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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님께서 입력하시는 대로 최고의 연애 지수를 바탕으로 육성되며 전혀 학습되어 있지 않은 순수의식에서부터 고객님의 기호에 맞는 연인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당신의 성적인 판타지, 당신의 감성적 판타지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최상의 연인 네오 아마토르는 GOA사의 최신형 AI를 기본 탑재하고 있습니다...


재혁은 상조회사가 제공하는 메탈 관 같은 모양의 상품 박스의 조작 버튼에 주문 당시 설정한 비번을 눌렀다. 관 뚜껑 같은 케이스 뚜껑이 옆으로 밀리며 네오 아마토르의 본체가 눈부시게 자신을 드러냈다. 메탈 바디에 인공피부로 덮인 얼굴은 재혁이 설정한 그대로였다. 머릿결도 특수 인공모발로 인간의 그것보다 더 섬세했다. 사실 최근에는 메탈 바디보다는 인공피부 바디가 더 촉감이 인간과 똑같아 다들 메탈 바디를 주문하지 않는 추세였다. 하지만 재혁은 무언가 남들과 다른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 연인을 원했다. 튀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나만의 연인은 뭔가 다르기를 바랐던 거다.


GOA사 메타버스 홍보관에서 배운 대로 네오 아마토르 두 눈에 눈꺼풀을 세 번 문지르자 네오 아마토르가 눈을 떴다. 재혁은 메타버스에서 이미 연습해본 대로 눈을 크게 뜨고 네오 아마토르와 코 끝이 닿을 정도로 얼굴을 가져다 댔다. 네오 아마토르의 눈에서 초록색 섬광이 비치며 재혁의 홍채를 인식했다. 재혁이 케이스 옆으로 비키자 네오 아마토르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니 이름은 이제부터 지은이야! 지은!


-내 이름은 지은이야! 넌?


지은이가 무척이나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난 니 남친 정재혁이야! 잊지 마, 내 이름.. 잊을리야 없겠지만...


-정재혁.. 재혁이..





재혁은 주문을 마치고 텔레포트기에서 바로 요리 안된 닭을 꺼냈다. 어떤 요리든 텔레포트기로 전송받을 수 있었지만 재혁은 지은이와 요리하는 시간이 너무도 즐거웠기에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꼭 함께 요리를 했다. 메탈 바디의 지은이 메타버스 박물관에서 관람할 법한 앞치마란 것을 두르고 커플 앞치마를 한 재혁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오늘도 또 닭볶음탕이야? 그 맛 말고는 다 잊을 지경이야. 재혁아. 좀 참신한 요리는 없어.


-오늘은 어렸을 때 감각 재현 프로그램으로 맛봤던 고전 음식 닭개장이란 걸 만들어보자, 우리. 


-그거 손이 많이 가는 거 아니야?


-다른 재료는 다 손질된 걸로 주문했어. 닭만 넣으면 돼.


재혁이 웃으면서 말하자 지은이 거울상 뉴런 프로그램의 작용으로 재혁의 미소를 따라 재현했다.


-이거 먹고 우리..


지은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3분할된 재혁의 공간 전체를 운영하는 AI 운영프로그램이 경고 메시지를 알렸다.


-재혁 씨 침입자입니다. 의체 판매처로 침입하고 있습니다.


-뭐야, 세미? 양자암호 코드도 푸는 프로그램이라도 발명된 거야? 


재혁이 놀란 기색도 없이 담담한 어조로 AI 운영프로그램 세미에게 물었다. 세미는 침입자 세 명에게 강제 개방되고 있는 건물 입구의 모습을 보여주며 말했다.


-아닙니다. 4세대 구형 디지털 방식으로 폐쇄장치를 강제 개방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아니야. 그냥 내버려 둬. 지은아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재혁은 그들이 누구인지를 알아보자 한숨을 쉬며 세미와 지은에게 말했다. 지은이 걱정스러운듯 말렸다.


-혼자 가면 위험해. 재혁아!


-괜찮아. 아는 자식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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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은 재혁의 의체 판매대로 들어서다가 거주공간에서 들어오는 재혁을 보았다. 그중 스카우터 같은 의안을 한 한 명이 나직이 말한다.


-이런 식으로 제때 제때 입금이 안 되면 우리가 아주 성가셔 찌질아!


-입금 기간이 하루만 지나도 코인 이체를 막는 너희 탓 아니야.


재혁도 짜증 난 듯 되받아쳤다. 


-그건 하루 이자라도 떼먹고 계산하는 너 같은 찌질이들 탓이지.


의안을 한 남자는 재혁에게 탓을 돌렸다. 침입자들은 진열된 의체들 중 새로 들어온 신상 의체 몇몇을 탐내는 듯 둘러보았다. 침입자 중 의수를 한 한 명이 재혁이 들어서던 공간을 보고는 말했다.


-저 전신 의체를 한 아가씨는 누굴까? 얘네, 커플 의상으로 무슨 고전 패션쇼라도 하는 양 갖춰 입었네.


그 말에 재혁이 돌아보자 아직 앞치마를 한 지은이의 모습이 보였다. 지은은 재혁이 걱정돼서 거주 공간에서 방금 문을 개방하고 들어섰다. 


-저 사람들은 누구야, 재혁아!


-누구긴 누구야 대출업체 이사님들이지. 우리는 수금만 되면 바로 갈 거니까, 걱정 말아 아가씨.


의안을 한 남자는 지은의 메탈 바디를 유심히 보다가 재혁을 돌아봤다.


-이제 보니 저 네오 아마토르를 구입하려 빚을 진 거였군. 너 같이 의체 판매까지 하는 중산층이 무슨 빚을 그리 지나했더니..


-이자는 A-935 타입 의체 하나로 대신하면 되는 거 아냐. 이제 그냥 가 줘. 


-이 봐. 빚은 코인으로 갚아야지. 우리가 의체를 가져간들 중고로 내놓아야 하는데 그럼 우리가 밑지는 거야.


-지금 이체 가능한 코인은 지난번 너희가 입금을 막았을 때 금액뿐이야. 니들 또 빚이 늘었다고 할 거 아냐? 


의수를 한 남자 곁에 서 있는 검은 의상의 자연 인체 그대로의 남자가 말했다.


-뭐야! 이 자식 돈은 빌리고 막 가자는 거야!


-저거... 저 신상 의체 하나면 모든 빚을 퉁쳐주지.


의안의 남자는 이 정도면 거저라는 식으로 선심 쓰는 듯한 투로 재혁에게 제안했다.


-그게 하나에 얼만 줄이나 알아! 그게 판매되면 당신들 빚은 돈도 아니야.


재혁이 어이 상실할 제안에 평정심을 잃고 소리치다 마음을 가라앉히며 다시 말했다.


- A-935 타입 의체 하나로 오늘은 가 줘. 나머지는 다음 정산에 코인을 이체할게!


지은은 이들의 모든 대화를 기억회로에 저장하는 동안 침입자 한 명 한 명의 외양을 경고 모드 코드에 입력했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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