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볼 밀리언셀러 클럽 106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남희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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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노 나쓰오의 '부드러운 볼'.......

그녀의 작품은 처음 접했고, 그래서 가장 대표작이라는 '부드러운 볼'이라는 작품을 택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의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당혹스러움'이었다.

이 소설은 뭐지?

 

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지배하는 것은 '절망'이었다.

먼저 주인공인 카스미는 일본의 최북단 홋카이도의 한 바닷가 마을에서 자랐다.

그녀는 그 황량한 바닷가 바람이 싫었고...

그 바람이 가져다 주는 절망감이 싫었다.

결국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부모를 버리고 고향을 떠난다.

그리고 도쿄에 와서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

그러다가 디자인 하청회사로 들어가고...

열 살 많은 남편 미치히로를 만난다.

그녀는 유카와 리사라는 두 딸을 낳고 어느 정도 안정을 누리지만...

또 다시 고향 바닷가에서 느꼈던 알 수 없는 절망을 느낀다.

그리고 고향에서 도망치던 것과 같은 마음으로 가정에서 벗어나 이시야마라는 남자와 불륜을 저지른다.

 

이시야마의 가정과 카스미의 가정이 함께 훗카이도의 별장으로 여행을 가면서 그녀는 다시금 훗카이도로 돌아온다.

그 곳에서 그녀의 분신과 같은 첫째딸 유카를 잃는다.

유카의 유괴로 인해 이시야마 가정도 파괴되고, 카스미의 가정도 파괴된다.

그 후 유카를 우쓰미라는 전직형사를 만나 훗카이도에서 유카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그녀가 떠난 고향의 바닷가로 돌아온다.

 

카스미라는 여주인공의 배경색은 절망이라는 색깔이다.

그리고 이 절망이라는 색깔은 카스미의 고향 훗카이도의 시골 바닷가의 색깔이다.

이 추운 겨울 바닷가 색깔인 절망이라는 배경색은 항상 카스미를 쫓아다닌다.

고향을 떠났을 때도, 도쿄에 왔을 때도, 가정을 이루었을 때도, 이스미와의 관계에서 육체적 쾌락에 빠졌을 때도, 딸을 잃었을 때도...

그리고 그 절망의 배경색은 다시금 카스미를 훗카이도 시골의 바닷가로 불러온다.

이 소설에서 카스미는 자신의 배경색인 절망으로 부터 도망치고자 몸부림치다가 그것에 순응하고 자신의 색깔을 받아들인다.

절망이 그를 다시금 고향 바닷가로 부른다.

 

카스미가 유카를 잃고 4년 후에 다시금 훗카이도에서 만나 전직 형사 우쓰미의 배경색깔도 절망이다.

우쓰미는 형사로서의 성공만을 위해 달려온 사람이다.

그러다가 암이 걸리고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그는 자신의 육체에 찾아 온 죽음과 함께 유키를 찾는 일에 시간을 보낸다.

유키를 찾으러 다닐 수록 카스미의 절망과 자신의 육체의 절망이 동일시된다.

 

 

소설을 읽은 내내 마음이 어두워졌다.

절망적인 여자와 절망적인 남자...

딸을 잃은 여자의 절망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자신의 죽어가는 육체를 끌고 다니는 남자의 절망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그 절망을 벗어날 방버은 어디에도 없다.

딸을 찾을 방법도, 죽어가는 육체를 살릴 방법도...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를 절망 속으로 던진다.

그리고 자신을 절망 속으로 던질 수록 평안함을 느낀다.

 

이 소설은 마치 인생을 절망 속에 내던지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것이 정답은 아닐텐데...

다른 길이 있을 텐데...

아무리 미화해도 결국은 자신의 인생을 절망 속에 내 던지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미화되지 않을텐데....

 

저자도 이런 반론을 아는지...

소설 내내 글로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럼 다른 방법이 있어?

다른 방법이 있으면 찾아봐?

유카를 찾아봐?

죽을 병에서 살아날 방법을 찾아봐?

유카는 영원히 찾을 수 없단 말야!!

죽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단 말야!!

그리고 심술궂게 끝내 유카를 찾을 수 없게 만든다.

심지어는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소설을 끝맺는다.

정말 심술궂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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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dhrg 2023-03-1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요한 내용이 스포 돼 있는 게 너무 심술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