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의 조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0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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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폭력조직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홍콩 영화 [무간도]라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는 경찰이면서도 폭력조직에 잠입한 양조위(진영인 역할)와 폭력조직의 일원이면서 경찰로 잠입한 유덕화(유건명 역할)가 주연으로 등장한다. 양조위는 경찰이지만 점점 범죄자의 모습이 되어가고, 유덕화는 점점 경찰처럼 되어 간다. 양조위가 경찰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모두 사라지자, 유덕화는 그를 포섭하려 한다. 그러자 양조위가 말한다.

"미안하지만 난 경찰이야!"

그러자 유덕화가 되받아 친다.

"그걸 누가 아는데!"

이 영화는 거대한 조직 속에 잠입했지만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결국 인간은 거대한 조직 속으로 들어가면, 그 조직 속에 함몰되고 만다. 자신이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자신이 처음 가졌던 이상은 무엇인지, 심지어는 자신의 정체성까지도...

 



[무간도]라는 영화처럼 경찰이라는 조직의 특성과 그 속에서 잠식되어 가는 인간성을 예리하게 그리고 있는 '사사키 조'라는 소설가가 있다. 사사키 조는 일본 경찰 소설의 3대 명장으로 추앙을 받으며 [경관의 피]라는 작품으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일본에서 매년 평론가, 작가, 동호회 멤버 등이 미스터리 소설의 랭킹을 정하여 수여하는 상,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야경]이나 [용의자 X의 헌신] 등이 1위 작품이다.) 1위를 차지하기도 했었다. 최근에 출간된 [경관의 조건]은 [경관의 피]라는 작품에 이어지는 스토리로서 3대째 경관이 '안조 가즈야'와 그의 라이벌인 '가가야 히토시'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경관의 피]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경관의 조건]을 읽어서 전작의 내용을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전작을 읽지 않고서도 이 책을 읽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전작을 읽지 않은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스토리였다.)

 



'안조 가즈야'는 갓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형사부 수사 4과에서 조직폭력배를 담당하는 전설적인 형사 '가가야 히토시'의 밑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가가야는 혼자서 하나의 부서에 감당할 만큼 뒷골목의 방대한 정보량을 가지고 있는 형사이다. 그는 고급 양복을 입고,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조직폭력배들과 거래를 해서 타의 추종을 불허 나는 실적을 남긴다. 그러면서 자신의 동료의 아들이었던 가즈야를 밑에 두고 가르친다. 하지만 가즈야는 이미 윗선에서 가가야의 뒷조사를 하라고 잠입시킨 형사이다. 당시 경시청의 세력 판도는 변화하고 있었고, 새로 경시총감이 된 세력은 가가야를 제거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가즈야의 애인이 그를 버리고 가가야와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가즈야는 결국 가가야를 각성제 소지죄로 밀고하고, 자신의 애인이었던 여성까지도 함께 체포되게 한다. 결국 가가야는 조직의 힘에 의해 경찰에서 쫓겨나게 된다. 가즈야는 상관을 밀고했다는 동료들의 따돌림과 함께, 윗선에 의해서는 신임을 받고 고속 승진을 하게 된다.

그렇게 9년이 지난 후, 도쿄 뒷골목에서는 새로운 세력이 등장한다. 그들은 각성제를 팔기 위해 새로운 판매상들을 모으고 있다. 새로 창설된 조직폭력부의 계장이 된 가즈야는 이들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함정수사를 벌이다가, 잠입한 경찰이 피살되는 일까지 발생한다. 경시청 내에서는 수사가 겉돌고, 뒷골목의 정보를 접할 수 없자, 가가야를 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자신의 부하의 죽음을 계기로 9년만에 가가야가 복귀를 한다.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눈부신 성과를 낸다. 하지만 가즈야를 비롯한 일부 경찰들은 가즈야가 이미 조직폭력과 유착된 변질된 경찰이라고 생각을 한다. 가즈야가 과연 경찰이라는 조직과 폭력배라는 조직,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인물일까? 소설은 계속해서 가가야의 정체성을 혼란시키고, 끝에서야 가가야가 어떤 인물인지를 밝힌다.

