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잔혹한 낙관주의) 그보다 더 심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난 안다.”
“세상에는 열심히 일하고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세뇌 당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들이 있다는 것을.”
마리 루티는 돈이 없었지만 빚을 내어 정신 분석을 받으며 18개월 간 매일 울었다. 나도 화를 내는 것을 잘 모르게 되어버려서 온몸을 떨면서 글을 쓰며 화를 내고, 힘들다는 말을 잘 못해서 한 달에 한 번씩 돈을 내고 상담 샘 앞에서 울다가 온다. 울어도 괜찮아요, 아파도 괜찮고, 그건 너무 당연한 불안예요, 그런 지지를 받아 내 감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 받는다. 자주 울어야 한다. 뭐 어때? 달리면서 울고, 요즘엔 달릴 수 없으니 걸으면서 운다. 우는 내가 약한 내가 나한테는 쪽팔리지 않지만, 남들한테는 쪽팔려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 아직은 딱 이 수준 이라는 걸 인정한다. 혼자인데 뭐 어떠냐고, 혼자 힘들어하고 울고 그러는 거 남한테 피해주는 거 아니라고 샘이 말씀하셨다. 그러고 보니 옳고 타당한 지적이라 더 잘 울고 화내고 밥 먹고 일하고 잠자고 뭐 그러기로…
신자유주의는 차라리 낫다라고 말하는 루티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아주 많이 이해할 수 있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자기 계발서 없이 있는 그대로 현실을 감당하려 했다면, 나는 이 만큼의 삶을 꾸려내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그러느라 슬그머니 밀춰둔 내가 진즉 감당했어야 할 나쁜 감정들을 껴안으려 노력해본다. 뭐 어때 혼자인데. 이 고독한 도시에서, 혼자 오롯이 내 감정을 느껴볼 수 있게 끔 나는 나를 키워온 건데. 이제 슬퍼하자. 세상이 내게 주지 않는 것들을 포기하는 울음을 울자.
지금의 나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은 이대로 오락가락 한 상태가 지속 될까봐 이다. 아픈 상태가 계속되면 일을 할 수 없어지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해야 할텐데, 나는 죽어도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다. 쓸모없는 나 까지는 감당하고 싶지 않음. 거기엔 분명 신자유주의도 섞여있다. 내 감정에 효율성을 따지면 타인의 감정에도 효율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이 되는 것과 같다. 그건 별로지. 그러므로 나는 일단 별로다. 일단 나는 나의 안녕을 배워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나의 안전을 먼저 도모해야하는 사람이다. 지금까지의 나를 없애지 말자. 힘들어 하는 나를 미워하지 말고 지켜봐 주자. 그것이 먼저다. 항상 그것이 먼저였다.
신자유주의와 생명관리정치가 한 개인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조건인 양 격분하는 동료 학자들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보다 더 심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난 안다. 비록 내 발달 과정에서 겪은 중요한 경험들 조차 신자유주의와 생명관리정치의 지배적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일지라도, 그것만으로는 내 경험과 정신을 온전히 설명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 P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