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결제하기 전.... 친구랑 깔깔대면서 말했다.

으악, 가격 사악합니다!

하지만, 미국 공산주의라고요?... 이걸 누가 읽어, 아무리 고닉이라지만…

근데 이걸 내가 읽는다. 바로 내가 ㅋㅋㅋ 읽는다.



읽기 전에 그런 농담도 했다. 솔직히 #비비언고닉 이 너무 잘 써버렸을까 봐 겁이 나여…

그런데...

진짜 우와 씨 우어어. 어나더 레벨이다. 독서 중단 사태에 이르렀음...


“(29) 나의 아버지는 30년간 손에 스팀다리미를 들고 뉴욕시 웨스트 35번 길에 있는 의류 공장에서 선 채로 일했다. 공장주는 삼촌들이었다. 아빠는 노동이었고 삼촌들은 자본이었다. 아버지는 사회주의자였고 삼촌들은 시오니스트였다. 그러므로 노동은 사회주의였고 자본은 민족주의였다. 이 등식은 내게 의식 이전에 살과 뼈를 통해 흡수된 모유였다.”

“(40)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샘 삼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만, 우리 세 여자만 남아서 주방 바깥에서 허물어가는 세상을 멀거니 쳐다보며 이 허물어져가는 집에 남아 있었다. 우리 사람들, 우리 민족, 우리의 정치는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었고, 사라지거나 떠나버렸고, 짓이겨지고 살해당했다. 히틀러가 우리 세상의 절반을 파괴했고, 이제는 스탈린이 나머지 절반을 파괴했다. 나는 청년 특유의 피 끓는 분노로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어머니는 혼란에 빠져 자포자기 상태였다. 이모는 여전히 열혈 스탈린주의자였다. 매일 밤 우리는 사납게 으르렁댔다.

"거짓말!" 나는 이모에게 새된 비명을 질렀다. "거짓말에 반역에 살인에. 모스크바에는 미친놈이 앉아 있었던 거라구요!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거기 미친놈이 앉아 있었다구요. 사회 주의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이모 같은 사람들이 그 세월 동안 이 미친놈을 위해서 자기 자신을 망쳐놓고 또 망쳐놓은 거구요. 러시아 사람들 수백만 명이 나락으로 떨어졌어요!" 공산주의자 수백만 명이 자기 자신과 서로를 배신했다구요!"

"빨갱이 사냥꾼 같으니라구!" 이모가 맞받아쳤다. "넌 아주 고약하고 같잖은 빨갱이 사냥꾼이 됐구나! 루이 고닉은 자기 딸이 빨갱이 사냥꾼이 됐다는 걸 알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거다!" ”

래디컬 페미니스트 비비언 고닉 슨상림의 문체로 해부되는 그 자신의 이야기와 공산주의자들의 사연 마다마다에서............. 나으 심장은 해체되어 버리고 있다. 나는 비비언 고닉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사랑했지만... 아마도 처음 만난 순간부터 폴 인럽였던 까닭은 그녀가 모태 빨갱이었기.......🥵......


그러고 보면,


우치다 선생, 일본인이 한국 사람한테 막 조선 공산당 가르친다며 서문부터 오지랖... 님이 국가보안법을 아세여?!? 조선 빨갱이 부심에 스크라치… 이러던 게 지난 달이다...


세계는 어디로 왔나요…

오늘 아침의 나는 코민테른 3기 노선의 미국 적용에 밑줄을 치면서............ 겪어본 적 없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에 대한 향수와 (2024년의 저 멀리 만국의 프레카리아트는 웁니다.....) 미국 공산당에 대한 애잔함을 느끼며..... 하..... 늼들 텅령 도람푸예여..... 그때 공산당 잘 나갈 때 타협하지 말았어야했....... 어쩌면 그때부터 문제였을지도........ (응???, 그거 아니란다 얘야)......

암튼 저는 바다 건너 비비안 선생님 걱정... 비비언 고닉이시여... 미국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죠?......

울고 계신 건 아니죠?.....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선생님 오래오래 살아서 노벨문학상 또 받자.

선생님이 받자.

돈은 너네들의 것?

책은 우리들의 것… ㅠㅠㅠㅠ

넘 잘써서 마음아파 독서 중단 사태ㅋㅋㅋ

표지의 뒷부분에 코리 로빈의 추천사는 이러하다 "사회주의자의 내면에 대해 쓴 최고의 책"

추천사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살짝 찡했다. "이 책이 전하는 주제는 단지 미국 공산당만이 아니다. 오히려 횃불 이어가기다. 종착지를 모른 채 앞으로만 질주하는 자본주의에 세대 전승은 고민거리도 아니겠지만, 자본주의를 극복하고자 하는 운동에는 세대 전승이야말로 '전부다'"


​나는 희망하지 않는다.


