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호의 악몽 2 버티고 시리즈
댄 시먼스 지음, 김미정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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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호의 악몽] 1권이 주로 테러호를 중심으로 탐험대원이 처한 극심한 추위와 공포를 이야기 하고 있다면, 2권은 테러호를 탈출한 이들이 킹 윌리엄섬에서 맞닥뜨린 추위와 공포를 이야기하고 있다.

 

테러호와 이리버스호의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식량과 석탄이 바닥을 나자 크로지어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다가온다.

크로지어에게는 세 가지 선택이 남아 있었다.

첫 번째 선택은 여름이 다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운이 좋게 빙하가 녹으면 배를 끌고 서쪽으로 계속 항해애 북서항로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러나 빙하의 압력으로 인해 배는 이미 구멍이 나 있었고, 식량과 연료는 그때까지 버틸만큼 남아 있지가 않았다.

두 번째 선택은 배를 버리고 육로고 왔던 방향인 북동쪽으로 돌아가 구조선이나 포경선을 만나는 것이다.

그러나 탐험대를 보내 조사한 경우 그 길은 대부분 빙하가 부딪혀 생긴 산들로 이루어진 1900Km를 가야 한다.

세 번째는 킹 윌리엄섬에 상륙에 섬 남쪽으로 가로질러 캐나다 북쪽에 있는 그래이트 피시 리버 강의 어귀에 다다르는 것이다.

이 길은 킹 윌리엄이 반도가 아닌 섬이라는 가정아래 가능하고(당시에는 킹윌리엄섬을 반도로 알고 있었음) 킹 윌리엄섬 남단에 이르렀을 때 빙하가 녹아 보트를 띄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크로지어는 세 번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매를 만들어 보급품과 보트를 대원들에게 끌게 하여 킹윌리엄섬을 남단한다.

 

그러나 규율을 어겨 크로지어에게 매질을 당한 경험이 있는 히키와 그의 남성애인인 매그너스 맨슨, 그리고 에일모어 같은 선원들이 크로지어에 반대하여 동료들 사이에 반란을 부추긴다.

크로지어는 내부의 반란과 강추위와 맞서고, 그들을 계속 따라오는 괴물을 피해 킹윌리엄섬 남단에 이른다.

도중에 선원들은 추외와 배고픔, 괴혈병, 괴물의 습격, 빙하의 갈라짐으로 계속해서 죽어간다.

선원들의 불만이 극에 다다르자 히키는 동료들을 선동해 반란을 일으키고 크로지어와 동료들을 습격하여 시체를 먹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른다.

 

테러호 2권에서는 희망을 찾아 나서는 크로지어와 대원들에게 계속해서 절망적인 상황만이 만들어진다.

계속되는 추위와 괴혈병에 시달리고, 날씨가 어느 정도 풀리자 오히려 빙하가 갈라지며 대원들을 삼킨다.

괴물은 계속해서 그들을 추격하고 낙오자와 정찰병들을 삼킨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내부의 적인 히키 일당으로 인해 기회가 사라진다.

결국 상황은 동료들을 버리거나, 동료들의 시체를 먹는 극한의 상황까지 이른다.

우리에게 희망이란 것은 혹독한 추위를 걸어가게 하는 힘의 원동력이지만, 그 희망이 무너졌을 때 우리가 내릴 극단적인 선택은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해서 쓰여진 소설이기에 비극적인 종말이 예견되어 있지만, 읽는 내내 크로지어와 이들이 살아서 영국 땅과 가족에게 돌아가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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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레스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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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남들에게 말하기 꺼려하는 크고 작은 아픔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 아픔들이 들어나지 않게 가슴 깊은 곳에 꼭꼭 싸메어 두지만, 그 아픔들은 때로는 예기치 못하게 튀어나온다.

사람과의 대화에서, 일상적인 삶에서, 꿈에서, 그리고 때로는 가학적인 행동이나 범죄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이런 어두운 아픔들을 대면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아픔들은 단순히 개인의 가슴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에도 골짜기, 골짜기마다 이런 아픔들이 있다.

