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사람이 또 있다. 아니다. 난 혼자 일해서 365일 중 300일은 혼자 있다.. 부연하면 내겐 반려묘, 두달에 한번씩 만나는 친구들, 한달에 한번 만나 맥주를 마시거나 산책을 하는 동네 친구, 정기적으로 한달에 한번씩 가는 상담, 두달에 한번 데이트하거나 넷플릭스 몰아보는 동생들, 가끔 병원 때문에 오시는 엄마, 1년에 세 번 정도 만나는 독서 모임(더덕단), 2년에 세번 정도 만나는 후배들이 있다. 그리고 관계의 대부분은 알라딘 서재… (sns안하고 일상적인 단톡방도 없다 유튜브를 한다...) 이다… ㅋㅋㅋㅋㅋ (하지만 이것도 월요일 아침에만 열심히 하는 편인 듯ㅋㅋㅋ)

물론 이 외에도 드문드문 내게 만남을 신청하면 나가서 만나는 (내 쪽에서 연락하는 법은 없는… 코로나 이후로 다 정리된..) 느슨한 관계들이 있긴 있지만 본질적으로 이게 다다. 손으로 꼽을 만큼 가뿐하다. 한 때 관계 중독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놀랍다. 나는 최소한의 관계들 속에서 충분히 충족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들 모두를 감사해하며, 그들도 나를 좋아하고 아낀다.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을 만날 의향이 없는 것도, 더 친밀한 관계에 대한 욕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나의 하루는 일 - 집안 일 - 휴식 - 산책이나 운동 만으로도 꽉 차버려서 그냥 잘 지낸다. 사람들 만나면 좋고 또 좋은 만큼 피곤하고 그렇다.

물론 고독한 와중에 외로울 때가 있다. 종종 일에 집중하다 밥먹는 것을 까먹을 때. 무서운 영화를 보고 싶거나 무서운 책을 읽고 싶을 때. 어떤 상실이나 고민 앞에서 혼자 울어야 할 때. 자기 연민이 좀 생겨난다. 그런데 그럴 때가 자주 오진 않기 때문에 또 금세 아무렇지 않다. 외로운 게 너무 당연해져서 어떤 상태로 진입하는 것이 더 에너지가 드는 것도 같다. 요는 더 좋은 관계가 온다면 그것을 튕겨낼 생각은 없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마음이 더 많이 든다. 영감없는 형식적인 관계는 20대 시절로 충분했다.

외롭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나는 외롭다. 그런데 뭇 사람들은 자신들의 외로움을 나에게 투사한다. 아닌데요? 나 그거 아닌데? 각자의 외로움이 있고 외로움에도 인간 고유의 질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그럴 때 나는 분노 섞인 외로움을 느낀다.

내게 필요한 만큼의 친밀함과 내가 원하는 만큼의 소통에 대한 욕구는 내가 정한다. 그리고 내가 만든다. 관계에서 내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나 자신에게 묻는 것은 시작이고, 그걸 당신이 나에게 줄 수 있는 지는 당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해도 상대에게 의향이 없다면 주고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노력하겠지만 당신이 주지 않는 것을 달라고 강제하거나 구걸하지 않는다. 그것을 인정하고 물러서는 방법을 모르는 걸까? 갸웃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쓰고 있지만 나도 잘 모른다. 헤깔리고 더 많이 원하고 원하지 않는데도 주고자한다. 모르면 해봐야지. 하다가 아니면 그만두면 되고.

여튼 사람들은 여전히 혼자있는 사람 곁에는 누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나는 그게 환상같다. 내 곁에 있어야하는 누군가 정해져 있었을 때, 나는 지금보다 더 외로웠기 때문이다. 내가 나에게 줄 수 없는 것을 누군가에게 기대할 수는 없다. 언제나.



365일 중 절반쯤은 혼자 있다. 나는 혼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이메일 답장을 하고, 책을 읽고, 밥을 먹고, 원고를 쓰고, 영상 기획을 하고,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촬영을 하고, 영화를 본다. 사람을 만나는 날은 대개 미팅이나 강연이나 교습이 있는 날이다. 점심을 같이 먹어야만 하는 회사 동료와 상사도 없고 집중할 만하면 이름을 부르는 가족이나 놀아 달라고 보채는 반려동물도 없다. *나는 자유를 느낀다. 행복을 느낀다. 고독을 느낀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달랐던가? 그렇진 않았던 것 같다.
‘잘못된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건 범죄도 아니고 질병도 아닌데 측은한 시선 속에서나의 소중한 행복은 이기심이 되고 소중한 고독은 부작용이 된다. 고독하지 않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가족을 만들어야 한다고 누군가가 말한다.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게 만들어서 우리 세대가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나는 웃는다. 적어도 이 집에서 고독은 행복의 전제 조건 같은 것이다. *나는 고독해서 행복을 느낀다. 고독함에도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니다.*
사람 만나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는것도,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만 제한된 시간 속에서 내가 부여한 우선순위의 목록이 조금 다른 것뿐이다. 물론 언젠가 이게 다 부질없는 일로 밝혀질지도 모른다. 소중한 사람들과 자주 만났어야 한다고 땅을 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오히려 고독의 시간을 가지지 않았던 것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사람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법이니까.
이런 삶의 방식이 가능한 건 온라인에서 사람을 많이 만나기때문인 것 같다. 그건 직접 만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지만 또 완전히 다르지도 않다. *개방과 고립이 기묘하게 공존하는 삶.*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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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5-24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난 안 외로워서 쟝쟝에게 외로움을 투사하지 않았나 보오... 나 주말에 늦은 어버이날 챙기느라 가족들 만났는데 정말 혼자 있고 싶었다..ㅋㅋㅋ

