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재밌는 걸 발견했다.
책 바코드 찍는데 톡 떨어져서 펼쳐보니 아마도 컴북스 이론총서 책에 들려온 홍보물인듯한데…🤔
오, 재밌는 말들을 했네? 하면서 누구야 하고 뒤집어 보니 이런 말을 한 철학자들의 책인 것 같다.
나는 이 시리즈를 페미니스트 사상가들 (버라드, 이리가레, 도티) 중심으로 모으고 있는 데, 하필 인물들이 다 서양백인남자 지식인들 같아 보여서 좀ㅋㅋㅋㅋㅋ 그래. 철학이란🤷🏻♀️흠.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제의 선동 백자평에 이어서 여자들아 과학하자! 여자들아 철학하자!!!
이 총서가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의 나침반*이 되겠다고 하시는 데,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진심이다.
나의 통제 밖을 빠져나가는 삶을 움켜쥐기 위해서 책 읽기를 시작했고, (중간 결론) 삶을 움켜쥘 수는 없지만 평생 데리고 살아야 할 나의 내면과 대화하는 방법을 책 읽으면서 터득했다. 좀 악착같았고, 때로는 너무 힘들었는 데, 그럴 땐 또 책으로 도망치면 되더라고. 아니면 또 안 읽으면 안 읽는 대로 해방감이... (응?)
무겁고 살기 싫고 귀찮은 인생이 가볍고, 재밌고, 조금은 견딜만한 것으로 바뀌었다. 요즘의 내가 그렇다. 물론 삶 좀 살아본 이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것도 일시적이고 또 고통이 시작된다고(네?) 그래도 이제는 책 읽기가 없던 과거의 나처럼 살 것 같지는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 푸하하! 난 거의 독서광 급의 진심으로 책 읽기가 취미인 사람인 것이다!!! 특히 철학 책 읽기 🥰!! 뚜둥!! (이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내면의 물음표를 도외시 하지 않으며, 질문하는 스스로를 어엿비 여기는 것이 나에게는 철학함이고, 보다 더 잘 질문하고 싶어서 두 명의 철학자 푸코와 아렌트를 읽고 싶어 한다. 두 사람을 이해하겠다는 목적보다는 두 사람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싶은 건데, 완전 완전 완전 어나더 레벨인 거 알아서ㅋㅋㅋ 걍 앞으로 즐기면서 슬렁슬렁하려고 함.
그래서 철학이 뭐냐,라고 누가 물으면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 스스로 하는 심문이라고 생각하며, *그걸 하려면 마음이 여유로워야 한다*는 수준으로 밖에 할 말이 없는 나이지만. 요즘과 같은 곤란한 시절에 철학이 필요한 이유는 정말로 나침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철학이라는 것에 접근이 참 어렵다는 것은 물음표를 던져야 할 주제이다.)
아마도 인간은 무언가를 믿어야 한다. 그렇게 생겨먹은 종족인 것 같다. 신이 이미 사라져 버린 세상에서 인간을 믿는 것은 사랑을 믿는 것만큼이나 미련한 일이란 걸 20대를 다 쓰고 난 후에야 알았다. 돈을 믿기에는 모두가 믿는 것이라 내게 수월하게 허락될 리 없으며, 일과 노동을 믿기에 그것들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며 반드시 사라진다. 페미니즘을 읽으면서는 가족제도와 결혼을(그 외의 모든 감정과 관계를 제도화하는 인간의 편의) 믿을 수도 없어졌다. 나는 나를 믿기로 했는데, 내 어느 부분을 믿어야 할지 도통 몰랐고. 내 무의식을 발견한 뒤부터는 더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 모든 과정에서 획득해낸 나 자신에 대한 나의 시선을 믿는다. 니가 믿고 싶은 것을 너는 지금 믿고 있어. 그래서 그 믿음은 너 스스로가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지.
20대 초반 단순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던 철학과 교양수업 시절에서 돌아돌아와 결국 나는 삶에서 철학(혹은 철학 책 읽기)이 필요한 종류로 생겨먹은 종족이라는 걸 인정(하기 싫었는데) 하고, 사는 방식을 조금 아주 조금 알 것도 같아졌다. 현 시점을 지나는 순간 나는 이렇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기록해두고 싶었다.
홍보물에서 로이 바스카와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문장이 눈에 밟혔다.
- 바스카 : 앎의 목적은 삶에 있다. 설명의 목적은 곧 해방에 있다.
- 키틀러 : 매체가 우리의 상황을 결정한다.
내 몸에 맞지 않는 당연한 언어들을 코웃음 치면서 튕겨내고 싶어서 푸코(바스카)를 읽을 거고
이런 매체 환경 속에서 전체주의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져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아렌트(키틀러)를 읽어보려고 한다.
당연한 언어와 이런 매체 환경이 나의 삶과 심각하게 불화했다는 것은 페미니즘이라는 시각을 고군분투해서 얻어내지 않았다면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페미니즘은 계속 읽을 거다. 아주아주 천천히. 바닐라 라테 마시면서 수다 떨면서.
참, 이 홍보물이 재밌었던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뜯으니까 책갈피로 사용 가능함. (음. 미학적으로 얼굴들이 아름답지는 않음ㅋㅋㅋ 무문장이 아름답네여...)
기획한 사람 상주세요. 컴북스 칭찬합니다! 종이 버리기 아까운데 홍보 + 책갈피라니. 영리한 사람들~! 좋은 책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혼란한 시절, 자신만의 나침반을 하나씩은 챙겨갈 수 있도록! 출간에 애써주세요. 특히 여자 철학자 많이 넣으세요!
그리고 난 .... ..... (그만 사..) 사려고 들어온 거 아니고 컴북스의 노고를 치하하려고 들어온.... (니가 뭔뎈ㅋㅋ)건데.. 왠지 사야 할 거 ...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