어느 민족이든지 그들의 역사 골짜기에는 타국인들이 모르는 어두운 아픔들이 숨겨져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 아픔들이 튀어 나올 때가 있다.

그때 우리는 이 역사의 아픔들과 어떻게 대면해야 할까?

 

이제는 한국에서도 유명인이 된 노르웨이의 '해리 홀레' 시리즈의 작가 '요네스뵈'가 이번에는 노르웨이의 어두운 역사를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읽은 해리홀레 시리즈는 알콜중독자이자, 사고로 동료를 죽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해리의 어두운 내면을 잘 묘사하고 있었다.

해리 홀레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자, 오슬로 삼부작의 첫 번째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 [레드브레스트]는 다른 작품과는 달리 해리의 어두운 내면 대신 노르웨이의 어두운 역사를 이야기 한다.

 

 

이 소설은 다른 두 시간대와 장소에서 번걸아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첫 번째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있는 20세기의 마지막 해인 1999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노르웨이는 어수선하고, 신나치주의자들의 폭행과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

형사 홀래는 새로 파트너가 된 엘렌이라는 여성 형사의 보살핌?을 받으며 형사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해 가고 있다.

그는 미국 대통령 경호에 배치되었다가 미국 경호원을 쏘는 실수를 저지르고, 그 실수를 덮으려는 윗선의 배려로 국가정보국에 근무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매르클린 라이플'이라는 소총이 암거래상을 통해 노르웨이로 반입된 정보를 입수한다.

'매르클린 라이플'은 사냥용으로 개발되었으나, 왠만한 방탕복 정도는 그냥 통과해 버리는 놀라운 파괴력으로 인해 300정만 생산되고 판매가 금지 되었다.

그리고 생산된 대부분의 총은 고가에 살인청부업자나 테러단체들에게 거래되고 있었다.

해리는 이 총이 무언가 불순한 의도로 구입된 정황을 파악하고, 이 총을 누가 구입했는지에 쫒는다.

해리는 이 총을 판매한 무기상을 만나 한 노인이 자신도 한 때 독일의 '젠하임'이란 곳에 거주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젠하임'은 2차 세계대전때 독일군에 입대한 노르웨이 병사들이 훈련을 받던 장소였다.

해리는 과거의 '젠하임'에서 훈련 받은 과거 노르웨이 병사들을 조사하며 범인을 추적한다.

 

 

두 번째는 2차 세계 대전이 한참인 1942년 치열한 소련의 동부 전선에서 소련군과 대치하고 있는 노르웨이 진지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독일군에 자원입대한 노르웨이 병사로서 히틀러가 스탈린과 공산주의를 물리쳐 줄 것으로 기대하고 전쟁에 임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은 점점 불리하게 전개되고, 노르웨이 병사들은 참혹하게 죽어만 간다.

그 곳에서 '다니엘 구데손'이란 인물은 명사격 실력과 대담함으로 노르웨이 군대에서 영웅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그를 존경하는 '구드브란 요한센'과 그를 시샘하는 '신드레 피우케'도 함께 근무하고 있다.

전쟁 중 소련군의 저격으로 다니엘은 죽고, 그 후 진영에 떨어진 수류탄으로 나머지는 부상을 당하고 후송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오스트리아의 한 병원에서 '우리야'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결국 이야기는 우리야가 유력한 범죄자이며, 그가 다니엘인지, 구드브란인지, 신드레인지를 계속해서 묻는다.

그리고 계속되는 반전으로 그가 누구인지는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밝혀진다.

 

소설이 전개되면서 노르웨이의 어두운 역사가 드러난다.

당시 독일의 군국주의와 소련의 공산주의에 동시에 위협을 받던 노르웨이는, 독일에 점령을 당하자 이 것이 오히려 소련의 침공을 물리치는 기회로 여긴다.

그로인해 1만명 이상의 많은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독일 군대에 입대해 소련과 싸우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 노르웨이 왕가와 정치자가들, 그리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자신들이 끝까지 독일의 제국주의와 맞서 싸웠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들을 매국노로 몰아 재판을 받게 한다.