공쟝쟝 2022-05-24 23:23   좋아요 1 | URL
네 이젠 설명하기 지쳐요. 그냥 외로운 척 합니다… 흑흑 … 이러면서 ㅋㅋㅋ
제 관계중에 제가 선택하지 않은 관계는 가족들인데… 사실 저는 정말 가족들을 친구처럼 대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친구가 아니기에 언제나…😮‍💨 (지난 주엔 모처럼 즐거웠어여 ㅋㅋㅋ 겁나 맛난거 먹어서 ㅋㅋㅋ)

새파랑 2022-05-24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의 마지막 문장은 명언이네요~!! 혼자있어도 같이 있어도 외로운건 마찬가지인거 같아요~~ 외로움의 해답은 고양이? 😅

공쟝쟝 2022-05-24 17:15   좋아요 2 | URL
어쩌면 진짜 외로워봐야 아는 걸지도. 저는 외로움을 잘 직면해요. 외롭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으므로. 제게 해답은 고양이가 맞아요. 즈이 반려묘는 엄마가 울면 꼭 붙어있어 줍니다. 아아 ㅠㅜ 고마워 ㅠㅠ

다락방 2022-05-24 17:27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누가 옆에 있다고 해서, 그게 나를 너무나 사랑하는게 분명한 누군가라고 해서 외롭지 않은건 아닌데요. 외로움에 대한 지식이 단편적이기 때문에 ‘너는 지금 외로울 것이다‘ 라고 멋대로 생각하는게 아닐까요. 저 같은 경우에도 당연히 외로울 때가 있지만, 그건 제 옆에 누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외로움이 아니라, ‘이런 나를(나의 이 감정을) 이해할 사람이 없다‘는 데에서 오는 외로움이거든요. 이걸 설명하려면 좀 복잡한데, 저는 사실 혼자여서 외로움보다는 혼자여서 느끼는 자유로움이 더 크거든요. 어떤 종류의 외로움만을 알고 그래서 그것만 극복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편협함에 대해 내 감정을 설명하는 건 몹시 지치는 일이예요. 그래서 살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걸러지는 게 되는것 같아요. 굳이 내게 설명을 요구하는 사람들, 굳이 설명해도 딱히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저절로 떨어져 나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인간이란 기본적으로 외로운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외로움의 정의가 좀 다르다 해도 말이죠. 우리는 다른 사람으로 충족될 수도 있지만, 계속 다른 사람으로 충족된 상태로 살아갈 순 없으니까요. 종종 비죠, 제 안의 어딘가는.

단발머리 2022-05-24 17:32   좋아요 2 | URL
우아... 이 댓글.... 이달의 당선작!!!

저도 인간은 기본적으로 외로운 존재라고 생각하고요. 그걸 늦게 알아챌수록 계속 외로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더 많이, 더 절절하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 거 같아요. 그런 친구들에게는 규칙적인 외부 활동을 권합니다. 그게 좋은 거 같아요.

잠자냥 2022-05-24 17:33   좋아요 2 | URL
오늘 다부장 댓글 지성미 넘치네… 백치 다락방이라고 놀리려다 취소. ㅋㅋㅋ

공쟝쟝 2022-05-24 17:39   좋아요 2 | URL
저는 다락방님의 이 댓글을 온몸으로 이해합니다. 아직 덜 살아봐서 이 감정을 설명하려 들었네요, 제가.
나는 외로운 데, 덕분에 나랑 너무 잘지내게 되었거든요. 이걸 모르는 사람들은 자꾸 너 외로우니까 사람 만나라고 해요. 그런 사람들 만나면 더 외로워져벌임 ㅠㅠ 만났는데 당신 같으면 어떡해?? ㅠㅠ
무튼 너무 말을 안해서 약간 정신이 이상해질까봐 정신건강 관리 차원에서 상담도 하는 건데.. 그것도 내가 너무 고립을 좋아해서ㅠ인것을 너가 너무 외로워서라고 생각해버리면 미춰벌임 ㅋㅋㅋㅋ
그럼 나는 내돈주고 한시간 동안 전문가에게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무엇인가 깊게 파는 대화하고 그들이 더 외로운 사람이라는 확신을 하고ㅠ뭐 그렇습니다…

공쟝쟝 2022-05-24 17:43   좋아요 2 | URL
잠자냥 이사람아 백치라니요. 다락방은 대천재여. 자신이 천재인 거 모를까봐 초조하기까지한 대천재ㅜㅋㅋㅋㅋ