 


이 소설은 저자가 마치 전직 경찰관이었던 것 같은 착각을 느낄 정도로 일본 경찰 조식의 생리를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경찰 내부의 권력싸움과 조직폭력배와의 관계, 그리고 말단 형사들의 애완까지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이 소설은 가즈야와 가가야와 같은 인물의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특히 가가야에 대한 가즈야의 심리가 마치 경찰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심리와 같은 선에서 묘사가 되고 있다. 가즈야에게 있어서 가가야는 어머니를 폭행한 아버지처럼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존재이다. 가가야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함께, 상대를 뛰어넘고 싶은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한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양가감정이라 한다. 양가감정은 아이가 부모에 대해서 사랑이나 증오를 동시에 느끼는 감정을 말하는데. 자신 역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기가 미묘한 상태를 의미한다. 소설은 가즈야뿐만, 아니라 가가야의 미묘한 이런 감정들을 직접적인 묘사보다는 인물의 행동이나 말투 등을 통해 간접적이면서도 예리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작가의 묵직한 이야기 전개 방식에 있다. 주인공 가가야처럼 저자도 세밀하고 자세한 설명이나 묘사가 아닌, 툭툭 던지듯이 사건과 상황을 묘사한다. 어떤 때는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천천히 사건 주변의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마치 폭주하는 기계처럼 급박한 상황을 전개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경찰 내부의 안력 관계, 수사 과정, 총격신 등이 급박하게 펼쳐져 간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현장감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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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선 Oslo 1970 Series 2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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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스뵈의 오슬로 1970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미드나잇 선]이 출간되었다. 요네스뵈는 우리에게는 '해리 홀레 시리즈'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해리 홀레 시리즈는 알코올 중독자이며 음울하고, 세상에 대해 시니컬한 반응을 하는 해리라는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작가의 치밀하고도 복잡하면서 동시에 완벽한 스토리 구성으로 유명하다.

반면 1970시리즈는 해리홀레 시리즈에 비해 구성이 매우 단순한다. 추리적인 요소도 없고, 복잡한 복선 구조도 없다. 주인공은 마약상의 하수인이며, 혼자 행동하며, 한 여인을 사랑한다. 그리고 쫓긴다.

전작 [블로드 온 스노우]에서는 '올라브'라는 살인 청부업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는 호프만의 여인을 사랑하다가 오히려 그 여인에게 배신을 당해 쓸쓸하게 죽어간다. 그래서인지 [미드나잇 선]을 읽으면서도 암울한 결말을 기대하며 읽었다. 다행인 건 이 책의 결말은 조금 어정쩡하긴 하지만 해피앤딩이라는 것이다.

[미드나잇 선]의 주인공은 예전에 '욘'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다가 지금은 '울프'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해결사이다. 소설의 첫 부분에서 울프는 노르웨이의 북단이 핀마르크 고원의 '코순'이라는 작은 마을에 내린다. 내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말을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울프는 지금 쫓기고 있고, 그를 쫓는 상대는 그의 행적을 모두 예측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도 예측 못하는 돌발적인 행동으로 코순이란 마을에 숨어든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울프는 매우 치밀하고 뛰어난 해결사처럼 보인다. 소설 초반에도 그는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며, 잔혹한 해결사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분위기와 달리 소설이 진행될수록 울프의 허접한 솜씨가 드러난다.

울프는 뱃사람이라 불리는 오슬로의 마약상 밑에서 일을 했다. 뱃사람은 전작에서 호프만을 죽이고 오슬로의 마약 시장을 모두 차지했다. 울프가 뱃사람의 밑에서 일하게 된 배경은 뱃사람의 부하를 죽였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자살처럼 처리되어 있지만 뱃사람의 조사결과 시체에서 발견된 총의 소지인은 울프였다. 뱃사람은 울프의 깔끔한 솜씨에 감탄해서 그를 불러 '내 밑에서 일할래?'라고 제안을 한다. 흔히 이야기하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다. 그래서 울프는 뱃사람 밑에서 일하며 뱃사람의 돈을 수금을 한다. 수금자에게 가서 분위기를 잡고 앉은 후 뱃사람이 시켜서 왔다가고 말하면, 대부분의 수금자들은 겁을 먹고 돈을 낸다. 그런데 사실 울프는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없다. 호프만의 부하는 진짜로 자살한 것이고, 총의 소지인만 울프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또 소설 후반에서 나오지만, 울프는 싸움 실력도 형편없다. 다만 분위기만 잡을 뿐이다.

