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못 읽는 남자 - 실서증 없는 실독증
하워드 엥겔 지음, 배현 옮김 / 알마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할 정도의 열혈 독서광이 어느 날 책을 읽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게다가 글은 쓸 수 있어도 자신이 쓴 글을 읽지 못한다면? 이 책은 어느 날 뇌졸증으로 실서증 없는 실독증(알렉시아 사이니 아그라피아)에 걸린 한 추리소설 작가의 이야기다. 

  책을 무척 좋아하고, 추리소설 작가가 자신의 천직임을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는 저자 하워드 엥겔. 그는 어느 날 아침 신문을 주우러 간 그는 신문의 글자가 무슨 글씨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꼬불꼬불 이상하게 보이는 경험을 한다. 이에 자신이 경미한 뇌졸중을 앓았다고 확신한 그는 아이와 함께 침착하게(!) 병원으로 간다. 그리고 병원에서 그는 오른쪽 망막의 4분의 1을 잃었다는 점과 기억과 관련한 몇몇 부분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이 실서증 없는 실독증을 겪게 된 것도 알게 된다. 주변에 모든 글자가 꼬부랑 글씨로 보이는 경험을 하는 그는 당황한다. 하지만 그는 여느 사람들처럼 청각 기능을 발달시키기보다는 느리지만 재활을 통해 읽기 능력을 조금씩 되찾으려 한다. 

  알아볼 수 없는 글씨의 향연에 속이 메스꺼워져 신문도 끊었다는 저자는 책만큼은 끊지 못한다. 한 페이지를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사놓은 책도 다 못 읽을 정도지만 저자는 습관적으로 단골 서점에 들러 책을 구입한다. 읽지도 못하는 책을 산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부질없어 보이는 행동이지만, 나는 되려 책을 구입하는 그의 모습에서 재활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애초에 실서증 없는 실독증이라는 독특한 증세에 혹해서 이 책을 읽게 됐지만 정작 책을 읽다보니 독특한 증세보다는 저자의 강인한 의지에 더 매료됐다. 비록 자신이 쓴 글을 읽지 못한다 해도 꾸준히 일기를 써서 기록을 남기는 모습이나, 정교한 문학적 장치를 요하는 추리소설을 쓰는 모습 등 그는 보통 사람이라면 도전조차 하지 않았을 일을 그것이 자신의 운명인양 담담히 받아들인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그는 자신의 시리즈물인 베니 쿠퍼맨 시리즈를 완성한다. 게다가 베니 쿠퍼맨도 자신과 같은 실서증 없는 실독증을 앓는 것으로 설정해 자신이 겪은 혼란을 소설에 반영한다.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시리즈라(저자의 소설은 여러 작가의 소설을 모은 <베이커 가의 살인>만 번역되어 출간되어 있다) 과연 소설 속에서 베니 쿠퍼맨은 탐정으로서 엄청난 핸디캡이 될 수 있는 실서증 없는 실독증을 어떻게 극복해갈 지 궁금해졌다. 독특한 병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를 유머러스하고 담담하게 풀어가는 저자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그런지 책을 읽고 나니 베니 쿠퍼맨 시리즈에 급 관심이 갔다. 하워드 엥겔을 소설로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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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8-19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어제 시사IN 읽는데 이 책 나오더라구요. 한번 읽어봐야지 싶었는데 이매지님은 벌써 다 읽으셨군요! 저는 아직도 상상조차 못하겠어요. 쓸 수는 있으나 읽을 수는 없는 그 상황을 말이죠.

이매지 2009-08-19 17:10   좋아요 0 | URL
시사IN에 소개되었군요 :) 익숙한 작가였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작가라 좀 아쉬웠어요. 읽으면서도 쓸 수는 있는데 읽을 수 없는 상황이 상상도 안 되더라구요~

xpel1408 2010-03-25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죠. 쓸 수는 있으나 읽을 수 없다...
쓸 수는 없어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인데...
제가 글을 못 읽는다면~ 휴~ 생각만해도...

이매지 2010-03-25 20:44   좋아요 0 | URL
생각만해도 끔찍하죠?
읽지 못한다면 얼마나 삶이 지루해질까 싶어요 :)
 
당신도, 그림처럼 - 나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일상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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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항상 미술에 대한 갈증이 있지만, 정작 본격적인 미술책을 볼량치면 왠지 주눅이 들어 한 켠에 쌓아놓고 읽지 않게 된다. 이게 누구의 무슨 작품이라고 암기했던 중,고등학교 시절의 악몽(?)때문인지 미술은 따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라는 거리감을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굳이 누구의 무슨 작품인지 몰라도 그림 하나하나 속에 담긴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면 그게 미술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서 좀더 편하게 그림을 즐길 수 있었다.  