요네스뵈는 소설을 통해 당시 대부분의 노르웨이의 사람들이 독일을 지지했고, 소련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대의에 동참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노르웨이의 역사는 소련의 동부전선에서 싸웠던 노르웨이의 병사들을 어두운 역사의 계곡 속에 묻었다.

그리고 그 계곡 속에 묻힌 한 노병이 죽기 전에 마지막 대의를 위해 메르클린 소총을 들고 나타난다.

 

 

개인의 어두운 내면만을 그리던 작가가 노르웨이 역사의 어두운 면을 그려내는 솜씨 또한 일품이다.

대부분의 스릴러는 읽는 순간 무척 흥미를 가지고 읽지만, 읽은 후에는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요네스뵈의 소설은 읽은 후에도 계속 무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주인공 해리뿐만 아니라 범죄자에 대해서도 연민을 가지게 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소설은 더 범죄자에게 연민을 느끼게 한다.

그 시대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그것이 나라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어쩌면 변명처럼 들리는 이야기일수 있지만, 그래도 그들의 아픔을 끝까지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어두운 내면 역시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듯이, 아픈 역사 역시 자신의 역사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역사'라는 주제로 인해 뒤숭숭한 시점에서 매우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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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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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란 과거의 충격인 사건이 현실에서 계속해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트라우마는 주로 죽음이나 성적인 것과 관련되어 있다.

우리는 그 죽음과 성적인 것은 밑낯을 보기를 꺼려해서 그것을 덮어둔다.

그런 일이 없었던듯이 기억에서 잊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트라우마는 불청객처럼 밤에 꿈으로, 또는 갑작스러운 이미지로 우리에게 나타난다.

트라우마는 우리 안에서 자신의 자아와 끊임없는 싸움을 걸어온다.

계속해서 우리의 자아를 침범해 자신의 영역 속으로 넣고 싶어한다.

결국 트라우마와의 싸움에서 지는 사람은 그 트라우마에 잠식되어, 평생을 그 트라우마의 노예로 살게된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고, 그 트라우마와 외면하거나 싸우는 사람이다.

 

 

해리 홀레.......

얼마 전 [네메시스]라는 작품을 2미터 장신의 매력적인 노르웨이의 형사를 만났다.

겉보기와 달리 그는 알콜중독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자신 안의 어둠과 싸우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사건의 해결을 위해 몸부림치며 달려간다.

이 매력적인 주인공에 대해 더 알고 싶어 그의 탄생을 다루고 있는 해리 홀레 시리즈의 첫 작품인 [박쥐]를 읽게 되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이 책에는 해리 홀레를 잡고 놔주지 않는 그의 어두운 과거를 이야기 해 주고 있다.

그는 한 때 알콜 중독에 빠져있었고, 동료들의 비호 속에 형사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술에 취해 자동차로 범인을 쫒던 중 사고로 인해 옆의 동료를 죽게 한다.

경찰서에서는 해리를 보호하기 위해 죽은 동료가 운전한 것으로 사건을 포장한다.

결국 해리는 동료를 죽이고서도 표창까지 받고 경찰로 복귀한다.

그러나 그의 안의 어두운 과거는 끊임없이 그를 괴롭히고, 알콜이라는 이미지로 그를 놔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그 어두운 과거와 싸우기를 결정한다.

 

그 후로 몇칠간 해리는 모든 감정과 한꺼번에 맞붙어 싸우는 건 결코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걸 깨우쳤다. 첫째, 그는 스스로 어떤 감정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어쨌든 전체적인 그림을 모르는 상태였으므로 생전 본 적이 없는 괴물과 맞붙어 싸우는 기분이었다. 둘째, 이길 가능성을 높이려면 소규모 전투로 쪼개서 어느 정도 적을 파악하고 적의 약점을 알아낸 다음 서서히 무너뜨려야 했다. 파쇄기에 종이를 넣는 것과 같았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집어 넣으면 기계가 공황상태에 빠져 기침을 하고 쾅쾅거리다 먹퉁이 된다. 결국, 다시 시작해야 했다. P 388

 

 

이 책에서는 이런 어둠을 간직한 노르웨이 형사가 조금은 엉성한 모습으로 시드니 공항에 내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얼마전 '잉게르 홀테르'라는 금발의 노르웨이 여성이 목에 졸린채 변사채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호주 수사국과 공조수사를 하기 위해 시드니에 파견된 것이다.