분위기로 그럭저럭 버티던 울프에게 뱃사람은 살인청부를 부탁한다. 이상하게 방아쇠에 손가락만 걸면 손가락이 마비되는 듯한 이상한 증상을 가지고 있는 울프는 상대를 살려주고 돈만 가로챈다. 그리고 뱃사람이 보낸 살인청부업자인 '요니'를 피해 코순이란 마을로 숨어든다.

울프는 코순에서 마을 교회 지기인 레아와 그녀의 아들인 크누트를 만난다. 코순이란 마을은 강압적인 종교 분위기가 지배하는 곳이고, 레아는 그곳에서 폭력적인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아무것도 잃을 게 없는 울프는 레아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와 함께 코순을 떠나고자 한다. 그러나 이미 뱃사람의 하수인인 요니가 울프를 잡기 위해 사람들과 코순에 도착했다. 총 한 번 제대로 못 쏘는 울프가 프로 살인청부업자인 요니와 그 일행들을 어떻게 상대할까? 그리고 어떻게 레아와 크누트를 데리고 탈출할까? 마지막 부분에는 의외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요네스뵈의 '오슬로 1970 시리즈'는 시종일관 암울한 분위기이다. 주인공은 아무런 희망이 없고, 항상 쫓긴다. 더군다나 코너에 몰릴 때마다 더 코너로 들어가는 답답한 선택을 한다. 한 여자를 사랑하고, 그 여자에게 모든 것을 건다. 목숨까지도... 그동안의 요네스뵈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분위기를 내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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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탐정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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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표지와 제목을 보는 순간, 오래전에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한 영화 [콘스탄틴]이 떠올랐다. 영화는 타락한 세상에는 천사와 악마가 함께 공존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악마를 제거한다. 그러나 영화 마지막에서 콘스탄틴의 진짜 적은 악마가 아니라 천사임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설국열차]로 더 잘 알려진 틸다 스윈튼이 가브리엘 천사 역으로 등장에 나중에 날개가 잘린 채로 타락한 세상으로 떨어진다.

 

 

 

[천사들의 탐정]은 영화 [콘스탄틴]처럼 판타지적 요소는 없다. 하지만 작가 '하라료'가 그리고 있는 세상은 영화에서처럼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세상이다. 그리고 이렇게 타락한 세상에서 천사는 더 이상 천사의 모습이 아니라, 날개가 잘린 채 타락한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화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타락한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는 중이다.

 

'하라료'는 스릴러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잘 알려진 작가이다. 특히 그가 탄생시킨 중년의 탐정 '사와자키'는 여러 편의 시리즈를 통해 인기를 얻고 있다. 아쉽게도 나는 아직까지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 이번 [천사들의 탐정]을 통해 처음 '하라료'와 그가 탄생시킨 '사와자키'라는 탐정을 만났다.

[천사들의 탐정]은 작가가 '사와자키'라는 탐정을 등장시키는 7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단순히 단편소설이라고 하기는 한 편의 분량이 조금 많은 편이다. 이 소설의 공통점은 탐정 '사와자키'가 주인공이라는 것과 함께 어린아이나 청소년들이 사건의 의뢰인이나 대상자로 나온다는 것이다. 처음에 그들은 순수한 천사의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비친다.

첫 소설 [소년이 본 남자]에서는 '에노모토 다이스케'라는 소년은 우연히 살인 의뢰를 현장을 목격하고 자신의 저금통에서 5만 엔을 꺼내서 사와자키에게 여자를 살려달라고 말한다. 왜 저금통까지 깨서 사건을 의뢰하냐고 묻는 사 와 자키에게 아이는 아이가 할 수 있는 순수한 대답을 한다.

"그야...... 사람 생명은 돈보다 중요하잖아요?"

그러나 사건을 수사할수록 사와자키는 그 아이가 천사가 아님을 알게 된다. 그는 수상 중에 그 아이의 이름도 가짜이고, 그가 의뢰한 사건의 본질도 순수한 동정심은 아니었음이 밝혀낸다.