다락방 2022-05-24 17:44   좋아요 2 | URL
쟝님 그 페이퍼가 너무 인상깊었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파엘 2022-05-24 1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그러니까 너도 그럴거다 라고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람은 다 다른데... 그나저나 쟝님, 저보다 인간관계와 만남이 서너배 정도 많으십니다 ㅎㅎ

공쟝쟝 2022-05-24 17:41   좋아요 1 | URL
대천사님… 고독 왕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정 ㅋㅋㅋㅋ 전 가족이 많아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인기도 많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ㅜ)

잠자냥 2022-05-24 17:43   좋아요 2 | URL
천사는 원래 혼자 다님 ㅋㅋㅋㅋㅋ

쟝쟝, 엇 나도 인기 많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24 17:45   좋아요 2 | URL
대천재도 혼자 다녀요 😉

라파엘 2022-05-24 17:47   좋아요 2 | URL
아... 뭔가 한순간에 인기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22-05-24 17:48   좋아요 2 | URL
괜찮아요, 라파엘님. 내가 좋아해요. 🥰

공쟝쟝 2022-05-24 17:4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인기 많아지려면 우리처럼 고독해야함 ㅋㅋㅋㅋ 하아 ㅋㅋㅋ 우린 모두 고독한 도시의 여자들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5-24 17:53   좋아요 2 | URL
라파엘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고독한 도시의 여자들 틈바구니에서 빠져 나올 수 없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파엘 2022-05-24 17:53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ㅜㅜ 솔직히 너무 감격스럽고 좋은데 ㅠㅠㅠㅠ 달아주신 댓글에 좋아하면, 진짜 인기없는 사람으로 확정되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24 17:54   좋아요 2 | URL
맞네요? 그렇게 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5-24 17:56   좋아요 1 | URL
라파엘님 인기없는 사람 확정짓고 다락방의 좋아함을 얻는 것이 장기적 안목에서는 좋은 투자입니다. ㅋㅋㅋㅋ 미래의 인기를 위해 지금 기투하세요!!

라파엘 2022-05-24 18:04   좋아요 1 | URL
인격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는 칸트의 정언명령에 따라, 저는 다락방님의 호의를 결코 다른 것을 위한 수단으로 삼지 않습니다!! 다락방님은 그 본성이 강렬하고 진지한 도덕관념으로 꽉 차 있는 존귀한 분이십니다!! 😃

공쟝쟝 2022-05-24 18:07   좋아요 2 | URL
이 인기없는 자가 한 순간에 나를 도덕없는 자로 만들었다… 🫠

다락방 2022-05-24 18:0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뭐에요 ㅋㅋ 서로 뭐 없게 만들기 경쟁입니까? ㅋㅋㅋㅋㅋ

라파엘 2022-05-24 18:12   좋아요 1 | URL
쟝님, 인기도 많은데 도덕까지 완벽하면 어떡해요... 사람이 뭐 하나는 부족해야 인간미가 느껴지죠 😅

공쟝쟝 2022-05-24 18:37   좋아요 2 | URL
네 전 도덕없습니다!! 그건 사실 레알 참 트루입니다. ㅋㅋㅋ 도덕이즈 내가 발명하는 것 ㅋㅋㅋ

다락방님은 인간미 없는 걸로.. 완벽… 긍대 다락방님은 인간미 빼면 시첸데… 아 다부장 다코타 대천재 다락발… 부족함이 없는.. 분…

그리고 조용히 묻힌 잠자냥도 인기 많다는 반전 ㅋㅋㅋㅋ

잠자냥 2022-05-24 19:31   좋아요 1 | URL
난 다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

vita 2022-05-25 08: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댓글 읽다가 아침부터 미친듯 웃었네 ㅋㅋ

공쟝쟝 2022-05-25 08:45   좋아요 1 | URL
굿~모닝~💕

독서괭 2022-05-27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도 댓글도 훌륭한데 대댓글이 장르를 코미디로 바꾸었네요 ㅋㅋㅋㅋ 넘 재밌습니다 ㅋㅋㅋ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사람, 함께 있어도 외로운 사람 다 제각각이기 마련인데, 함부로 투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을 외롭다고 단정하며 결혼하라는 압박으로 이어지니.. 사실 저는 요즘 싱글 여성들 보면 손을 꼭 잡고 계속 그대로 멋지게 살라고, 결혼 따위는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답니다 ㅎㅎ

공쟝쟝 2022-05-27 20:14   좋아요 2 | URL
비혼 여성의 삶이란게… 화려함도 있고 멋짐도 있고 비루함도 있고 안들키고 싶은 속상함과 외로움도 있지만, 그저 혼자이기에 불완전한 존재처럼 여겨지는 그 시선에 대해서 (뭐 사실 그런갑다하는 데) 그 불완전함을 내가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강인해지고 싶은 건데… 결국은 그래서 불완전하잖아? 누군가가 그래도 옆에 있어야지! 해버리면 맥이 너무 빠져요…. 누가 그걸 모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