그를 맞는 사람은 또 하나의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는 애버리진이라 불리는 호주 원주민 출신의 형사 '앤드류 켄싱턴'이다.

 

호주는 계속해서 원주민들을 학대했고, 그에 대한 나름대로 보상책으로 1950년대부터는 원주민 아이들을 강제로 입양시키거나 고아원에 보내 현대식 교육을 시켰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대부분 정체성을 찾지 못해 자기 파멸의 길로 접어 들었다.

앤드류는 그 파멸의 과정을 극복하고 훌륭한 형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둘은 수사를 하면서 죽은 잉게르의 사진 속에 남자 친구이자, 마약상인 '에반스 화이트'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그런데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앤드류는 애버리진 친구인 '오토'와 '투움바'를 소개한다.

오토는 동성애자로 서커스 무대 연극을 하고, 투움바는 앤드류를 아버지처럼 따르는 촉망받는 권투선수이다.

그냥 지나가는 인물로만 생각하던 두 사람이 나중에 사건을 푸는 결정적인 열쇠가 된다. (그 이상은 스포가 됨으로 생략.)

 

또한 수사의 과정에서 죽은 잉게르의 친구인 빨간머리의 아름다운 스웨덴 여성인 비르키타를 만난다.

해리와 비르키타는 곧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비르키타는 해리의 어두운 과거를 들어주며 그의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그럼에도 해리는 끊임없이 과거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거나, 헤어진 여인인 환영에 시달린다.

 

단순한 강간 살인으로 알았던 사건은 결국 금발의 여인만을 노리는 연쇄살인범 사건으로 확대되고, 그 과정에서 범인으로 지목했던 에반스는 완벽한 알리바이를 제시한다.

또한 오토가 살해를 당하고, 앤드류까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해리를 앤드류가 범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결국 무리한 수사로 비르키타까지 해리를 떠나게 되자, 해리는 다시금 알콜에 빠져서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처음 이 소설을 읽을 때는 호주의 환경과 관광지, 그리고 호주 원주민의 전설이나 과거 등을 소개하는 글이 많아서 스토리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작가의 처녀작의 한계인가?라는 생각이 들무렵, 소설은 조금씩 속도를 내어가고, 중간부분부터는 주체할 수 없는 몰입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그렇지만, 이 책도 끝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져지 않고, 몇 번의 반전이 계속된다.

호주의 주변 환경과 원주민의 전설, 해리의 어두운 심리 등을 완벽하게 엮어서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을 했다.

첫 소설을 이렇게 섰다는 건 작가가 천재라는 말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소설은 단순히 스토리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이나 상황, 인물의 심리까지 완벽히 묘사를 해 나간다.

소설에서 해리가 자신의 연인인 비르키타를 상자 해파리에 비유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얼마 후 죽은 비르키타의 모습을 해파리의 모습으로 묘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두 묘사가 하나의 연결점을 이루며 섬뜩한 미학으로 다가올 때, 작가의 묘사력에 혀를 내둘렀다.

 

 

"넌 무슨 해파리처럼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날려...... 내 얼굴까지 (P353)"

 

지금 해리는 달리는 찬 안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눈을 감자 그가 바닷속을 들여다보면서 물속에서 대형 해파리를 닮은 무언가가 밧줄에 매달려서 밧줄을 끌어당길 때마다 빨간 촉수를 오므리고 멈추었다가 촉수를 다시 쫙 펼쳐서 새로운 영법을 선보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이 선명했다. 수면에 이르자 촉수가 부채꼴로 퍼지면서 물속의 벌거벗은 하얀 몸뚱이를 가리려 했다. 밧줄이 그녀의 목을 휘감았고 생명이 빠져나간 육체는 이상할 정도로 낯설고 해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P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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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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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사는 것이 영화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루 하루 숨쉬는 것이, 내가 살아남기 위해 남을 넘어서야 하는 현실이, 그리고 그 현실 속에서 쓰러져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면, 이것이 마치 현실이 아닌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장르소설, 특히 SF소설을 즐겨 읽지만 장르소설들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가장 큰 한계는 현실과의 괴리감이다.

