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잃은 무언가가 나를 돌아서게 했다

나는 몇 걸음인가 되짚어 가다가 

다시 되돌아서서 걸음을 디뎠다.

 

그렇게 걷고 있었지만 

무엇인지도 언제인지도 어디서 잃었는지도 

모를 것이 걷고 있는 나를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게 했다. 

 

나는 어느새 고향을 잃었고 

나이를 잃었고 부모를 잃었으며 

그렇게 아리던 기억마저 잃어 갔다. 

 

나는 누구였을까? 

나는 무엇이 되려했을까? 

 

잃어버린 무언가가 그 모두를 의미 잃게 했다.

 

그런데도 나는 물어야만 한다.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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