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트로드 모중석 스릴러 클럽 42
로리 로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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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스릴러를 읽는 이유를 스릴러가 가지고 있는 긴박감과 속도감 때문이라고 말한다. 소설 전체를 감싸고 있는 긴박감과 초반부터 몰아붙이는 속도감이 스릴러의 장점이다. 로리 로이의 [벤트로드]는 이런 긴박감과 속도감을 추구하는 독자들이라는 이 소설의 초반부를 읽으며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소설 전반부에 흐르는 긴장감은 유지하고 있지만, 소설은 전반적으로 빠른 속도감으로 독자를 몰아붙이지를 않는다. 반면 이 소설은 독자들을 1960년대 미국 캔자스 시골 마을로 우리를 데려간다. 광활한 벌판과 목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배경이지만, 소설의 배경이 되는 벤트로드로 불리는 마을은 결코 평온하지는 않다. 벤트로드는 마치 한국 영화의 [곡성]처럼 무언가 심각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같이 타인을 적대하고 의심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소설은 디트로이트에서 살던 아서와 실리어 가정이 디트로이트의 흑인 폭동을 겪은 후,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세 자녀인 일레인과 대니얼, 에비와 함께 고향인 캔자스의 시골로 내려간다. 아서가 고향을 떠난 지 25년 만이다. 고향으로 돌아오자 아서의 어머니인 리사와 누나인 루스, 그리고 누나의 남편인 레이가 반갑게 맞아준다. 그러나 실리어는 오랜 알코올중독으로 망가진 레이의 눈은 자신의 몸을 음탕하게 쳐다보는 것을 느끼며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아서의 가문과 마을 전체에는 오래전 죽은 아서의 큰누나 이브에 대한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져 있다. 웬일인지 아서는 이브의 죽음이 자신의 탓인 것처럼 여기고, 리사와 루스 역시 이브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루스 역시 이런 죄책감 때문에 한때는 죽은 이브와 결혼을 약속했던 레이와 결혼을 한 것이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이브를 죽인 사람이 레이라고 굳게 믿고, 그를 경계한다.

아서 가족이 마을에 도착하던 다음날 우연하게도 이브를 닮았던 금발 머리의 소녀가 사라진다. 사람들은 이브를 못 잊은 레이의 소행으로 본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레이가 술을 먹고 루스를 구타해왔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서는 레이를 두들겨 패며, 둘 사이를 갈라놓는다.

이제 마을은 사라진 소녀에 대한 공포와 25년 전에 죽은 이브라는 여성에 대한 공포가 겹쳐지면서 어둡고 공포스러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아서네 가정, 그리고 실리어와 그의 자녀들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드리워진다.

사라진 소녀와 이브의 죽음에 대한 비밀은 거의 소설의 말미에서나 풀린다. 그때까지는 이런 어둡고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소설에 전박적으로 덮여 있다. 그러나 이브의 죽음에 대한 비밀이 풀리자, 레이가 왜 그렇게 망가졌는지, 아서가 왜 그렇게 죄책감에 시달렸는지, 또 마을 전체에 실타래처럼 얽혀있던 비밀들이 모두 풀린다.

소설 전반부에서는 레이라는 인물이 매우 포악한 괴물로 그려지지만, 소설 후반부에 와서는 왠지 레이에 대한 동정이 생긴다. 소설은 주로 아서와 실리어 그리고 그의 자녀들의 여러 시각에서 진행되지만, 주로 실리어와 아들인 대니얼의 시각에서 많이 진행된다. 낯선 도시에 와서 느끼는 도시 여성으로서의 당혹감과 그동안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남편에 대한 낯섦이 잘 표현되어 있다. 반면 대니얼의 입장에서는 마치 성장소설과 같다. 1960년 캔자스 벌판에서 남자가 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 소설에서는 대니얼이 사람을 죽임으로써 남자가 된다. (이 이상은 스포가 되기에 언급을 자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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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소시민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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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여러 복잡한 인간관계에 얽혀 있었다. 특히 내가 가입했던 서클이 조금은 불량서클 비슷해서인지, 복잡한 선후배의 관계에 얽혀서 무척 스트레스를 받아던 기억이 난다. 한 번 이렇게 얽힌 인간관계는 좀처럼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에 진학하면서 전혀 새로운 삶을 꿈꾸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런 동아리도 들지 않고, 선후배와의 모임에도 잘 나가지 않고, 혼자 책만 읽으며 학교를 다녔던 기억이 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런 새로운 시도는 별로 오래가지 못했다. 곧 다시 이런저런 인간관계에 얽히고, 새로운 동아리를 들고, 다시금 북적북적하고 여기저기 얽히는 인간관계로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