두 번째 소설 [자식을 잃은 남자]에서는 유명한 음악가의 숨겨진 아들이 아버지에게 나타나 돈을 요구한다. 아버지가 거절하자, 아버지의 어린 딸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아버지는 마음을 바꾸어 아들의 요구를 들어준다. 과연 이 아들은 악마일까, 천사일까. 작가는 이 소설의 마지막에서 타락한 세상에서 작가가 어떤 작은 희망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나는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려 사무실을 나왔다. 그리고 건물 뒤 주차장 쪽 도로로 향했다. 오가는 차들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나는 주위에 인적이 없는 걸 확인한 뒤 아버지를 대신해 흰 장미 한 송이를 길에 던졌다. 그때 길 건너편 보도 끄트머리에 놓인 옅은 색의 예쁜 꽃다발이 눈에 들어왔다. 오빠가 어린 여동생에게 선물하기 딱 좋은 꽃다발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P108)


세 번째 소설 [240호실의 남자]에서는 천사들이 사는 세상이 더 흉악하게 묘사된다. 처음 소설에 등장하는 여고생의 이미지는 아빠의 외도를 염려하는 순수한 딸의 모습이다. 그러나 사건을 파헤칠수록 등장하는 추잡함과 그 추잡한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딸이 택한 끔찍한 선택이 드러난다.

네 번째 소설 [이니셜이 M인 남자]에서는 한 남자 아이돌을 짝사랑한 여자 아이돌이 자살을 하기 전 사와자키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그는 그것을 단지 순수한 여자아이의 투정 정도로 생각한다.

"아가씨 나이가 열여섯? 열일곱?"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어린 소녀들은 늘 진짜라고 하지. 만화체로 쓰는 연애편지도 진짜고, 고시엔 야구 대회 응원에서 흘리는 눈물도 진짜고, 공부하라는 소리만 하는 어머니를 죽이겠다는 생각도 지자라고 하지. 자살하겠다는 건 대체 어떤 진짜인가?"(P165)


그러나 그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여자아이는 만화체로 연애편지를 쓰고, 고시엔 야구 대회에서 눈물을 흘리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음이 밝혀진다.

마지막 소설인 [선택받은 남자]에서는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한 중학생을 찾아 도시의 뒷골목을 헤매는 사와자키와 선거에 출마한 청소년 선도위원 '구사나기'의 모습이 묘사된다. 소설은 내내 '구사나기'가 과연 진짜 천사일까? 아니면 천사의 모습을 가장한 악마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정말 구사나기는 가출한 청소년의 안부가 걱정되어서 일까? 아니면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서일까? 타락한 세상에 너무나 익숙한 나는 후자를 염두에 두고 읽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사외자키'라는 중년의 탐정을 아주 매력적으로 그린다. 그는 세상의 냉혹함을 너무나 잘 아는 듯, 그런 세상을 무심히 바라본다. 아무리 타락한 세상의 모습도 당연하다는 듯이 지나친다. 그러다가도 그 타락한 세상 속에서 병든 어린 천사를 보면, 마치 길 잃은 짐승이라도 보듯이 다가가 보듬어 준다.

이 소설의 배경은 대부분 1980년대와 90년대 일본 사회가 배경이다. 고도성장의 그들 속에 버려진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이 타락해 가는 세상을 추리소설 형식으로 그리고 있다. 2010년대의 한국, 지금 이 세상에서 천사들은 또한 어떤 모습으로 타락해가고 있을까? 우리 사회도 이런 천사들을 지켜나가는 탐정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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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의 일기 밀리언셀러 클럽 146
척 드리스켈 지음, 이효경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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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에 대한 미스터리는 아직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그가 단기간에 독일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인해 히틀러가 초능력자라든지, 히틀러는 자살한 것이 아니라 소련이나 미국과 거래 후 다른 이름으로 살고 있다든지, UFO가 히틀러가 남긴 과학기술이라는 든지, 심지어는 히틀러가 여자였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히틀러에 대한 설들은 난무하다. 그만큼 히틀러는 아직도 우리에게 미스터리 한 인물일 것이다.

히틀러의 자녀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그의 애인으로 알려진 에바 브라운과의 사이에는 자녀가 없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혹자들은 히틀러에게 자녀가 있었고, 그가 자살할 때 함께 죽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최근 어떤 프로에서 히틀러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영국인 남자에 대한 방송을 보기도 했다. 히틀러가 젊은 시절에 영국인 여인을 사랑했고, 그가 영국에서 히틀러의 아들을 낳았으며, 자신이 그 아들이라는 주장한다. 히틀러는 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맺었으며, 그중에서 히틀러의 자녀를 낳았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런데 히틀러가 만약 하녀와 관계를 맺어서 딸을 낳았다면, 그 하녀가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던 유대인인 것을 몰랐다면, 이 하녀가 자신의 자신의 자녀를 살리기 위해 히틀러에게서 숨었다면, 그리고 그녀가 역사 속에 숨어서 자신의 자녀를 길렀다면, 마지막으로 이 여성이 이 모든 과정을 자신의 일기에 남겼다면...