그러나 감정을... 고닉이 #사회화의감정 이라고 칭하는 그것을 더 낱낱이 해부하고 싶다. 고닉만큼. 아니 고닉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연결되지 않기가 연결되기 보다 수월한 세계에서, 스스로를 혐오하는 말들이 아닌 다른 말들을 찾아내는 것은. 그건 싸움이고. 나의 읽고 쓰는 것은 거기를 겨냥하게 되는 것 같고, 그래서 더 건강하게 몸을 단련해야 한다.


다루고자 하는 것이 내 몸에 체현되어 있는 여전히 신경을 갉아먹는 어떤 감정들이니까.
억압하지 않은 채로도. 다룰 수 있을까.


"(36) 당의 기막힌 구조는 걷잡을 수 없는 힘으로 전 세계 수백만 명을 마르크스주의로 몰고 간 그 맹아적인 감정을 활용했다. 당의 도덕적 권위는 추상성에 형태와 물질성을 부여했고, 그걸로 강력한 인간 경험을 만들어냈다. 당은 사람들의 고양감을 가장 깊이 있는 인간성의 감각으로 만들어주는 그런 동지애에 경이로운 활력을 부여했고, 이로써 이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37) 거기에 있었다는 것은 곧 인간화의 가장 경이로운 과정, 한 인간이 어우러짐을 통해 발생하는 과정, 한 인간이 자아를 넘어선 자아 개념을 통해 자기 자신을 경험하고 기강 잡힌 맥락이라는 불가사의한 힘을 통해서 자유롭고 전인적이며 독립성을 띠는 과정 중 하나에 참여했다는 뜻이었다. 요컨대 사회화의 감정, 사람들이 고유하고 개별화된 자아가 아니라 공통적이고 축소 불가능한 자아를 통해 스스로를 느끼게 하는 그런 작용력을 가진 감정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향해 공산당은 말을 걸었다. 이 모든 것으로부터 공산당은 가공할 힘을 끌어냈다."


그렇게 깡그리. 어떤 용어(OO주의, OOO즘, 정체성의 정치, 팬덤, 또 뭐뭐머)로 한 단어로 딱 잘라내서 가두고 나만 빠져 나올 수 있는 그런 감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손가락으로 지적해서 바뀌는 것도 아닐뿐더러. 세상에 불필요한 감정은 없다. 겪었어야 하는 것이라면 이유는 없지만 해석은 필요하다. 그리고 해석은 이어질 필요가 있다. 종착지를 모르는 그것들은 세대 전승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을 테니까. 


물론 신경전달 물질의 화학작용은 같은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경험이 다 똑같다고 말하면 안된다. 아무거나 막 섞지는 말아줄래. 나는 그렇게 생각해. 


요컨대 사회화의 감정, 사람들이 고유하고 개별화된 자아가 아니라 공통적이고 축소 불가능한 자아를 통해 스스로를 느끼게 하는 그런 작용력을 가진 감정을 겪었다는 것이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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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4-11-12 1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봐야겠군요.

공쟝쟝 2024-11-12 12:58   좋아요 2 | URL
하 ㅜㅜ 빨겡고닉 못참져!! 저는 알렉셰비치보다 고닉에 박수칩니다. 고닉언니는 중립기어 못박음 ㅋㅋㅋ

단발머리 2024-11-12 13:03   좋아요 4 | URL
참고로.... 중립기어 운운하는 이 사람은...
운전을 못 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전 못 하는 이가 말하는 중립기어의 어떠함...............

유수 2024-11-12 13:32   좋아요 2 | URL
단발님 제보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ㅋㅋㅋㅋㅋㅋ중립기어 어떠한가..
중립기어 많이 망가진 단어가 된지라 쟝님이 적재적소에 활용함으로써 회생복권되었다..고 할게요!

단발머리 2024-11-12 1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의 나는 코민테른 3기 노선의 미국 적용에 밑줄을 치면서............ 겪어본 적 없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에 대한 향수와 (2024년의 저 멀리 만국의 프레카리아트는 웁니다.....) 미국 공산당에 대한 애잔함을 느끼며..... 하..... 늼들 텅령 도람푸예여..... 그때 공산당 잘 나갈 때 타협하지 말았어야했....... 어쩌면 그때부터 문제였을지도........ (응???, 그거 아니란다 얘야)......

