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의 마지막 수업 - 내 삶의 방향키를 잃어버렸을 때
달라이 라마 지음, 소피아 스트릴르베 엮음, 임희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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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출간을 처음 알고 나의 영혼이 그리도 기다렸던 책이구나 싶었습니다. 공감과 연민이란 주제로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들을 수 있다면 정말이지 내 영혼이 길을 찾는 것만 같다고 여겨졌거든요.

 

팬데믹 이후 이리 길어지며 적응도 좀 되련만 정신도 감성도 피폐해져 가는 것만 같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상 메마름의 정점인듯 갑갑함이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공감이나 연민의 심정도 더 힘을 잃은 것만 같았습니다. 

 

달라이 라마께서 설하신 불교 명상에 관한 저작으로 가르침을 처음 접해보았기에 그분이 전하는 명상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그분 가르침 전반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해주었었습니다. 하지만 쿤달리니 수행을 근간으로 하고, -위빳사나(사념처) 수행이 배제된- 아나빠나사띠(안반수의)만을 보조 수행으로 삼는 저의 수행은 정신과 지성에는 유익했으나 메마른 심경에 공감과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기적은 경험하지 못한 듯했습니다. 그래서 공감과 연민 그 자체가 주제인 본서에 더더욱 관심이 갔습니다. 

 

하지만 읽고 보니 성인을 위한 말씀은 아니라는 생각이 다소 들었습니다. 말씀의 시작부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젊은 친구들, 여러분은 이 세 번째 천 년(2001~3000년) 초에 태어났습니다.' 라고 독자 대상을 못 박으시면서 시작하시니까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네요. 본서는 달라이 라마께서 82세실 때 하신 연설이나 쓰신 저작이 바탕이 되니, 현재 89세이신 걸 감안 한다면 7년 전인 2015년에, 2001년 부터 그 이후 태어난 2015년 당시 초등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말씀이 쉬우면서도 명료하신 것 같기는 합니다. 다만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싶은 대목들에 대한 말씀이 없다시피 한 것이 단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주 짧게나마 달라이 라마로 추대되신 시대의 상황과 이후 중국의 티베트 복속, 자신의 망명, 망명 이후 타국에서 티베트의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려 노력하신 과정을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밖의 예로 드신 시대 상황들은 우리는 이러한 시대를 거쳐왔지만 여러분의 시대는 달리 만들어 마주할 수 있다는 여운을 남기시려는 말씀이기도 했다고 보입니다. 

 

'젊은 친구들, 여러분은 인류를 위해 품은 나의 희망입니다.'

 

달라이 라마께서 이 어린 학생들 이제는 젊은이가 되었을 이들에게 한 말씀입니다. 저는 기성세대가 난제만을 만들어대다가 그 해결은 다음 세대에게 떠넘기는 것은 무척이나 무책임하고 몰상식한 짓이라고 여기지만 이 말씀은 니들이 해결해라는 말씀보다는 후학에게 내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거는 어르신의 말씀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각 대륙의 젊은이들에게 아프리카 연합, 북미연합, 라틴아메리카연합, 아시아연합을 만들기를 권하며 그것을 새시대의 희망으로 보는 달라이 라마의 기대에는 자못 회의가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달라이 라마께서 말씀하시는 세계 곳곳에서 지역사업을 하는 기구들이 더 활발히 통합되기를 바라는 이유는 압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세계 경제기구들이나 UN, 하다 못해 WHO에 까지 각국 정부나 정치경제인의 영향력이 행사되며, 기존의 체계에 어떠한 왜곡을 불러왔는지를 보아온 사람들에게는, 신세계질서라던가 그레이트 리셋의 과도기적인 연합들의 출현이 곱게만 보이지는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중반부에서는 자신의 어머니께서 자신의 연민 수행에 첫스승이였다며 여성의 힘에 대한 말씀을 하십니다. 여성이 감정이입이 더 잘 되고 수용적이라면서 여성이 세계를 주도해 나가면 세계가 달라지리라는 말씀도 하십니다.

 

'여성이 다스리는 나라들에는 전쟁, 폭력, 경제 및 사회적 불의가 덜할 것입니다.' 

 

과연 스페인이나 영국의 여왕들 시대에는 그러했던가요? 신라의 여왕들 시대에는 전쟁도 폭력도 사회적 불의도 덜했을까요? 여성이 자신의 가족들까지 희생하며 일으키는 살인과 보험사기 사건들을 사건사고 재현 드라마들에서 보았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젊은 여성 금융사기범의 사례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습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여성 단체들의 고위급 인사가 북한 지령을 받고 사드 반대 시위에 여성단체들이 대거 투입되기도 했던 전적이 있습니다. 북한의 자금과 지령을 받은 여러 시민 단체장들 중 분명 여성 단체의 고위급 인사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뉴스를 보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여성이라서 다를 거다. 무슨 논리 입니까? 남성도 여성도 문제와 혜안의 비중이 비슷할 것입니다. 그냥 남녀를 가르지 않고 '젊은이들이여 깨어나 변화를 위해 일어서라'고 하는 정도가 맞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공감과 연민에 대한 말씀은 감상이 아리게 남습니다.

