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퀸 : 적혈의 여왕 1 레드 퀸
빅토리아 애비야드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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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미국의 YA 문학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흔히 영 어덜트(young adult) 문학이라고도 불리는 이 장르는 미국에서는 주로 10대 후반을 경향하고 있지만, 70프로 이상 성인 독자라는 보고도 나올 만큼 청소년과 성인의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YA 문학이 많이 알려진 것은 [헝거게임] 이후일 것이다. 그 후 [트와일라잇]이나 [메이즈러너], [다이버전트], 그리고 최근에는 '클로이모레츠'가 주연해서 화제가 된 [제5의 침공]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 YA 문학은 주로 판타지적이거나 SF 적인 세계관과 함께 남녀 주인공의 사랑, 그리고 주인공의 성장과정을 다루고 있다. 안타깝게도 [헝거게임]의 흥행 이후 주로 번역되는 YA 문학이 헝거게임적인 세계관과 스토리를 많이 모방하고 있어 큰 인기를 끈 작품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레드 퀸' 시리즈의 1부로 번역되어 출간된 [적혈의 여왕]은 독특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먼저 [헝거게임]이나 다른 YA 문학에서 다루고 있는 디스토피아적인 암울한 미래적 세계관이 이 소설에서는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또한 단순한 미래사회가 아닌, 왕국 중심의 권력 구조와 왕권을 향한 암투, 그리고 은혈들이 사용하는 특별한 능력들이 우리에게는 '왕좌의 게임'이라는 미드 제목으로 잘 알려진 마치 조지 마틴의 [얼음과 불의 노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소설의 세계관은 미래 사회에서 단순히 권력이나 부로 계급을 나누는 것이 아닌, 피로 계급이 구분되는 사회이다. 이 소설에서는 은혈과 적혈로 나누어지는데 은혈은 은색 피를 가지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어찌 보면 엑스맨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특별하다는 생각으로 자신들만의 왕국을 만들고, 붉은색 피를 가지고 있는 적혈들은 그들의 밑에서 봉사하며 지배를 당하고 있다.

여주인공 '매어 베로우'는 이런 은혈들이 다스리는 노르타 왕국의 빈곤한 적혈들의 마을 '스틸츠'라는 곳에서 산다. 그의 세 오빠들은 모두 전쟁터로 끌려 나갔고, 손재주가 좋은 어린 여동생 지사의 자수 공예를 통해 가족들이 먹고산다. 그에게는 어릴 적부터 소꿉친구인 킬러이라는 친구가 있다. 매어는 주로 소매치기로 하루하루를 먹고살며, 그녀 역시 군대로 끌려갈 암울한 미래만을 기다리고 있다.

갑자기 킬런이 군대로 끌려 가게 되자, 매어는 킬런을 구하기 위해 동생 지사의 도움으로 은혈의 거주지로 들어가 소매치기를 한다. 마침 '적혈의 군대'라는 적혈들로 이루어진 집단에 의해 테러가 일어나고, 은혈들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적혈들을 살해한다. 이와 중에 매어를 돕던 지사가 손이 망가지고, 매어는 죄책감으로 집을 나와 방황하게 된다. 그때 그는 칼이라는 한 남성을 만나는데, 이 남성의 도움으로 은혈들의 궁전에 일자리를 얻게 된다. 후에 매어는 칼이 노르타 왕국의 왕자임을 알게 된다.

왕궁에서 일을 하던 매어는 우연히 은혈 왕국의 왕자비를 뽑는 퀸트라이얼이라는 게임을 보게 되고, 본의 아니게 그 싸움에 말려들게 된다. 그때 그녀도 모르는 능력이 나타나고, 적혈이면서도 은혈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로 인해 모두들 당황하게 된다. 결국 그녀는 사악한 '엘라라 왕비'의 강요에 의해 은혈의 귀족인 '매리어나 타이나토스' 행세를 하게 된다. 그리고 엘라라 왕비의 아들이자, 둘째 왕자인 메이븐의 약혼녀가 된다.

이제 매어는 암투와 정쟁이 가득한 노르타 왕궁에서 은혈 왕자비 행세를 하며, 칼과 메이븐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또한 오래전 친구인 킬런과의 관계까지... 화려한 은혈들의 왕궁에서도 매어는 은혈들과 적혈들의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진홍의 군대'에 가입해 그들을 돕는다. 소설은 끝으로 갈수록 점점 속도감을 더하고, 마지막에서도 모든 상황을 뒤엎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미국의 청소년 문학과 로맨스가 우리나라와 많이 다름을 느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서점 등을 중심으로 로맨스 문학 등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평범한 소녀가 왕이나 왕좌를 만나서 신분상승을 하고, 그들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구조이다.

반면 [적혈의 여왕]은 미래 사회의 암담한 계급 사회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고, 군림하는 자의 허영과 학대 당하는 자의 비참함을 날카롭게 묘사한다. 주인공 매어는 이런 구조 속에서 은혈 들의 사회에서 왕자비가 되지만 그곳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혁명의 일원이 되어서 사회를 개혁 하려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싸운다.

이런 구조는 이 소설뿐만 아니다. 헝거게임을 비롯한 다른 소설들에서도 비록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주인공이 사회의 모순을 처절히 경험하고 인식한 후, 그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최근에 미국 사회에서도 계층 간의 간격이 넓어지고, 계층 간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계층 간의 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사회적인 문제와 위기감이 젊은 세대에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기에 이런 소설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이 책의 저자인 빅토리아 애비야드는 25살의 여성 작가이다. 이 소설이 작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니, 이 소설은 그녀가 20대 초반에 구상하고 집필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20세 초반에 이런 세계관을 상상해 내고, 또한 이런 세계관의 변혁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을 창조해낸 작가의 생각이 감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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