이 소설은 바로 이런 가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게이트 하트라인'은 수많은 난관을 뚫고 선택된 미국 특전대 요원이었다. 그러나 전투 중에서 판단 미스로 어린아이들을 살해하게 되고, 그 죄책감으로 특수부대를 나와 지금은 독일에서 여러 단체들의 잔심부름을 하며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독일 정보부의 '장'이라는 인물이 관공서 건물에서 도청기 설치를 의뢰하고, 게이지는 낡은 관공서 건물에 도청기를 설치하다가 오래된 일기장을 발견한다. 게이지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인해 이 일기장을 가지고 나오지만, 읽을수록 이 일기장이 역사의 대단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게이지는 이 일기장의 정체를 알기 위해 애인인 모니카와 함께 프랑스에 고서 수집가인 모니카의 사촌 오빠를 찾아간다. 이때 모니카의 사촌 오빠에게서 빚을 받아내던 프랑스의 폭력조직에서 이 일기장의 가치를 알게 되고, 게이지와 충돌이 발생된다. 이 충돌에서 폭력조직 중 한 명이 죽게 되고, 이들은 복수와 함께 일기장을 노리는 과정에서 모니카를 살해한다. 결국 게이지는 도망가기를 포기하고, 혼자 폭력조직과 맞서 모니카의 복수를 시작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로 더 알려진 '로버트 러들럼'의 소설 [본 아이덴티티]가 연상되기도 했다. 기억을 잃은 첩보원이 여성의 도움으로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의 초반에는 게이지가 모니카의 도움으로 과거의 어둠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이 비슷하다.

또 지금은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스티븐 시걸'의 영화들도 연상된다. 평범한 요리사였던 전직 특수부대 요원이 테러리스트들의 위협 속에서 숨겨왔던 전투 본능이 살아나는 과정들이 이 소설과 닮아 있다.

이 소설은 단순히 액션 부분뿐만 아니라, 인물 묘사와 전투 과정의 묘사도 뛰어나다. 군 출신의 저자답게 게이지가 특수부대원이 되는 훈련과정을 매우 자세히 묘사하고 있고, 과거로 트라우마로 인한 심리상태의 묘사 등이 매우 뛰어나다.

특히 프랑스 폭력조직의; 보스인 '니키'라는 인물을 매우 잔인하고 파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 왠지 '덴젤 워싱턴'을 연상시키는 게이지의 사건을 수사하면서 오히려 게이지를 돕는 '엘리스 대위'라는 인물도 매우 매력적이다.

현재 게이지 '하트라인 시리즈'를 네 권이 출간되어 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계속해서 황금가지에서 번역되어 나올지 기대가 크다. 예전에 팔코 시리즈처럼 중간에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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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퀸 : 적혈의 여왕 1 레드 퀸
빅토리아 애비야드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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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미국의 YA 문학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흔히 영 어덜트(young adult) 문학이라고도 불리는 이 장르는 미국에서는 주로 10대 후반을 경향하고 있지만, 70프로 이상 성인 독자라는 보고도 나올 만큼 청소년과 성인의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YA 문학이 많이 알려진 것은 [헝거게임] 이후일 것이다. 그 후 [트와일라잇]이나 [메이즈러너], [다이버전트], 그리고 최근에는 '클로이모레츠'가 주연해서 화제가 된 [제5의 침공]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 YA 문학은 주로 판타지적이거나 SF 적인 세계관과 함께 남녀 주인공의 사랑, 그리고 주인공의 성장과정을 다루고 있다. 안타깝게도 [헝거게임]의 흥행 이후 주로 번역되는 YA 문학이 헝거게임적인 세계관과 스토리를 많이 모방하고 있어 큰 인기를 끈 작품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레드 퀸' 시리즈의 1부로 번역되어 출간된 [적혈의 여왕]은 독특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먼저 [헝거게임]이나 다른 YA 문학에서 다루고 있는 디스토피아적인 암울한 미래적 세계관이 이 소설에서는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또한 단순한 미래사회가 아닌, 왕국 중심의 권력 구조와 왕권을 향한 암투, 그리고 은혈들이 사용하는 특별한 능력들이 우리에게는 '왕좌의 게임'이라는 미드 제목으로 잘 알려진 마치 조지 마틴의 [얼음과 불의 노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소설의 세계관은 미래 사회에서 단순히 권력이나 부로 계급을 나누는 것이 아닌, 피로 계급이 구분되는 사회이다. 이 소설에서는 은혈과 적혈로 나누어지는데 은혈은 은색 피를 가지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어찌 보면 엑스맨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특별하다는 생각으로 자신들만의 왕국을 만들고, 붉은색 피를 가지고 있는 적혈들은 그들의 밑에서 봉사하며 지배를 당하고 있다.