  '나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일상치유에세이'라는 부제처럼 이 책 속에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넥타이, 하이힐, 수염, 드레스, 커피 등의 소재가 등장한 그림 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실 '미술 에세이' 같은 경우에는 '미술'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 '에세이'적인 부분이 적은데, 이 책은 한 작품을 놓고도 이 작품이 이러이러한 미술사적 의미가 있고, 나는 이런 부분이 좋다는 식의 미술에 대한 에세이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림에서 실마리를 얻어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예를 들어, '수염 길러보기'라는 챕터에서는 졸업생 홈커밍데이에서 오랫만에 만난 선배가 수염을 기르고 등장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수염이 왜 혁명의 상징이 되었는지, 면도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지 와츠가 그린 <윌리엄 모리스>를 통해 자연에 가까운 삶을 살고자 했던 윌리엄 모리스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나의 그림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듯 이야기를 풀어간다.

  보통 6페이지 남짓한 짧은 에세이에 예쁜 그림까지 곁들여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게 한 토막씩 읽어갈 수 있었다. 가족, 친구, 사랑,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다시금 그림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인 것 같다. 각 장의 제목은 평범했지만 거기에 달린 부제가 멋져서 제목에 한 번씩 눈이 더 갔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쿨한 세상에 올드 보이로 살기'라는 챕터의 부제는 '냉정한 세상, 당신의 가슴만은 뜨겁게'였다.) 단순히 '그림 읽어주는 책'이 아닌 '일상을 읽어주는 그림'이라는 컨셉도 마음에 들었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도 너무 따뜻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평소에 접하지 못한 낯선 그림들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아직 작가의 전작인 <그림에, 마음을 놓다>를 읽어보지 못했는데 조만간 전작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았던 책. 팍팍한 일상에 지쳐있을 때 따뜻하게 위로해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덧) 처음에 이 책을 봤을 땐 그림 뒤에 벽지 같은 무늬가 깔려 있어서 약간 독특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 작품들이 늘 하얀 벽에만 걸려 있는 것이 아니라 화려한 벽지로 장식된 방 안에 걸려 있었기에 그 맛을 살리고 싶어서 이런 식으로 꾸몄다는 편집자의 코멘트를 보고 '아하-'하고 무릎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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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학교
고영주 지음 / 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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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렇듯이 나 또한 초콜릿을 좋아한다. 치아 보정기 때문에 다른 주전부리를 먹을 수 없을 때 그나마 불편하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이 초콜릿이었다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지만 먹어도 먹어도 자꾸 손이 가는 그 묘한 매력이 초콜릿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나름 초코홀릭이던 내가 어느 날 웹서핑을 하다가 만나게 된 홍대에 위치한 수제 초콜릿숍 '카카오봄'. 모니터를 가득 채운 초콜릿 사진에 침을 삼키며 '언제 한 번 가봐야지'하고 생각만 해오다가 역시나 홍대까지 마실나가긴 좀 멀어서 아직도 못 가봤는데 이렇게 책으로나마 카카오봄을, 그리고 그곳의 초콜릿을 먼저 만나게 됐다.

  <초콜릿 학교>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 책에서는 초콜릿의 재료인 카카오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초콜릿을 재료로 한 다양한 레시피, 벨기에에서의 유학 시절 저자가 겪었던 이야기, 카카오봄의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어느 하나라도 초콜릿과 뗄레야 뗄 수 없을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 작은 책에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약간은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따뜻한 핫초코와 함께 하거나, 작은 초콜릿을 곁들인 티타임을 즐기며 읽기엔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초콜릿을 직접 만드다는 것을 뭔가 온도도 맞춰야 하고, 이것저것 필요한 것도 많으니 어렵겠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너무 겁먹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쉬운 레시피들도 많았다. 예를 들어, '스모어' 같은 경우에는 그저 달지 않은 곡물크래커 사이에 판 초콜릿과 불에 구운 마시멜로를 넣는 것만으로 완성되니 나같은 귀차니스트들도 쉽게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쌩초보용 외에도 보기만 해도 나같은 초보는 감히 도전하기 겁나는 레시피들도 수록되어 있으니 능력자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난 그저 그 맛을 상상할 뿐.)

