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잭 리처 시리즈 중 납치를 다룬 두권을 연달아 읽게됐다. 두 책은 납치가 소재인 것 말고도 많은 유사점이 보이다.
첫째, 최초의 살인이 있고, 이와 관련해 납치가 일어난다.
둘째, 매력적인 여인과 아이가 납치된다. 온갖 잔인함이 난무하는 헐리우드에서 조차 아이와 애완동물이 죽는 장면을 보여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기서 나는 두 이야기의 결말을 다소 예상했다.
셋째, 매력적인 여성 조력자들이 있다. 뭐 이 두편에 나오는 여자들은 다 매력적이다. 고전적인 미인, 세련된 미인, 강한 미인 등등등... 세상에 못생긴 여자는 없다는 도일경의 말을 진심 믿는 작가다.
넷째, 영웅 잭리처의 일대 다 전투신. 향후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둔 것인지 잭리처가 적들을 소탕하는 장면 묘사에 꽤나 공을 들였다. 일대 스무명도 문제없다. 적을 급습해 목을 꺾고, 두들겨 패고, 총알을 먹인다.
다섯째, 납치의 진상 자체도 유사하다. 더말하면 스포일러 임으로 여기까지.
잭 리처는 거구에 싸움도 잘하고, 고양이처럼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데다, 홈즈 빰치게 명석한 비현실적 인물이다. 평소에 성 프란체스코를 존경했는지, 옷가지도 주거지도 소유하지 않은채 맛난 커피말고는 그닥 원하는 것도 없이 떠도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언제나 잔인한 일에 우연히 휘말리고 만다.
두편 중엔 하드웨이가 더 마음에 들었는데, 더 길고 로맨스도 있고, 미국 뿐만 아니라 멀리 영국도 가주고 해서다.
얼마전 뉴스에 미국에서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으로 고통받던 재향군인이 국방시설로 들어가 살인을 저지른 일이 보도된 적이있다. 내 보기에 미국은 참 요상한 나라인게 자국민을 멋진 병기로 만들어 끔찍한 현장에 보내 정신이 나가게 한 다음, 마구 총기를 구할 수 있게 해놓았다. 인간이 너무 많아서인가? 국가도 자살유전자가 있는것인가? 책엔 전현직 군인들이 잔뜩 나오는데 우리처럼 의무병역도 아닌데 미국이 병영국가인게 틀림없다.
여하튼 하드웨이엔 군대에 퇴직한 후 돈받고 남의 나라 분쟁에 뛰어드는 용병들이 등장한다. 이 용병들의 리더는 두번이나 아내를 납치당한다. 잭리처는 두 사건을 미모의 전직 FBI 요원과 파헤치는 이야기다. 하드웨이는 책 표지 제목 밑에 해답이 적혀 있으니 읽으려고 하시는 분들은 그 문구를 너무 유심히 보지 마시라. 나는 2/3 지점에서 어느정도 답이 보였는데 그래도 주인공이 어떻게 눈치채게 되는지를 여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원티드맨은 두명을 제압하는 걸 고심고심하다 두들겨 맞는 잭리처가 몇 십명을 상대로는 너무 과감하게 뛰어드는 점이 다소 의아하긴 하지만 완급을 잘 조절해가며 끝까지 술술 읽힌다.
개천절 연휴, 여행길 가벼운 동반자로 잭 리처를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