 

'분노의 대상에 대한 부정적 생각의 90%는 우리 자신의 정신적 투사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 이해한다는 것은 해방되어 평화롭게 행동한다는 뜻입니다. 합리적인 추론에 의거하면 분노와 그 분노의 결과인 공격성과 폭력을 줄이거나 배제할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흄처럼 원인과 결과로서 바라보지 않고 사건과 사건으로 단절해 본다거나, 인과론이나 목적론으로 보지 않고 비선형적인 인과를 가정한다면, 더 떠나서 결정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세상 누구도 원망할 필요가 없으며 남 탓도 내 탓도 할 필요가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외의 합리적 추론이란 것으로는 오히려 원인을 찾기에 급급해 탓할 누군가를 찾거나 자신을 탓하며 한탄하는 경우 밖에는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달라이 라마께서는 입보리행론처럼 연민의 시작을 어머니의 사랑에서... 보다 자세하자면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자녀된 입장의 심정에서 설명하시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프레드 애들러처럼 어머니와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사람이나 유년기에 버림 받아 어머니의 보살핌도 사랑도 못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 내면에 자리잡은 어머니 원형에 비추어 세상 모두에게 자신을 사랑해준 어머니에게 갖을 심정을 가지라는 것은 지나친 무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애들러가 말년에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해소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와 비슷한 이들이 한창 어머니를 원망하던 시기에라면, 입보리행론의 가르침이나 달라이 라마처럼 일부 보편적인 사람들의 사적인 견해에 근거한 연민에 대한 해석은 수용 가능한 가르침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라는 원형상 보다는 그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준 누군가를 연상하는 쪽이 각각의 입장의 대중들에게 더 납득하기 쉬울 예가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연민과 공감의 마음이 진정으로 나를 사랑해 주고 보살펴준 누군가를 연상함으로써 발현된다면 그 마음이 다른이와 다른 모든 생명과 자연을 향하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됩니다. 

 

달라이 라마께서는 연민과 공감을 환경과 자연 문제로 까지 확장하시는데 이는 가장 불교적인 메시지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중생은 산스끄리뜨어와 빨리어로 사뜨와라고 하는데 이것은 비단 사람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사유하고 감정을 지닌 모든 대상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인간도 동물도 외계인도 다른 차원의 존재들 이를테면 영혼이나 신까지도 사뜨와 입니다. 불교에서 연민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사유하고 감정을 지닌 모든 대상을 말합니다. 

 

그러하기에 인간의 탐욕만으로 자연을 훼손하여 인간의 이기심을 충족하며 뭇생명들을 죽이거나 그들의 터전을 빼앗으며 그들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도 결국 우리를 해치는 행위가 될 거라는 것을 이해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타주의를 수용하기 위해 이기주의를 이용하신 탁월하신 전략이라고 생각되던 대목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서두부터 젊은이들이라고 말씀하신 그 세대들에게 여러분은 최초의 인터넷 세대이니 그를 잘 수용해 선한 영향력을 사용하라는 관점의 말씀도 하십니다. 가짜뉴스에 깨어있고 타인을 위해 유익한 정보를 나누라고 말입니다. 

 

'여러분 각자의 행동 표현 반경은 전 세계입니다. 그 결과 여러분이 개인적 자유를 행사하는 데에는 지구 차원의 권리와 그만큼의 책임과 의무도 따르게 됩니다.'

 

사실을 말씀하심과 동시에 달라이 라마께서 새로운 세대에 대해 갖으시는 기대와 희망이 어찌 그리 큰지도 설명해주는 문장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누구보다 2001년부터 그 이후 출생한 새로운 세대들에게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은 '너희가 함께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함께 나아가라. 서로를 깨닫게 하라.'는 말씀이 아니셨을까 싶습니다. 

 

만약 본서가 대담집이였고 독서 대상이 초등생 중학생이 아니라 그 이상인 연령대였더라면 제가 갖은 이견들은 충분히 반박되었을 것이고 달라이 라마께서는 더더더 설득력있는 말씀을 남기셨을 겁니다. 출판사의 작명솜씨가 보통이 아니라 다소 기대 이상의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초등 고학년 자녀나 조카, 중학생 자녀나 조카를 두신 분들이라면 선물하셔도 좋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갈 세대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달라이 라마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도 우리 몫의 책임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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