  책 속에 유난히 환한 미소를 짓고 초콜릿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그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초콜릿은 누구에게나 행복을 줄 수 있는 멋진 것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달콤하고 쌉싸름한 초콜릿. 그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 초콜릿을 좋아하는 이라면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을 책이었다.

  덧) 마지막 장에 쬐끄만하게 초판 한정본을 가지고 카카오봄에 방문하면 초콜릿을 시식할 기회와 방문 기념 카카오봄 스탬프를 찍어준다는 말이 있었다. 언제 귀차니즘을 물리치고 이 책을 들고 카카오봄에 가서 따뜻한 핫초코와 달콤한 초콜릿을 즐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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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7-18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탬프라는 말에 구미가~

이매지 2009-07-18 10:18   좋아요 0 | URL
스탬프를 좋아하시는군요 ㅎㅎ
확실히는 모르겠는데 초콜릿은 커버춰초콜릿을 나눠주신다고 하더라구요 ㅎㅎ
받아서 태은이랑 같이 조물조물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루이스 버즈비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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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어딜까 생각해보면 형태는 다르지만 몇 군데의 서점이 떠오른다. 주말이면 찾아갔던 언제나 사람으로 복작거리는 광화문 교보문고, 주인 아주머니와 눈인사를 나누고 몇 시간씩 책을 골랐던, 이제는 없어진 동네의 작은 서점,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온 이동도서관까지. 돌이켜보면 길지 않은 삶 속에서 서점은 내 삶의 일부였고, 어쩌면 내 삶을 바꿔준 공간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서점의 소중함, 그 따뜻함을 이 책 <노란 불빛의 서점>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인 루이스 버즈비는 어려서부터 책의 매력에 빠져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서점에서 일하는 것을 꿈꾼다. 대부분 서점 직원이라는 꿈은 그저 하나의 로망으로 간직하고 좀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현실적인 직업을 찾아가지만, 그는 무려 2년 동안 '업스타드 크로 앤드 컴퍼니'라는 서점을 드나들며 직원이 되고자 집요하게 도전한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서점 직원이 된 루이스 버즈비. 끊임없이 짐을 나르고 책을 파는 과정에서 '아...이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라며 서점 직원에 대한 환상이 깨질 수도 있었지만 되려 그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책에 대해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더 큰 행복을 찾는다. 이후 자리를 옮겨 또다른 서점에서 근무하며 근 10년을 서점 직원으로 보낸 그는 출판사 외판원으로 또다른 인생을 살기 시작한다. 형태는 다르지만 어쨌거나 사람들에게 책을 권하는 직업으로 근 20년을 살아온 그의 인생 이야기가 서점과 책에 대한 애정어린 수다와 함께 담겨 있었다.

  사실 처음에 이 책을 <서재 결혼 시키기> 류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책에 대한 이야기라 지레짐작하고 읽었다. 하지만 단순히 책에 대한 자신의 애정이나 열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점을 둘러싼 역사적인 사건이나 서점의 역사 등의 이야기를 통해 책에 대한 지식도 쌓을 수 있었다. 특히 <율리시스>의 출간을 둘러싼 이야기가 재미있었는데, 조판을 하는 도중에도 작가가 끊임없이 수정을 해서 몇 명이나 되는 타이피스트들이 도망갔고, 외설 시비에 휩싸여 출간이 힘들어지자 몰래 바지에 숨겨서 국경을 넘나들며 몇 권씩 빼돌렸다는 등의 일화를 읽으며 제법 두꺼운 분량에 기죽어 그동안 읽지 않은 <율리시스>도 새삼 만나보고 싶어졌다.  

  이런 류의 책, 그러니까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나면 항상 보관함에 읽고 싶은 책을 꾸역꾸역 넣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서는 보관함을 채우기 보다는 필요하다면 언제까지고 머물 수 있는 서점에 들러 구석에 앉아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몇 권이나 책을 들춰봐도, 몇 시간이나 죽치고 앉아 책을 읽어도, 심지어 단 한 권의 책도 구입하지 않는다 해도 그 누구도 눈치를 주거나 인상을 찌푸리지 않는 곳. 빠르게 흘러가는 삶 속에서 조금은 느릿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그런 서점에서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란 불빛의 서점>이라는 제목답게 책에 대한, 서점에 대한 따뜻한 애정으로 가득차 있는 책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칭, 타칭 책덕후라면 누구나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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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9-06-24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일단 보관함에는 담아놓은 책인데..꼭 읽어봐야겠군요. 저도 덕후라..ㅎㅎ