풋풋한 고등학교 1학년의 주인공이 중학교 때와는 전혀 다른 삶을 꿈꾸는 이야기가 있다. '고전부 시리즈'로 유명한 일본 추리소설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가 쓴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의 고바토 조고로와 오사나이 유키가 그 주인공이다. 흔히 소시민 시리즈로 불리는 이 작품은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탐정 행세를 하던 고바토와 오사나이가 고등학교 때부터는 평범한 소시민의 삶을 살기로 결정하면서부터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고바토는 스스로 터져 나오는 추리 본능을 억제하지 못해 탐정 행세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재수 없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는 보아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 조용한 소시민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이런 결심은 오사나이도 마찬가지이다. 둘은 서로의 소시민적 삶을 지지하지만, 친구이기는 애매하고, 연인이라고 하기는 더 애매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거의 둘이 붙어 다니며 여러 가지 사건을 만난다. 고바토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이 일을 조용히 해결한다. 때로는 오사나이의 핑계를 대면서 서로를 감추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잠자고 있던 고바토와 오사나이를 잠자는 본능을 자극하는 일이 발생한다. 자신을 감추고 오로지 달콤한 디저트를 먹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고 있는 오사나이가 벼르고 별러서 구입한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를 도난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것도 오사나이가 아끼던 자전거와 함께... 더군다나 이 자전거가 범죄에 이용되면서 오사나이는 교무실로 끌려다니는 일이 발생한다. 겨우 자전거를 찾았지만 자전거는 온통 부서진 상태이다. 이제 잠자고 있던 고사토의 본능이 깨어나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고바토가 아니라 오사나이였다!

소설의 초반에는 주로 고바토에 중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오사나이는 고바토 등에 숨어서 자기를 감추고, 낯선 사람과 대면하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키 작고 마른 여자아이로 묘사된다. 특히 오사나이는 남의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한다.

"세일러 교복을 입은 오사나이는 존재감을 억눌러 '음울', '수수', '음침'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하지만 오늘 오사나이는 복숭앗빛 탱크톱에 하얀 상의를 걸치고 무릎 위까지 오는 크림색 데님 바지를 입었다. 단발머리는 낙낙한 가죽 모자에 덮여 눈에 뜨지 않는다. '평소에는 발랄한 여고생, 하지만 오늘은 조금 울적해'라는 분위기다. 같은 반 아이들 눈에 띄어도 언뜻 보면 오사나이 유키인 줄 모를 것이다." (P134)

그런 오사나이의 봉인 되었던 과거의 모습이 처참히 부서진 자전거와 사라지 딸기 타르트 때문에 깨어난다. 이런 오사나이를 각성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히 고바토이다. 그는 자신의 친구 겐코에게 오사나이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내가 옛날에 여우였다면, 오사나이는 늑대였어." (P267)

봄날에는 모든 것일 설렌다. 화사한 벚꽃과 날리는 꽃잎들, 신학기와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 그곳에 연인도 친구도 아닌 남녀 고등학생, 그리고 이들 앞에 펼쳐지는 사건들... 모처럼 밝고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읽었다. 혹시 봄날에 기분이 우울해지거나 머리가 복잡한 사람들이 있다면, 기분 전환을 위해 추천하고 싶다. 물론 뒷 부분의 오사나이의 각성으로 조금 분위기가 심각해지나 싶었지만, 이 또한 재미있게 마무리가 된다. 소시민 시리즈는 계속해서 출간된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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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시선 - 합본개정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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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할런 코벤을 접한 건 몇 년 전 우연히 서점에서 [6년]이란 작품을 통해서이다. 책 띠지에는 큰 표시로 "세계 3대 장르문학상 석권! 스릴러의 제왕 할런 코벤"이라고 쓰여있었다. 세계 3대 장르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은 얼마나 대단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구입해서 읽었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그때는 조금 실망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워낙 기대가 컸던 탓인 것 같다. 읽은 후 '도대체 세계 3대 장르문학상은 누가 지정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후 [영원히 사라지다] [숲]이라는 작품들을 읽으며 그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최신작인 [미싱 유]까지... 지금까지 읽은 네 권의 할런 코벤의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대부분의 유명한 스릴러 작가가 그렇듯이 그의 최신작보다는 예전 작품으로 갈수록 그 구성이나 필치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제프리 디버의 작품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생각이다.