여주인공 '매어 베로우'는 이런 은혈들이 다스리는 노르타 왕국의 빈곤한 적혈들의 마을 '스틸츠'라는 곳에서 산다. 그의 세 오빠들은 모두 전쟁터로 끌려 나갔고, 손재주가 좋은 어린 여동생 지사의 자수 공예를 통해 가족들이 먹고산다. 그에게는 어릴 적부터 소꿉친구인 킬러이라는 친구가 있다. 매어는 주로 소매치기로 하루하루를 먹고살며, 그녀 역시 군대로 끌려갈 암울한 미래만을 기다리고 있다.

갑자기 킬런이 군대로 끌려 가게 되자, 매어는 킬런을 구하기 위해 동생 지사의 도움으로 은혈의 거주지로 들어가 소매치기를 한다. 마침 '적혈의 군대'라는 적혈들로 이루어진 집단에 의해 테러가 일어나고, 은혈들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적혈들을 살해한다. 이와 중에 매어를 돕던 지사가 손이 망가지고, 매어는 죄책감으로 집을 나와 방황하게 된다. 그때 그는 칼이라는 한 남성을 만나는데, 이 남성의 도움으로 은혈들의 궁전에 일자리를 얻게 된다. 후에 매어는 칼이 노르타 왕국의 왕자임을 알게 된다.

왕궁에서 일을 하던 매어는 우연히 은혈 왕국의 왕자비를 뽑는 퀸트라이얼이라는 게임을 보게 되고, 본의 아니게 그 싸움에 말려들게 된다. 그때 그녀도 모르는 능력이 나타나고, 적혈이면서도 은혈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로 인해 모두들 당황하게 된다. 결국 그녀는 사악한 '엘라라 왕비'의 강요에 의해 은혈의 귀족인 '매리어나 타이나토스' 행세를 하게 된다. 그리고 엘라라 왕비의 아들이자, 둘째 왕자인 메이븐의 약혼녀가 된다.

이제 매어는 암투와 정쟁이 가득한 노르타 왕궁에서 은혈 왕자비 행세를 하며, 칼과 메이븐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또한 오래전 친구인 킬런과의 관계까지... 화려한 은혈들의 왕궁에서도 매어는 은혈들과 적혈들의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진홍의 군대'에 가입해 그들을 돕는다. 소설은 끝으로 갈수록 점점 속도감을 더하고, 마지막에서도 모든 상황을 뒤엎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미국의 청소년 문학과 로맨스가 우리나라와 많이 다름을 느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서점 등을 중심으로 로맨스 문학 등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평범한 소녀가 왕이나 왕좌를 만나서 신분상승을 하고, 그들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구조이다.

반면 [적혈의 여왕]은 미래 사회의 암담한 계급 사회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고, 군림하는 자의 허영과 학대 당하는 자의 비참함을 날카롭게 묘사한다. 주인공 매어는 이런 구조 속에서 은혈 들의 사회에서 왕자비가 되지만 그곳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혁명의 일원이 되어서 사회를 개혁 하려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싸운다.

이런 구조는 이 소설뿐만 아니다. 헝거게임을 비롯한 다른 소설들에서도 비록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주인공이 사회의 모순을 처절히 경험하고 인식한 후, 그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최근에 미국 사회에서도 계층 간의 간격이 넓어지고, 계층 간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계층 간의 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사회적인 문제와 위기감이 젊은 세대에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기에 이런 소설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이 책의 저자인 빅토리아 애비야드는 25살의 여성 작가이다. 이 소설이 작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니, 이 소설은 그녀가 20대 초반에 구상하고 집필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20세 초반에 이런 세계관을 상상해 내고, 또한 이런 세계관의 변혁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을 창조해낸 작가의 생각이 감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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