이 문단 너무 웃긴데 너무 잘 썼다!

공쟝쟝 2024-11-12 12:5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그때 싹 해먹엇으면 ㅋㅋㅋㅋㅋㅋㅋ 한국전쟁도 없고요? ㅋㅋㅋㅋ (막나간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4-11-12 13:02   좋아요 0 | URL
진짜 막 나가시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회주의 실패했다고! 이미ㅋㅋㅋㅋㅋ 거대한 실험 실패했다니깐요!
왜 인정을 안 하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11-12 13:03   좋아요 0 | URL
우리의 횃불은 꺼지지 않는당!! 😤 흥!!!

단발머리 2024-11-12 13:03   좋아요 0 | URL
자중 바랍니다. 이러다 우크라이나전 참전하겠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롱!

공쟝쟝 2024-11-12 13:06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탈근대의 관점에서 서구를 패자니 나의 케이는 서구에 과잉 충성하고 ㅋㅋㅋㅋ 서구 인텔리들은 마오이즘 어쩔건뎈ㅋㅋㅋㅋ (ㅋㅋㅋㅋ 레닌이랑 마오 사진 붙이고 모임중인 고닉 선생님 나옵니다 ㅋㅋㅋ)

건수하 2024-11-12 13: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를 극복하고자 하는 운동에는 세대 전승이야말로 ‘전부다‘

좀 우울한데요... 근데 인정 안할 수가 없다...

공쟝쟝 2024-11-12 13:20   좋아요 1 | URL
가부장제랑 같이 작동하니 페미에 탑승합시다 ㅋㅋㅋㅋ 으아니 근데 페미도 대세는 파이찾는 거라 ㅋㅋㅋ 암튼ㅋㅋㅋ 로맨스는 공산주의도 한다고 헙…

건수하 2024-11-12 13:35   좋아요 2 | URL
얼마면 돼! 했는데 비싸네요....

공쟝쟝 2024-11-12 13:36   좋아요 2 | URL
그쳐그쳐 ㅋㅋㅋ 너무하네 이러면 누가 사보냐고 ㅋㅋㅋㅋㅋ 제목이 공산주의인데 가격은 부르주아여 ㅋㅋ 그래도 충성구매 했습니다! 오월의 봄 흥해라!!

초란공 2024-11-12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 새롭게 발견한 고닉 여사입니다. 공쟝쟝님의 글을 보니 이건 사야할 것 같은데요~! ㅋ

공쟝쟝 2024-11-12 23:50   좋아요 0 | URL
역시 눈밝은 초란공님도 알아보는 고닉여사님 이신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누가 읽어!!라고 했는데, 맙소사… 읽을 사람 많다ㅋㅋㅋ 의외로 페미니즘 에세이보다 잘 팔릴 지도요? ㅋㅋㅋ
우치다 선생님 ㅋㅋㅋ 남한에도 빨갱이 (밝혀지지 않은) 계보가 잇다!

달자 2024-11-13 0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읽고 싶어요..인용 달아주신 부분만 읽었는데도 가슴이 뻐렁치네요.. 이런 책은 이북으로 읽으면 안되고 종이책으로 읽어야 하는데 밑줄 좍좍 긁으면서 ㅠㅠ (이북으로 아직 나오지도 않았네요ㅠㅠ)

공쟝쟝 2024-11-13 11:25   좋아요 1 | URL
아 밑줄 진짜 박박 긋고 있어요…. 고닉은 겨우겨우 분홍분홍해진 나를 왜 나의 레드에 왜 불을 지피는가!!! ㅋㅋㅋ 진짜… 넘 좋음요…. ㅠㅠㅠ
정치적 열정에 대한 묘사들이… 고닉 특유의 나를 분리하지 않는 시선이랑 엮이니까… 그냥… 이 사람 너무 치열했고 많이 반성했고, 그래서ㅜ이걸 다 써냈고… 남길 걸 남겼다 싶고… 할말이 넘 많네요!!! 달자님 읽고 싶겠다 ㅠㅠㅠㅠ 힝!!

syo 2024-11-17 0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가 왔다?! 😤

공쟝쟝 2024-11-17 06:16   좋아요 1 | URL
쇼님이!!! 돌아왓다!!!!! 나으 서양철학마니아는!!! 두구두구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