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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본도 모르는 자식을 고용해 줬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쳐. 꺼져버려. XX자식아. 넌 해고야!


동수는 억울했지만 사장님이 몇 달 전 연고도 없는 자신을 취직 시켜준데 대해 마음의 짐 같은 게 있었기에 해명만 하고 싶었지 딱히 원망은 하지 말자는 마음이었다. 동수는 억울함과 세상 홀로라는데 대한 서러움이 갑자기 밀려들었다. 캄캄한 골목, 듬성듬성 서있는 가로등 불빛 아래를 걸으며 불빛 너머의 어두운 거리가 마치 자신의 심정만 같았다. 골목 모퉁이를 지나 얼마 걸음을 옮기지 않았을 때 머리 위에서 무언가가 금빛 가루를 흩날리며 그의 발치 곁으로 떨어졌다. 


갑작스레 무언가가 떨어지길래 잠시 놀랐지만 그는 다시 그게 무언가 가늠하려 눈을 찌푸리며 자세히 보았다. 빨간 원피스를 입은 손바닥 만한 그것을 보고는 동수는 인형이구나 생각했다. 다시 한번 보니 등에 잠자리처럼 투명한 네 개의 날개가 달려있다. 거미줄로 보이는 것이 날개를 감싸고 있었다. 


-별 것도 아닌게 사람 놀래키고 있어.


그냥 지나쳐 가려다. 인형이 꿈틀하는듯해 동수는 고개를 바짝 들었다. 


=뭐야. 이건?


동수는 조심스레 무릎을 굽히며 손을 뻗었다. 인형을 주워들자 따스한 감촉이 손에서 느껴졌다. 


-아파! 


작게 읊조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자 동수는 주위에 누가 있는지 고개를 돌리며 좌우를 살폈다. 그때 아까보단 조금 더 크게 조용히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아파!


동수는 놀라 자기도 모르게 인형을 쥔 손에 더 힘을 줬다.


-아파! 아프다고 X발! 아프다고 몇 번 말해 이 X발아!


동수는 너무 놀라 인형을 바닥에 내동댕치며 몸을 세웠다.


-아!


동수가 바닥에 내팽게 친 인형이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야! 이 X발 천한 인간종자야! 너 따위가 이 고귀한 요정님을 던져 죽이잔 작정인 거야?


고귀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말투였지만 분명 저 인형이 말을 한 거구나 생각하며 동수는 눈을 크게 뜨고는 바라보다가 소리쳤다.


-너!.. 니가 말한 거야 지금?


-그럼, 니 머리 위에 저 기둥이 말했겠냐? 


그녀의 말에 동수는 고개를 들어 미리 위를 쳐다봤다. 전봇대와 가로등이 보였다. 인형을 돌아보며 동수가 놀라 소리치듯 물었다.


-어떻게 인형이 말을 할 수가 있어?


-니 눈에나 인형이지 X발아. 이 몸은 순결하고 고귀하고 기품이 넘치는 요정.. 마카다카님이시다.


그리고는 동수는 그 인형.. 그러니까 입만 더러운.. 순결하고 고귀하고 기품이 넘친다는 마카다까인지 마카다카인지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녀는 다른 차원의 세계를 구경하고 싶어 남자친구인 카롱을 졸라대 지구내 생명체들이 공존한다는 세계로 놀러 왔다고 한다. 그런데 오자마자 한 인간 그러니까 이제는 절대적인 그녀의 적이 된 인간에게 납치되었고 남자친구의 헌신으로 자신만 도망쳐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순결하고 고귀하고 기품 있는 마카다카의 본성상 결코 혼자서 달아날 수는 없기에 남자친구를 구하려고 다시 잠입하려다가 그 인간이 설치해 놓은 비밀 무기에 날개가 묶이며 마침 지나가던 동수의 곁으로 떨어져 내렸다고 했다.


동수는 그녀의 날개를 묶고 있다는 그 인간의 비밀 무기에 손을 가져갔지만 그것이 거미줄이라는데 100% 확신을 하게 됐다. 그녀 날개에 묻은 거미줄을 다 제거하고는 동수는 말했다. 


-이젠 어떡할 거야.  


-X발, 날 도와줄 다른 X발 적을 찾을 거야. 


-널 도와준다면 그건 적은 아닐 것 같은데..


-그러니까 다른 인간 말이야! 요정들은 결코 누구의 도움을 꽁으로 받지 않아. 알겠냐? X발아! 받은 건 백 배로 천 배로 갚아주는 게 요정들의 국룰이야.


마카다카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동수는 빨간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가녀린 팔과 다리를 보았다. 자신의 새끼손톱 크기도 되지 않을 그녀의 손과 발을 보며 그녀의 처지가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의 그 작디작은 얼굴 위로 보이지도 않을 크기의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자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조그맣고 앙증맞고 너무 이쁜, 걸레를 문 소녀를 보며 온통 진심으로 터져나오는 한마디를 했다.


-그래 내가 도와줄게.







<다음 편에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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