현실는 소설에서 등장하는 스파이나, 총기난사, 미래적 무기나 유전자적 괴물 등이 없다.

반면 이런 것을 제거하고 현실과 비슷하게 장르소설을 쓴 다면 아마 그 소설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과는 다른 미래적 세계를 그리면서도 현실에서 느끼는 그 잔혹감을 그대로 소설에 담고 있는 작품이 바로 [헝거게임]이라는 책이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를 본 후에 그 원작을 거이 보지 않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일단 영화나 드라마도 스토리를 알게 되면 원작을 읽을 때 몰입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오래 전에 헝거게임 세트를 구입하고도 읽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얼마전 비밀독서단이란 프로그램에서 이 책을 다루는 것을 보고 문뜩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이 소설은 줄거리를 알고 있어도 읽는데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소설은 영화에서 담고 있지 못한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저자의 메시지가 더 분명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철저하게 주인공 캣니스의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어 간다.

그러기에 헝거게임이란 자인한 세계 속에 처한 주인공의 심리가 확연히 드러난다.

먼저 소설은 추첨 날 눈을 뜬 캣니스의 시점에서 자신이 처한 가난함과 헝거게임의 잔혹함을 보여주고 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침대 옆자리가 싸늘하다. 프림의 체온을 찾아 손을 뻗어보지만, 내 손가락에 와 닿은 것은 거친 무명 침대보뿐이다. 프림은 악몽을 꾸고 엄마 옆으로 기어든 모양이다. 그럴 수밖에, 오늘은 '추첨'하는 날이니까. (P6)

 

캣니스는 미래사회의 판엠이라는 독재 국가에 살고 있다.

판엠은 캣피톨이라는 도시가 12개의 구역을 무력으로 다스리고 있는 독재국가이다.

캣피톨 외의 대부분의 도시는 가난하고 특히 캣니스가 살고 있는 탄광이 대부분인 12구역은 특히 가난하다.

오래 전 구역들이 연합해 캣피톨에 반란을 일으켰고, 그 판란은 캣피톨에 의해 진압되었다.

그리고 캣피톨은 다른 구역들에게 복종과 두려움을 주기 위해 매 년 각 구역에서 남녀 두 명씩을 추첨해서 '헝거게임'이라는 잔혹한 게임을 연다.

헝거게임은 24명의 남녀가 단 한 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싸우는 것이다.

12살은 청소년들은 헝거게임의 추첨 대상이 되고, 한 살이 늘어날 때마다 자신의 추첨 표를 한 장씩 더 넣는다.

그러나 캣니스처럼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배급표를 받기 위해 한 장씩을 더 추가하게 된다.

결국 공정한 확률게임 같지만 사실은 가난한 자에게 불리한 확률게임이다.

마치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캣니스는 아버지가 탄광사고로 죽은 후부터 숲에서 불법으로 사냥을 하면서 어머니와 동생 프림을 부양하고 있다.

사냥을 하며 숲 속에서 만난 게일이라는 남자와는 사랑하는 사이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미래란 없다.

하루 하루 현실을 버텨내는 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전부이다.

 

추첨날 동생 프림이 뽑히고, 캣니스는 프림 대신 자원한다.

그리고 남자로는 오래 전 굶주린 캣니스에 빵을 주었던 피타라는 아이가 뽑힌다.

캣니스는 피타와 함께 헝거게임을 준비하면서 끊임없는 갈등을 느낀다.

그녀는 피타가 헝거게임에서 오직 승리만을 바라며, 타인을 죽이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기를 은근히 바란다.

그것이 그녀가 그를 죽이기 편할테니까......

 

그런 생각에 나는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착한 피타 멜라크는 나에게 못된 피타 멜라크보다 훨씬 위험한 존재다. 착한 사람들은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 뿌리를 내리는 성향이 있따. 피타가 내게 그런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가는 곳에서는, 그래서는 안 돼.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 빵집 아들과 엮이는 일을 최소화해야겠다고 결심한다.(P53)

 

하지만 피타는 계속해서 캣니스를 도와주고, 심지어는 사랑까지 배푼다.