할런 코벤의 작품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주인공이 과거의 충격적인 사건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 속에서 가족이나 애인과 같이 중요한 사람이 사라졌다. 어린 시절 형이 강간 살인사건으로 사라졌거나(영원히 사라지다), 가족이 운영하는 캠프장에서 실종사건으로 여동생이 사라지거나(숲), 애인이 말도 없이 사라졌다(6년). 그리고 어느 날 이들이 갑자기 나타난다. 과거의 트라우마와 함께...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과거의 사건과 직면하고, 감추었던 어마어마한 진실을 알게 된다.

비교적 할런 코벤의 초기작이라고 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시선]이 비채에서 다시 재 출간되었다. 원래 이 책은 모중석 스릴러로 2권으로 출간되었는데, 이번에 합본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예전부터 이 책을 읽고 싶었는데, 새로운 모습으로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 다시금 할런 코벤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단 한 번의 시선]에서도 과거의 트라우마와 사라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소설은 과거에 보스턴 대학살로 불리는 사건에서 살아남은 그레이스라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많은 사람이 죽은 이 사건에서 뇌와 온몸에 부상을 입은 그녀는 겨우 살아남았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가정적인 남편인 잭과 함께 두 자녀를 데리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가끔 당시의 악몽에 시달리지만, 이제는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났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그녀의 삶에 갑자기 충격적인 사진 한 장이 던져진다. 어디서 끼워졌는지 모르지만, 단란한 가족사진을 현상한 곳에 낡은 사진이 한 장 끼워져 있었다. 그곳에는 5명의 남녀가 행복한 듯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가운데 여성의 머리 위에는 엑스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레이스는 자세히 사진을 살펴보다가 그중 한 명이 자신의 남편 잭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잭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자, 무척 당황한 잭은 어디론가 통화를 한 후 사라진다. 그레이스는 실종된 잭을 추적하면서, 점점 그 사진에 담긴 진실을 다가간다. 그리고 그 사진 속의 남녀가 결국 자신이 연관되어 있는 보스턴 대학살까지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할런 코벤의 소설은 마지막 반전 속의 반전으로 유명하다. 흔한 이야기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이 소설 역시 끝의 반전에 머리를 한 방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쯤, 마지막에 또 한 방 큰 것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다른 할런 코벤의 책들에 비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구성들이 완벽하게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초반에 언급하는 사소한 내용들이 후반의 퍼즐을 맞출 때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우'라는 인물이다. 우는 소설 속에서 잭을 납치하고, 그레이스를 끝까지 괴롭히는 잔혹하고 뛰어난 킬러로 등장한다. 한국인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더 정확히 말하면 북한 사람이다. 너무나 잔혹하게 그려져 있어서 읽는 내내 몸서리를 칠 정도였다. 그런데 그 '우'라는 인물이 사건에 뛰어든 이유가 조금 모호하다. 그가 단지 감방 동료의 부탁으로 이런 대단한 일에 끼어든다는 것이 조금 납득이 안 갔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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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감옥 모중석 스릴러 클럽 41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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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난히 깊은 물 속을 싫어한다. 아마 어릴 적에 물에 빠진 기억 때문일 것이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와 함께 공원에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분수대 난간에서 놀다가 분수 물에 빠졌다. 어린 기억에 분수물이 상당히 깊게 느껴졌다. 내가 물 속에 다 잠기었던 것 같은데, 외할아버지가 순간 손을 내밀어 건져 주셨다. 조작된 기억일지 몰라도, 그때 물 속에서 수면을 뚫고 내려오던 외할아버지의 손이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바닷가든, 수영장이든 발이 바닥에 닫지 않으면 순간적이 오싹함을 느낀다.


