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잠언 시집
류시화 엮음 / 열림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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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면 / 베로니카 A. 쇼프스톨]


잠시 후면 너는 

손을 잡는 것과 영혼을 묶는 것의 차이를 배울 것이다. 

사랑이 기대는 것이 아니고 

함께 있는 것이 안전을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걸 

너는 배울 것이다. 

잠시 후면 너는 

입맞춤이 계약이 아니고, 선물이 약속이 아님을 

배우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면 너는 어린아이의 슬픔이 아니라 

어른의 기품을 갖고서 

얼굴을 똑바로 들고 

눈을 크게 뜬 채로 

인생의 실패를 받아들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너는 내일의 토대 위로 집을 짓기엔 

너무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오늘 이 순간 속에 너의 길을 닦아 나갈 것이다. 

잠시 후면 너는 햇빛조차도 너무 많이 쪼이면 

화상을 입는다는 사실을 배울 것이다. 

따라서 너는 이제 자신의 정원을 심고 

자신의 영혼을 가꾸리라. 

누군가 너에게 꽃을 가져다 주기를 기다리기 전에. 

그러면 너는 정말로 인내할 수 있을 것이고 

진정으로 강해질 것이고 

진정한 가치를 네 안에 지니게 되리라. 

인생의 실수와 더불어 

너는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리라. 


[무엇이 성공인가 / 랄프 왈도 에머슨]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사랑은 / 오스카 햄머스타인]


종은 누가 그걸 울리기 전에는 

종이 아니다. 

노래는 누가 그걸 부르기 전에는 

노래가 아니다.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도 

한쪽으로 치워 놓아선 안 된다. 

사랑은 주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니까. 


[내가 원하는 것 /자디아 에쿤다요(32세, 수혈중 에이즈 감염)]


내가 원하는 것은 함께 잠을 잘 사람

내 발을 따뜻하게 해주고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알게 해줄 사람 

내가 읽어주는 시와 짧은 글들을 들어 줄 사람

내 숨결을 냄새 맡고, 내게 얘기 해 줄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은 함께 잠을 잘 사람

나를 두 팔로 껴안고 이불을 잡아당겨 줄 사람

등을 문질러 주고 얼굴에 입맞춰 줄 사람

잘 자라는 인사와 잘 잤느냐는 인사를 나눌 사람

아침에 내 꿈에 대해 묻고 

자신의 꿈에 대해 말해 줄 사람 

내 이마를 만지고 내 다리를 휘감아 줄 사람 

편안한 잠 끝에 나를 깨워 줄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사람


[다른 길은 없다 / 마르타 스목]


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수 없다면 

지금 여기, 이 순간, 삶의 현재 위치로 오기까지 

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 왔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영혼이 절벽을 올라왔음도 알아야 한다. 

그 상처, 그 방황, 그 두려움을 

그 삶의 불모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지치고 피곤한 발걸음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이처럼 성장하지도 못했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도 

갖지 못했으리라.

그러므로 기억하라. 

그 외의 다른 길은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을.

자기가 지나온 그 길이 

자신에게는 유일한 길이었음을. 

우리들 여행자는 

끝없는 삶의 길을 걸어간다. 

인생의 진리를 깨달을 때까지 

수많은 모퉁이를 돌아가야 한다.

들리지 않는가.

지금도 그 진리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삶은 끝이 없으며 

우리는 영원 불멸한 존재들이라고.


[알 필요가 있는 것]


당신이 꼭 어떤 사람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당신이 꼭 어떤 일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이 세상에 당신이 꼭 소유해야만 하는 것도 없고

당신이 꼭 알아야만 하는 것도 없다. 

정말로 당신이 꼭 무엇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불을 만지면 화상을 입고 

비가 내리면 땅이 젖는다는 것쯤은 

알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일본 쿄토의 어느 선원에 걸린 시


[모든 것은 지나간다 / 세실 프란시스 알렉산더]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출의 장엄함이 아침 내내 계속되진 않으며 

비가 영원히 내리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몰의 아름다움이 한밤중까지 이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땅과 하늘과 천둥, 

바람과 불, 

호수와 산과 물, 

이런 것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만일 그것들마저 사라진다면 

인간의 꿈이 계속될 수 있을까. 

인간의 환상이.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들이라. 

모든 것은 지나가 버린다.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음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인내를 가지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보는 일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테니까.



[나무 / 천상병]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죽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들을 모아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충고도 공감도 어떤 이에겐 위안도 안겨줄 시집이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런 주제로 생각하자면 무겁고 무겁겠지만 

그때를 언제로 특정짓느냐에 따라 어떤 슬픔들은 짓지 않았겠지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지금와서 안다고 어제가 바뀌나 내일이 달라지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시집이 주는 잠언들에 잠겨보면 어떤 슬픔은 잦아드는 것도 같다.

교훈은 자신의 때가 무르익지 않으면 딱히 와닿지 않는 거다. 

하지만 공감은 어느 순간이던 가슴을 울리고 

머리를 때린다. 


이 시집의 잠언들이 당신의 가슴에서 울리고 당신의 머리를 거세게 때릴 수 있는지 

시험삼아 한번쯤 읽어보라 말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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