또한 피타는 자신히 단순히 헝거게임에서 살기 위해 버둥치는 남과 똑같은 존재가 되기를 거부한다.

헝거게임 전 날 피터는 캣니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니, 때가 되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죽일 거라는 걸 의심하지는 않아. 싸우지 않고 죽어 버리리지는 않을 거야. 그저 내가 계속 바라고 있는 것은....... 캣피톨이 나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줄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뿐이다. 나는 그저 헝거에임의 작은 한 부분이 아니고, 그 이상의 존재라는 것을.(P148)

 

현실이 버겁고, 살아남아 엄마와 동생을 돌보는 것이 전부인 캣니스에게 이런 것들은 모두 허상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넌 그냥 한 부분이잖아. 우리 모두 마찬가지지. 헝거 게임은 그렇게 굴러가는 거잖아.

 

 

헝거게임이 시작되고, 잔혹한 게임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죽여간다.

우승을 위해 헝거게임에 자원한 프로들은 한 패가 되어서 약한 자들은 사냥한다.

그리고 그 속에 피타도 들어가 있다.

캣니스는 처음에는 피타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그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피타는 캣니스를 구하고,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피타의 부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먹을 것은 떨어지고, 진행자들은 조작으로 추위와 더위의 극단적인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런 환경에서 캣니스와 피타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후원자들로 인해 식량과 약품을 지원받는 것이다.

헝거게임은 모든 과정이 생중계되고 있고, 사람들은 그 게임에 배팅을 하며, 후원자들은 각자가 후원하는 사람에게 거금을 내고 약품이나 식량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원자들과 시청자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캣니스와 피타에게서 원하는 모습은 로맨스이다.

결국 캣니스는 피타를 살리기 위해 그에게 키스를 하며 연인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가 캣니스는 자신의 마음과 사랑이 진짜인지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스스로 알지 못하게 된다.

 

이 부분을 보며 마치 요즘 유행하고 있는 가상 결혼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 역시 대중이 원하는 모습으로 거짓으로 연애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 역시 어떤 것이 자신의 모습인지 헛갈려 하고 있을 것이다.

단지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모든 개인은 살아남기 위해 결국 타인이 원하는 모습대로 연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는 사이에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잃어가고 있을지도....

 

1편에서 결국 캣니스와 피터는 공동우승을 한다.

그러나 그 우승 역시 캐피톨이 만든 헝거게임이라는 잔혹한 현실 속의 한 부분밖에 되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사는 사회 역시 하나의 헝거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살이니 칼로 상대를 죽이는 게임은 아니지만......

어쩌면 더 잔혹한 방법으로 내가 살아남기 위해 상대방을 죽여야 하는......

그리고 그 게임의 승자나 패자 모두 사회가 만든 잔혹한 게임 속에서 하나의 부속품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는 생각이든다.

그 속에서 캣니스와 피터처럼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처절함이 필요할 것이다.

과연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런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미국보다도 더 잔혹한 헝거게임 속에 빠져 있는 그들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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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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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융이라는 심리학자는 우리 인격이 '페르소나'와 '섀도우'로 나누어진다고 말했다.

페르소나란 외적으로 보여지는 '나'이다.

자신의 사회적인 지위나 사람과의 관계에 걸맞게 보여지도록 만들어진 '나'이다.

섀도우란 페르소나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페르소나 속에 숨겨져 있는 인간의 어두운 자아를 의미한다.

융은 사람들은 누구나 페르소나 속에 어두운 섀도우적인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 페르소나와 섀도우가 너무나 커다란 격차를 보일 때이다.

이 경우 한 인격 안에 서로 다른 자아를 격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말한다.

 

요네스뵈가 창조한 해리 홀레라는 형사를 접하면서 오랜 전에 읽어 이제는 정확한 개념도 떠오르지 않는 융의 페르소나와 섀도우가 생각이 났다.

