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50살의 나여,열심히 써라!'라는 댓글을 달아뒀던 게 기억나서 늦은 밤 일 때문에 눈 침침한데 조금 더 읽었다.
몇 페이지 안가서 서른 여덟 살의 울프는 50살의 자신에게 안녕하냐고 묻고 있다. 아...🤔 나 버지니아 울프랑 캐릭터 또 겹치네... 진짜 푸코에 이어서.... 큰일났네... 대문호와 철학왕들과 자꾸 캐릭터가 겹쳐.... 흠.... 어쨌든 울프 선생님 좀... 귀엽다. (세상에 내가 버지니아 울프를 귀여워하고 있다니...!) 몇 문장 안가서 '가족 제도에 반대하고 싶어'하신다. 어, 저도 그런데...!!!. 선생님! 백 년 뒤 세상은 좀 더 구체적이고 좀 더 심각해요.
그나저나 백 년 뒤까지 인류가 존속하려는 지는 모르겠으나, 만약에 인류가 절멸했다면 그것은 가족 제도만을 옹호하는 이들 때문 일 것이고, 가족 제도(여성의 무임금 재생산 노동)를 기준으로 국가를 셋팅한 가부장제 자본주의 때문일 것이다. 그건 뭐 여자들이 만든게 아니라서 따져 물을 필요는 없지만, 여남 가리지 않고 같이 멸망할테니 좀 억울하긴 하므로 2022년 한국의 4B를 최선두로 전 세계는 페미니즘 중~ 울프 선생님! 거기엔 지대한 당신의 영향이 있으니 제게도 영향을 미친 <자기만의 방>을 당신이 썼다오. 인류가 답을 찾으련지는 모르겠는 데... 남자들한테만 맡기면 안될거라는 건 남자들 자신도 아는 세상이 올 텐데... 지금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는 대통령을 잘 뽑아서.... 응? 호되게 당하고 다시는 남자 대통령을 안뽑았다고요??? (ㅋㅋㅋ)
나의 이런 망상에 가까운 시덥잖은 예언을 50살의 내가 읽을 것을 생각하니 실실 웃음이 지어진다. 너무 나이브해서 쪽팔리냐? 그래도 이게 맞다니까? ㅋㅋㅋ 너, 노안 왔겠지만, 그 때는 훨씬 훨씬 기술이 발달했을 테니 큰 글씨로 읽고 있지? 공쟝쟝, 아직 인류가 멸망하지 않았다면, 혹시라도 인류가 멸망하지 않아야 하는 이해관계를 가진 대열에 네가 있다면... 그땐 이걸(?)로 책을 쓰도록 해! ㅋㅋㅋㅋㅋ 이게 재료야!
그냥 지금을 열심히 살 면 언젠가는 50살이 될 것이고, 그때의 내게 확실히 장담할 수 있는 건 지금은 읽기 어려워하는 *한나 아렌트*나 *미셸 푸코*의 주요 저서 두어 권 정도는 더듬더듬 이해하며 읽은 상태일 것이다. 5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내가 <젠더 트러블>을 읽은 상태일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세상에, 알라딘 서재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아 여러분 또 제가 이렇게 가슴이 웅장해져.... 내가 어떻게든 꾸역꾸역 그 어렵다는 <젠더 트러블>을 머리 뜯어가며 읽었으며 <제2의 성>을 두 번이나 읽은 사람이라니!!!!!... 세상의 속도는 책보다 훨씬 빨라서, 이제 그 책들은 현실을 다 담을 수 없는 낡은 것이 되었지만(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는 책은 없다, 그것은 관념-), 그러나 세상은 또 너무 다양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여전히 섞은 채로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그것이 진짜 리얼리티로서의 현실-), 그 책들은 또 여전히도 앞으로도 너무도 필요할 것이고.
지금의 내가 좀 어려운 책들을 열심히 읽는 사람인 것이 너무 좋다. 아마도 쉰살의 나는 살아본 만큼 많은 질문들을 갖게 될 것이고, 그 질문들을 진지하게 다루는 이들이 쓴 것들을 읽으면서 흐뭇해하겠지. 그걸 생각하니 역시 기분이 또 좋다. 좋다, 좋네. 분명한 건 5년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좋으니까, 50살의 그녀는 50살의 나를 더 많이 좋아하고 있을거다.
*나이 먹은 공쟝쟝이 안경을 끼고 2022년 9월 대목을 읽을 때, 틀림없이 나더러 일기를 계속 하라고 말할 것이다. 친애하는 내 망령이여 안녕하셨습니까?*
50 쟝쟝, 그냥 지금을 열심히 살면 돼. 하던대로, 살던대로. 이미 그렇게 살았을 테니, 그것을 또 계속 하도록해. 네 글이 너를 어디로 데려다 줄지는 모르지만 난 얼마전에 네덜란드 다녀왔다? (푸하하) 젊어서의 너는 이별과 상실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다고 자부해. 그때도 사람들은 다가오고 떠나가겠지만, 너는 더 이상 헤어지는 게 무서워서 웅크려만 있지는 않을거야. 이미 혼자가 되어 보았기 때문에 혼자임이 아무렇지 않을 거고. 세월과 사람들이 선사한 슬픔이 지금의 나보다 훨씬 많겠지? 그렇지만 그것을 다 겪으며 살아낸 더 단단하고, 깊은 사람이 되어 있을 거야. 더 많은 이야기가 생겨났을 거고. 그땐 또 그걸 쓰고 있을 너를 알아.
아. 최근에 마음만 생긴 소망인 데, 그때도 혹시 마음만 일까봐 좀 겁나는 데... 너...많이 읽었으니까, 이젠 영어도 좀 읽어. 외국어 공부가 노화하는 뇌 건강에 직빵이래. 그런데 현재의 너는 ㅜㅜ 노동에 치인다... 뭐 이 노동도... 미래의 니가 굶어 죽지 않기 위함이니까... 열심히 자신의 부를 누리도록 하세요...?
너를 생각하니 가까운 미래의 내가 해야할 것들이 보이는 구나. 안녕.
2022년의 나는 이렇게 또 스스로에게 숙제를 내주고 숙제를 한다. (성격...)
나이 먹은 버지니아가 안경을 끼고 1920년 3월 대목을 읽을 때, 틀림없이 나더러 일기를 계속하라고 말할 것이다. *친애하는 내 망령이여, 안녕하셨습니까?* 그리고 내가 50이라는 나이를 그리 많은 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기 바란다. 그 나이에도 좋은 책을 몇 권 쓸 수 있을 것이다. 멋진 책을 위한 재료가 여기 있지 않은가. - P46
나는 가족제도에 반대하고 싶어졌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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