 전개된다. 

 


 

무엇보다 독성학의 관점은 독과 약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며 본질적으로 그 둘은 같다고 정의하고 있다. 똑같은 화학물질이 어떨 때는 독이 되고 어떨 때는 약이 되는 것은 단지 양의 차이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독이 작용하지 않는 양을 이야기 하는 '무효량'이나 독이 작용하는 '중독량', '효과량'을 이르기도 하지만 독을 이야기하며 중요한 것은 반수치사량이라고 하는, 이 양을 투여하면 실험동물 중 50%가 죽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치를 의미하는 'LD50'일 것이다. LD50은 1kg당 몇 mg이 투여되면 반수가 사망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그런데 이 지표상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극독들 중 상당수가 마취제나 진통제나 특정 효능을 가진 약으로 쓰이고 있기도 하다. 말 그대로 독이 곧 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주의할 것은 LD50도 몸 속으로 들어오는 경로에 따라 같은 물질이라도 그 값이 다르다고 한다. 예를 들어, 쥐에 대한 독약 스트리크닌의 LD50의 경우 경구 투여에서는 20mg/kg이지만 복강 내 주사에서는 2.1mg/kg이다. 경구 투여에 비해 복강 내 주사의 독성이 10배 가까이 강하다.

 

독을 분류하는 기준은 상식적이긴 하다. 크게 자연독과 인공독으로 대분류하고 자연독은 식물독, 동물독, 미생물독, 광물독으로 나누고 인공독은 화학합성독과 광물독으로 소분류하고 있기도 하다. 독이 생물에 작용한하는 방식에 따라 신경 독과 혈액독(출혈 독), 세포 독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신경 독 작용의 경우 신경계의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 간략히 정리하자면 신경계의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구조는 신경섬유(축색)을 따라 나트륨 통로들이 연결되어 있고 이 나트륨 통로들이 조절되면서 신경섬유에 전기 신호가 전달된다. 그 결과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 구조이다. 신경독은 이 나트륨 조절을 차단하거나 강화해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막거나 지나치게 개방하여 결국에는 신경전달을 방해하는 구조가 하나이고 또 하나는 신경 전달물질과 구조가 유사하거나 신경전달물질과 결합하여 신경 전달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이다.

혈액 독은 혈구세포, 혈관조직, 장기 등을 파괴하는 구조로 근육을 괴사시키기도 해 치료를 하더라도 평생 후유증으로 고생할 수 있는 독이다. 본서에서는 신경독과 혈액 독에 할애한 장이 주를 이룬다.

 



 

본서에서는 1장이 독의 과학을 논하고 있고 2,3,4장에서 각기 동물 독, 식물 독, 광물 독과 인공 독을 다루고 있다. 5장은 독에서 더 나아간 마약을 다루고 있기도 하며 6장에서는 저자가 꼽은 대표적인 독살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마약편에서는 [홀로그램 우주]라던가  자아초월심리학 등에서 자주 언급되는 LSD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LSD의 기원이 고대 부터 사람을 살상해온 것으로 역사에 남아있는 맥각균의 성분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LSD는 중독성이 거의 없고 효과가 나타난 이후에는 뇌에서 성분이 사라져 부작용도 없다는데서 놀라기도 했다. 그래서 미국에서 MK울트라프로젝트라는 한 때 음모론으로 치부되던 심리통제 최면을 유도하려 사용하던 것이 LSD이기도 했구나 하는 감상과 함께 심리학자들이 초월심리를 유도하려 대중에게 LSD를 꺼리낌없이 사용하던 때가 있었던 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극히 일부 중독성이 없고 부유감 등 초월심리를 한시적으로 일으키는 약물들을 보면서 범죄 행위나 질병 등 극단적인 상황을 불러오는 술이 훨씬 더 피해가 큰 독성물질이라는 생각도 잠시 스쳐갔다. 물론 중독성이 깊은 약물들에 대한 경계심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데서는 일부 약물들도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독살사건 수첩'이라는 6장의 내용에서는 화학을 좋아하는 자녀나 연인이나 이웃이 있다면 두려움이 생길만한 내용이기도 했다. 나 역시 관련 지식은 깊이 없지만 화학에 대한 관심은 깊기도 한데 그건 연금술이나 선도의 외단법 등에 대한 관심에서 더 나아가 비학과 연계된 신비주의 화학에서의 원소 변환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6장을 보면서는 동일 학문에 대한 관심의 각도가 사람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공계 지식이 있는 사람이 무서워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독살 사건 수첩에는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일본인 남성이 알리바이를 주장한 사건도 등장하고 있다. 투구꽃의 독과 복어 독을 동시에 투여해 두 독의 상호작용으로 사망하기까지 시간 지연이 일어난 사례이다. 2005년 일본 시즈오카의 여고생이 탈륨으로 친어머니를 살해하려 시도했다가 탄로난 사건도 있다. 20세기 초 중반 그레이엄 영이라는 영국인이 화학지식을 이용해 살인을 거듭했던 내용도 등장하고 있다. 그는 초기 범죄가 탄로나 복역을 하고 출소한 이후에도 탈륨을 구하기 쉬운 렌즈 가공시설에 취업해 범죄를 이어나갔다. 본서의 내용 중 가장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이야기로는 '서프라이즈'라는 TV프로그램에서도 방영됐던 브랭빌리에 후작부인의 연쇄살인 사건이 있을 것이다. 그녀는 비소 산화물의 하나인 아비산의 제조법을 알아내 연쇄살인에 이용했다. 그리고 동물 독의 비밀 장에서 등장했던 사례로는 클레오파트라의 자살에 쓰였던 독사가 코브라이냐 살뭇사과 독사였냐는 의혹이 지금까지 있다는 내용이다. 코브라는 신경 독이고 살뭇사과 독사는 혈액 독으로 두 독의 경우 작용과 성질이 다르다. 등산 중이나 들에서 독사에게 물릴 경우 독사의 종류를 판별할 수 있다면 치료가 더 빠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본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가 흥미를 가질만한 전개이고 문득 문득 느껴지는 스토리텔링적 서술이 너무도 몰입하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나 생물학이나 뇌과학 저작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독성학에 대한 대중서인 본서도 흥미로우실 거라 장담할 수 있을만 하다. 해당 분야에 대한 역사적 사건들을 더 깊이 파헤치자면 본서에서 언급한 건수 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한 분량일 것 같은데 저자는 아마도 흥미로우면서도 독의 작용과 기능을 전하는데 더 무게를 두었기 때문에 독살이라던가 독과 얽힌 사망 사례 같은 흥미 위주의 사건은 일부만 다루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짐작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흥미롭고 몰입감 있는 책이라는 건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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