2미터의 장신에 비교적 미남이며, 경찰에서도 뛰어난 수사관으로 인정받은 해리 홀레 반장, 이제 라켈이라는 아름다운 여성과 행복한 가정까지 가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자신 안에 존재하는 어둠에 끌려 다닌다.

알콜중독에 시달리며, 옛 애인을 만나고, 범죄자와 손을 잡고 다른 범죄자를 쫓는다.

안타깝게도 해리홀레 시리즈는 이 책이 처음이다.

그래서 해리 안에 있는 그 어둠의 실체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원래 형사 시리즈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어떤 시리즈물을 읽을 때는 1권부터 정독하는 어설픈 완벽주의적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섯불리 형사 시리즈물에 손을 대지 않는다.

그러나 디자인에 끌려서 해리홀레 시리즈 중 몇 권을 구입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아직도 책을 구입할 때 고려 조건에 디자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거이 일 년 가까이 해리 홀레 시리즈 몇 권을 묵혀 두었다가 연말에 드디어 책장을 열게 되었다.

 

 

이 책은 두 가지 사건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

하나는 오슬로에서 일어난 은행강도 사건이다.

은행강도는 거이 완벽에 가까운 범죄를 저지른다.

다만 '스티네'라는 점원을 망설힘 없이 총으로 쏴서 죽이고 간다.

이유는 지점장이 25초 안에 돈을 꺼내지 않았다는 이유뿐이었다.

 

이 사건을 해결하던 홀래는 우연히 오래 전 애인이었던 '안나'라는 여성을 만난다.

그녀의 집까지 찾아간 그는 그녀의 방 안에서 '네메시스'라는 복수의 여신의 이름을 가진 세 명의 이미지가 그려진 작품을 보게 된다.

어느 날 저녁 홀래는 안나의 집에 초대받는다.

그 다음날 아침 지독한 숙취에서 깨어난 그는 전 날 저녁의 기억이 없다.

그리고 곧 안나는 오른 손에 총을 들고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다.

그녀가 왼손잡이라는 것은 그만이 알고 있지만 그는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숨기고 범인을 쫓는다.

 

이 과정에서 '라스콜'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전설적인 은행강도이지만 스스로 경찰에 잡혀서 형무소에서 복역 중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가 지금도 형무소 안에서 모든 은행강도를 설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죽은 안나의 작은 아버지이다.

홀래는 라스콜에게 은행강도가 누구인지 알려 주는 조건으로 안나의 진짜 살인범을 잡아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하지만 이미 안나의 집에 갔을 때 해리 안에 있는 어두운 자아는 자극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스콜이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그는 점점 그 어두운 자아에 끌려 무리한 수사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완벽한 덧에 걸리게 된다.

 

 

 

네메시스라는 책은 홀래 시리즈의 첫 권도 아니고, 흔히 이야기하는 오슬로 시리즈 3권 중에 가운데에 해당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리 홀레 시리즈의 처음을 단지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네메시스라는 작품으로 시작했으니 당연히 앞의 내용을 모르는 상태이다.

또한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 내용의 전체를 한 눈에 보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마치 격력한 격투기 경기를 본 느낌이었다.

초반 탐색전은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단지 지루함이 생길 정도가 되면 몇 번의 펀치를 주고 받으며 몇 라운드를 넘겼다.

그러나 책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격렬한 난타전이 이어진다.

보통 훌륭한 스릴러는 마지막에 멋진 반전이 한 번 나타난다.

그 훌륭한 반전을 만들기 위해 갑작스러운 비약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 책은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몇 번의 반전이 연속해서 나타난다.

그런데 그 반전들이 모두 앞에서 언급한 암시들을 바탕으로 완벽한 조합을 이룬다.

스릴러로서는 거이 완벽에 가까운 플롯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다만 그 플롯이 너무나 방대하고, 정교해서 나같이 처음 홀래 시리즈를 접하는 사람에게 조금 어리둥절하다.

이 책을 다 읽은 후 서둘러 해리홀레 시리즈의 첫 권인 [박쥐]를 구입했다.

처음부터 해리홀레를 읽어가며 해리 홀레 라는 인물을 탐구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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