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유로가 안된다고 아무리 소리쳐도 수이는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유로는 어금니를 깨물며 수이의 곁으로 날아가 한쪽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무슨 주술에 또 홀렸을까?’ 유로는 그리 생각하며 수이의 머리 위를 쳐다봤지만 아무 흔적도 없었다. 수이를 한쪽 팔로 감싸 안은 채 떨어져 내리다 유로는 다른 손으로 강바닥을 쳤다. 강물이 핵폭탄이라도 맞은 듯 원을 그리며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며 유로와 수이가 떠 있는 상공까지 솟아올랐다.

내가 뭘 어떻게 한 거지?’

유로도 각성 된 자신의 힘에 놀라며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품 안에 꼭 안겨 자기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는 수이를 보았다.

 

수이야 괜찮아?”

! 오빠! 나 벌써 죽은 거야?”

무슨 소리야? 죽긴 니가 왜 죽어? 내가 너 죽게 내버려 둘 것 같아?”

오빠, 지금 이건 꿈이야? 어떻게 이렇게 현실 같지?”

이건 현실이야. 나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는데 너에게도 저 강물에도 실제 같은 힘을 아니 실제보다 더한 힘을 사용해도 되네.”

 

유로는 경황이 없는 순간임에도 어떻게 자신이 이런 힘을 갖게 된 것인지 의아했다.

 

오빠, 나 많이 보고 싶었지?”

늘 니 곁에 있었어, .”

그럼, 나 자살하려는 때까지 다 보고 있었던 거야.”

늘 그런 상황을 막으려고 애를 썼지만 아무리 처절히 얘기하고 막아서도 막을 수가 없더라.”

우리 할머니 꿈속에 나왔다는 것도 유향이가 오빠처럼 싸우던 것도 다 오빠가 한 거야?”

, 맞아! 그리고 난 늘 너에게 말을 걸고 있었어.”

나도 오빠에게 말을 걸고 있었어, . 그치만 대답을 들을 수 없어서 더 괴로웠어.”

 

수이를 안은 채 유로는 강변으로 날아갔다. 강변 산책길에 수이를 내려놓았다.

 

난 늘 니 곁에 있어. 내가 죽었다고 하지만 난 죽은 것 같지 않아. 널 볼 수 있고 니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해.”

 

이 말을 하며 유로는 눈물을 흘렸다.

 

오빠, 우리 함께이면 되지 않을까?”

 

수이도 울면서 말했다.

유로도 수이의 심정을 알고 있었다. 들을 수 있지만 말하지 못하고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이 사랑이 유로에게도 한없는 상실감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수이의 심정이 자신보다 더 괴로우리라 느끼면서 늘 미안함이 있었다.

 

오빠. 미안해. 오빠 나 때문에 죽은 거잖아?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

아니야. 그게 어떻게 니 탓이야? 니가 나랑 헤어지려고 했다고 해도. 우린 늘 그랬던 것처럼 다시 만났을 거야. 내 죽음은 그냥 사고였어! 니 탓이 아니야, 수이야!”

내가 오빠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려 결심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날 그 시간에 만나자고 하지 않았다면 오빠는 지금 살아있을 거잖아? 근데, 그게 어떻게 내 탓이 아니야?”

그건 사고였어! 세상의 모든 우연에 누가 감히 다 책임질 수 있겠니. 넌 너무 무거운 짐을 니 심장 위에 얹고 있어. 놓아버리렴. ! 내가 죽었다고 변한 게 있니?”

그렇지만 오빠 없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

우리 그냥 잠시 떨어져 있는 거야. 너의 세계와 나의 세계. 그렇게 따로 떨어져 있다지만 또 함께인 거야. 한없이 멀게 느껴지지만 우리는 한 공간에 있고 난 널 늘 느끼고 있어. 그러니까 너 좀 힘내면 안 되겠니? 예전에 니 모습으로 돌아가 줄 수는 없겠니? 난 너의 눈물도 한숨까지도 모두 사랑하지만 니가 괴로워하는 걸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어. 예전의 그 이쁜 미소를 다시 보고 싶어.”

이런 게 어떻게 함께인 거야.”

 

눈물을 흩뿌리면 고개를 흔드는 수이를 보고 유로는 입을 맞췄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이 부활하게 될 리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수이에게 속삭였다.

 

. 모든 게 전과 같잖아. 우리 잠시 시험 기간이라 아니 니가 가수가 돼서 전 세계 콘서트 투어 하는 동안 잠시 떨어져 있을 수 있듯이, 그렇게 내가 잠시 어떤 역할을 맡아서 떨어져 있는 거라 생각할 수는 없겠니? 하지만 그보다는 나은 게 난 늘 니곁에 있다는 거야. 난 너의 수호령이니까.”

 

유로는 수이의 오라가 보였다. 점점 그녀의 오라가 어둡고 까칠해 보이던 색과 질감에서 부드럽고 밝게 변하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수이의 눈이 점점 게슴츠레 졸린 눈이 되었다.

 

오빠 나 잠이 와.”

 

그녀 뒤에는 붉은 도복의 지도령이 서 있다.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는 유로는 수이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잠시 자, 수이야! 오빠 어디 안가. 니 곁에 늘 있을 거야.”

 

수이는 자리에서 스르르 쓰러졌고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산책로에 몰려들었다.

 

, 거기 119. 여기 마포대교 아래인데요. 여자아이 하나가 쓰러졌어요. . .”

 

운동을 하던 한 여자분이 산책로에서 쓰러지는 수이를 발견하고서 119에 전화를 하고 있다.

 

 

인간계와 천상계 사이의 차원, 그 새하얀 공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너는 아니 자네는 수호신급이 되었네.”

 

붉은 도복의 지도령이 진중한 목소리로 말하자 유로가 놀란 눈이 되었다.

 

제가 어떻게 벌써 수호신이 돼요?”

 

이제 수호령으로 봉신 받은 지 얼마이지 않은 자신이 수호신이 되었다는 말에 유로는 의아했다.

 

수호신이 된 게 아니라 수호신급이 되었다는 말이야.”

그게 다른가요?”

같다면 같겠지만 다르다면 다르기도 한 게지.”

 

그 말에 유로는 비슷한 건가 싶어 대꾸했다.

 

그게 굉장히 오랜 세월이 걸리는 거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원래는 그렇지.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 의도를 지니고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네. 자네를 수호신급으로 바꾼 이가 아마도 자네를 죽인이 일 거네.”

저를 죽여요? 저는 사고로 죽지 않았나요?”

자네, 수이 머리 위에 마법진을 보지 않았나?”

, 봤어요.”

자네가 죽을 때 그 마법진이 있었네.”

그럼 저는 살해당했던 거예요? 수이를 죽이려던 사람이 저도 죽인 거였어요? 왜요? 도대체 누가요?”

 

유로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왜 도대체 누가 자신을 죽이고 수이까지 죽이려 했다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대상을 찾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누군지는 우리도 알게 되었네만 자네를 죽인 것이 왜인지는 우리로서도 알 수 없네.”

 

그때 유로의 머리 위로 육각별을 감싸 안은 원이 그려진 마법 써클이 생겨나고 유로는 알 수 없는 힘에 끌려가기 시작했다.

유로는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는 이가 바로 자신을 죽이고 수이를 죽이려던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너 이 자식. 반드시 죽인다.”

 

유로는 공간을 이동해 가면서도 두 눈에 분노가 불타올랐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음 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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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6-14 0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1편으로 탈고!
12편 기다립니다
하라님 고생 고생 ^^

이하라 2022-06-14 00:2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스콧님^^
12편 내일.. 아니 오늘 저녁즘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