이런 물에 대한 공포는 영상을 볼 때도 마찬가지이다. 가끔 영상을 통해 바다 깊은 곳에서 잠수하는 영상이나, 깊은 심해에 대한 영상을 볼 때면 무언가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포를 느낀다. 이런 나의 공포를 더 자극하는 소설을 읽었다. 독일 작가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소설 [물의 감옥]의 처음은 죽음에 대한 묘사로 시작한다. 전작 [지옥계곡]에서는 눈보라가 치는 절벽의 산에서 한 여성이 떨어지는 장면을 너무나 생생하며 묘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물의 감옥]도 마찬가지이다. 이번에서 물 속에서 익사하는 장면이다. 너무나 생생해서 내가 마치 물 속에 갇힌 듯한 오싹함을 느낄 정도이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여자의 몸을 에워쌌다. 뒤통수를 세게 맞아 몽롱해졌던 의식이 서서히 돌아왔다. 여자는 본능적으로 입을 꼭 다물고 눈을 크게 떴다. 물이 눈동자에 닻자 부이 붙는 느낌이었다. - 중략 - 어떤 두 손이 그녀를 물속으로 세차게 밀로 있었다. 한 손은 목덜미를 눌렀고, 다른 손은 쇠칼퀴처럼 엉덩이 근육을 파고들었다. 여자는 다리를 버둥거리며 양손으로 욕조 가장자리를 더듬었다. 그러나 매끄러운 에나멜이 칠해진 데다 물기가 어린 탓에 잡을 곳을 찾지 못하고 손이 계속 미끄러졌다. 긴 손톱이 욕조를 끍으며 끔찍하게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P 9-10)"




소설은 물의 정령이라는 숨겨진 연쇄살인마가 여성들은 살해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 물의 정령이 살해하는 여성들은 모두 에렉 슈티플러라는 형사와 관련된 여성들이다. 처음에는 에릭과 관계한 창녀가, 그 다음에는 에릭의 전처가 모두 익사한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자신을 물의 정령이라고 소개한 살인자가 계속해서 에릭을 협박한다. 에릭은 수사팀을 이끌면서도 물의 정령이 자신과 관련된 것은 의도적으로 숨긴다.


에릭의 수사팀에 함류한 신참 여형사인 마누엘라는 이런 에릭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다. 그녀는 에릭이 무언가를 감추고 있고, 무언가에 쫓기고 있음을 알아챈다. 그리고 여성들이 익사하는 사건이 에릭과 연관이 되어 있음을 추적한다.


소설의 초반부는 에릭에 대한 동정심이 유발하는 분위기이다. 에릭은 아내와도 이혼을 하고 혼자 고독하게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의 정령이라는 살인마는 그를 협박하며, 그의 주변의 여성들을 죽인다. 에릭은 심한 압박감을 느끼고 권총으로 자살을 하려는 시도까지 한다. 이러니 어찌 동정심이 들지 않겠는가. 그런데 후반부에 가면 놀라운 반전이 일어난다. 에릭이 물의 정령으로 불리는 뢰구르라는 남성에게 저지른 끔찍한 일들의 전모가 밝혀진다. 뢰구르라는 남성을 물의 정령이라는 끔찍한 악마로 변하게 된 것이 사실은 에릭의 잔인함 때문이었다. 과연 누가 범죄자일까? 작가의 놀라운 반전과 뛰어난 묘사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스릴러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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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자 1
장용 지음, 양성희 옮김 / 조율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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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국 드라마 [랑야방]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었다. 그리고 그 인기에 힘입어 원작 소설까지 출간이 되었었다. 최근에 다시금 [위장자]라는 중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며, [위장자]라는 소설이 출간되었다. [라야방]이 가상국가인 대량이라는 가상국가를 배경으로 한 무협적인 역사소설이었다면, [위장자]는 중국 근대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어느 나라 역사에서든지 격동기는 존재한다. 구체제가 무너지고, 신체제가 들어서면서 극심한 이념의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일제강점기과 해방 후 6.25전쟁의 기간간까지 좌우이념으로 갈라지면 치열하게 싸운 시기가 격동기였다. 이 시기에는 자신이 믿는 이념때문에 가족과 형제 사이에도 총을 겨누어야 하는 가슴 아픈 일들이 벌어졌다. 그러기에 이런 시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 등이 많이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드라마가 조금 오래 되었지만, [여명의 눈동자]라는 드라마이다.

