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침입자입니다. 재혁 씨, 침입자가 있어요. 의식을 찾아야 합니다.


의체 판매처에서 신상 의체 진열대 아래 소파에 쓰러진 채 잠든 재혁을 멍하니 바라보던 지은은 세미의 경고에 고개를 돌려 의체 판매처 입구를 주시했다.


-세미, 그들이야?


-니가 말하는 그들이 지난번에도 침입했고 억지를 부리던 그 사이보그들과 인간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맞아 그들이야.


-그렇단 말이지.


뭔가 싸늘한 어투에 지은은 자신의 연인 보호 프로그램에서 경고 모드 레벨1을 활성화했다. 그와 동시에 세미의 경고의 말이 들렸다.


-지난번 침입 이후 구형 디지털 해킹에 대비해 놨더니 그걸 예측했나 봐. 레이저 제어기로 문을 절단하고 있어.


-저 정도면 대인 살상을 의도한 거야. 세미 너도 그렇게 판단하지.


-음. 공공안전 통제부서에 연결할 게.


-아니야. 내버려 둬. 저들과는 코인 문제가 얽혀 있어서 공안부서에서 알아서 좋을 게 없어.


-재혁 씨가 부채는 모두 상환했어. 코인 이체 기록이 있는걸.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불법 대출 문제로 재혁이가 귀찮아지는 건 생각 안 해.


-이미 문이 거의 다 절단됐어. 개방되기 직전이야. 어떻게 하려고 그래.


지은이 말없이 연인 보호 경고 모드 레벨을 5로 올렸다.


'텅' 하는 소리와 함께 드래건 마운틴 의체 판매처의 콘씰로라티 합금 정문이 쓰러졌다. 


-실내조명 전원을 차단해, 세미.


-알겠어.


문이 개방되고 환한 빛이 스며 나오기에 당황했던 침입자들은 조명이 꺼지자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들어섰다. 


-이런. 다정한 시간을 방해했네 그래.


의안을 낀 남자가 말했다. 


-형님, 아무것도 안 보여요.


-그러게 새꺄. 밤에 오면서 스플렌데스코도 안 가져오는 놈이 어딨냐? 너도 안 했냐?


의안의 남자는 손에 레이저 제어기를 들고 있는 검은 옷에 사나이에게 짜증을 부리더니 의수를 한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적외선 안경을 꼈습니다. 형님.


-아, 이 구닥다리 골동품 같은 놈들 진짜..


-허튼소리들은 니들 공간에 가서나 하고. 빨리 여기서 나가 줘.


지은이 단호하게 말하자. 의안의 남자는 가소로운 듯 피식 웃었다.


-안 나가면 어쩔 건데. 니가 인간 보호 3원칙을 깰 수 있을 것도 아니고.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은이 의수 진열대에 인테리어용으로 장식된 디스크를 뽑아 그의 머리 위로 던졌다. 의안의 남자가 놀라서 위를 쳐다보자 고정되어 있던 장식용 고전 샹들리에가 디스크에 끊어지며 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샹들리에의 장식이 그의 정수리를 뚫으며 그는 그 자리에서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즉사했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검은 옷의 사나이가 놀라 소리쳤다.


-뭐야? 어떻게 된 거예요? 형님. 


-형님 돌아가셨다.


의수를 한 남자가 비장한 목소리로 마지막 말인 듯 내뱉으며 지은을 향해 달려들었다. 지은은 다시 장식용 디스크 하나를 뽑아들고는 가볍게 몸을 피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적외선 안경을 벗겨 버렸고 그의 발 뒤로 디스크를 던지며 그를 살짝 밀었다. 의수를 한 남자는 디스크를 밟으며 미끄러져 장식장 손잡이에 머리를 부딪히며 바로 숨이 끊어졌다. 


검은 옷의 사나이는 귀를 찢는듯한 소음들에 놀라 보이지도 않는 사방을 향해 아무렇게나 레이저 제어기를 쏘아댔다.


-재혁아! 


레이저가 재혁의 왼 다리를 절단하자 지은은 비명을 질렀고 그녀의 연인 보호 경고 모드 레벨은 최상인 6으로 상향되었다. 지은의 눈빛이 파랗게 광채를 냈고 그녀는 레이저를 이리저리 피하며 검은 옷의 사나이에게 다가가 레이저 제어기를 든 그의 팔을 부러뜨렸다. 그리고는 부러진 팔의 손에 들린 레이저 제어기를 그의 머리로 향하게 하고는 그의 신경에 전기 자극을 줬다. 그러자 소리치던 그 남자의 손가락 근육이 수축하며 방아쇠를 당겨 레이저가 그의 머리를 꿰뚫었다.


-재혁아! 


침입자들 문제를 모두 해결했지만 그녀의 경고 모드는 해제되지 않았다. 그녀는 미칠 듯이 재혁에게 달려가 그를 살피더니 그를 안고서 세미에게 소리쳤다. 


-세미, 세트 C를 개방해 줘.


-재혁 씨는 의료조치가 필요해. 넌 의료용이 아니잖아. 당장 병원에..


-지금 상황이 긴급하잖아. 재혁이 다리가 잘렸어... 나도 재혁이 일이 뭔지 알고 싶어서 의학 프로그램과 공학프로그램을 자기학습했어. 어서 세트 C를 열어 줘.


세미는 GOA사 최신형 AI의 성능을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뭔가 프로그램에 오류가 날 것 같은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도 재혁의 안전과 안정이 최우선이기에 의체 시술처 문을 개방했다.



12


시술대 위에 재혁을 눕힌 지은은 아련한 눈빛으로 재혁을 바라보다가 무언가 결심한듯 미간을 찌푸리며 재혁의 얼굴에 마취용 마스크를 가져다 댔다. 재혁의 옆 시술대에는 I-516, 13버전 업 강화 의체가 놓여 있었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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