 

일제 강점기에 조국의 해방을 위해 싸우던 장하림(박상원), 최대치(최재성), 윤여옥(채시라)이라는 세 인물이 해방 후 각자의 이념으로 인해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가슴 아픈 한국 현대사를 다룬 드라마이다. 장대한 스케일과 뛰어난 극본으로 당시 대단한 인기를 누렸었다. 이 드라마를 보고 김성종 작가의 원작까지 읽었다. 원작에서는 드라마보다 잔인하고 선정적인 묘사가 많이 등장해 조금 더 충격을 받았던 기억도 난다.


중국에도 이런 격동기가 존재한다. 청나라가 신해혁명으로 무너지고, 군벌들이 난립하고, 공산당과 국민당의 내전과 함께 중일전쟁으로 일본이 중국대륙을 침략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후 일본이 패망하면서 다시금 중국 대륙은 공산당과 국민당의 치열한 내전이 발생한다. [위장자]는 이런 중국 역사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명씨 가문의 세 남매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나라를 위해 싸우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소설은 1939년 상해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일본은 중일전쟁을 일으켜 남경까지 점령한 후 잔인한 남경대학살을 일으키고, 한때 국민당에서 장계성과 라이벌 관계에 있던 왕정위라는 인물을 내세워 친일 괴뢰정부를 수립한다.(중경정부, 또는 왕위정부라고도 부른다.) 내전 중이었던 공산당과 국민당은 위기를 느끼고 제2차 국공합작을 통해 일본에 대항한다. 결국 당시 일본의 점령하에 있던 상해는 일본세력뿐만 아니라 국민당첩자, 공산당첩자, 괴로정부 인사들이 모여 있었고, 서로의 신분을 속인채 암살과 공작이 난무했었다.

이 소설의 시작은 이런 상해에 명씨 가문의 장남인 명루가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명루는 새로운 왕위정부의 경제장관이자, 첩보조직인 76호 책임자로 부임해 온다. 명루는 겉으로는 왕위정부의 핵심 관료이자 친일분자이잔, 제로는 국민당의 첩자로서 일본의 정보를 빼내어, 국민당에게 전해 준다.


명루의 누나이자, 명씨 가문의 사업을 이끌고 있는 여장부인 명경은 사업가이자만 실제로는 공산당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명대 역시 아무도 모르게 국민당의 군사훈련을 받고 상해로 잡입한다. 세 남매는 서로의 진짜 신분을 모른채 각자의 신념으로 일본에 맞써 조국을 위해 싸운다.


이런 치열한 싸움 과정에서도 항상 그렇듯 사랑은 꽃핀다. 이 소설에서 인상이 깊게 등장하는 세 명의 여인이 있다. 첫 번째 여성은 왕만춘이다. 한 때 명루와 사랑했으나 누나 명경의 반대로 해어진 후 독기를 품고 76호의 정보 책임자가 되었다. 그녀는 친일정부를 위해 항일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색출해 잔인하게 처형을 한다. 그러나 그 잔임함 속에서도 명루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사라지지 않는다.


두 번째 여성은 우만려이다. 명대와 함께 국민당 군사학교에서 만난 그녀는 명대와 함께 첩보 작전에 뛰어들면서 명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명대와는 너무나 다른 신분과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로 인해 명대를 사랑하지 못하고, 명대가 다른 여성을 사랑하는 것을 지켜 보기만 한다.


세 번째 여성은 정금운이란 여성이다. 공산당 첩보활동을 하던 그녀는 우연히 명대와 같은 작전에서 만나 명대의 도움을 받는다. 그 후 계속되는 인연으로 서로의 생명을 구해 주면서,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1권에서는 일본 정부와 괴뢰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탄 기차를 폭파하기도 하고, 명대의 활약으로 일본의 중요한 군사 기밀을 빼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명경과 명루, 명대 세명 모두 신분이 드러날 위기에 처한다. 이 세 남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2권을 읽어봐야 알 것 같다.

 

 

- 이 책은 리뷰어스 클럽의 도서 지원을 받아 읽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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