이매지 2009-06-24 10:52   좋아요 0 | URL
책덕후, 서점덕후라면 '이거 내 얘기잖아'라고 할 부분이 많은 듯 ㅎㅎ
저자의 경험이 더 많이 소개됐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재미있게 읽었어요 :)

BRINY 2009-06-24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있군요. 이매지님다운 책 소개랄까요 ㅎㅎ 저도 보관함으로~

이매지 2009-06-24 11:40   좋아요 0 | URL
BRINY님도 아마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꺼예요~
리뷰도 오랫만에 쓰니까 참 버벅거리는군요 ㅎ

도넛공주 2009-06-25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덕후가 아니란 말예요.버럭!버럭!(괜히 찔려하고 있다)
이매지님 리뷰 정말 감칠맛 나는데요?

이매지 2009-06-25 09:48   좋아요 0 | URL
그럼 '마니아' 정도로 수정할까요? ㅎㅎㅎ
그래도 덕후가 더 덕후스럽잖아요 ㅎㅎ

순오기 2009-07-05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독서회에서 책에 대한 책을 토론도서로 정하려는데 이 책도 후보에 올려요.^^

이매지 2009-07-05 09:39   좋아요 0 | URL
교보문고 CEO가 직원 토론 도서로 이 책을 선정했다고 하시더군요 ㅎㅎ
책을 좋아한다면 꼭 읽어보세요~
 
핀란드 공부법
지쓰카와 마유 외 지음, 송태욱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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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지만, 그런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이리 휩쓸렸다가 저리 휩쓸렸다 방향을 잡지 못한다. 백년은 커녕 오 년, 아니 일 년 앞도 제대로 예상할 수 없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그 때문에 학생도, 학부모도 저마다 바뀌는 교육제도를 따라가기 급급할 뿐 멀리 내다보는 눈을 갖지 못한다. 그런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비웃기라도 하듯 얼마 전부터 핀란드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책이나 방송을 통해 소개되기 시작해 나름 하나의 열풍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이 책은 바로 그 '핀란드 교육'에 대해 한 일본 고교생의 눈으로 바라본 책이다.

  평범한 일본의 여고생이었던 저자는 고등학교 시절 칠레로 유학을 갔던 언니에게 자극을 받아 유학을 결심한다. 보통 유학이라고 하면 미국이나 영국 같은 영어권 국가를 생각할 텐데, 재미있게도 저자는 핀란드에서 여자 탤런트가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 핀란드에 호감을 갖고, 핀란드로 유학을 떠날 결심을 한다. 핀란드의 교육 제도에 대해서도 별다른 지식이 없었고, 핀란드어는 한마디도 못했던 저자는 그저 핀란드에 대한 호감 하나만을 가지고 핀란드로 떠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일본과 다른 핀란드의 독특한 교육제도를 하나씩 접하며 변하기 시작한다. 

  책 중간중간에 소개되는 일본의 교육제도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뒤처지는 학생들을 챙기는 교육이 아닌 우수한 학생들만 집중적으로 공부시킨다는 점, 시험은 그저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암기를 하는 것이라는 점, 교사에 대한 존중이나 예의는 잃은지 오래됐다는 점, 학교 수업이 끝난 뒤 학원에 가서 본격적인 공부를 한다는 점 등 공교육은 무너졌고 소수의 우등생 혹은 재력이 있는 이들만을 위한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과 별 차이가 없어보였다. 그렇기에 일본 학생의 눈으로 핀란드의 교육현실을 바라봤지만 저자와 같은 부분에서 충격을 받고, 같은 부분에서 부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핀란드의 교육에서 가장 부러웠던 점은 진로를 결정하는데 있어 충분히 탐색할 시간을 준다는 점이었다. 우리의 경우 재수나 삼수를 해서 대학에 늦게 진학한 경우 졸업하면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어학연수나 휴학을 꺼리고 뭐에 쫓기듯이 졸업을 향해 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 뿐 아니라 졸업 후 구직활동을 할 때 텀이 길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요컨대, 우리나라는 실패에 인색하다. 누구나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살아가야한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에서 한 번 선택을 한 다음에 그 선택을 뒤엎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핀란드는 중학교 때부터 경험을 통해 다양한 직업을 접하게 도와주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바리부오시'라는 휴식하는 해를 두어 그동안 대학에 진학할 지 혹은 취업을 할 지, 혹 취업을 한다면 어떤 분야가 좋을 지 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애초에 정해진 룰에서 벗어났으니 '실패'했다는 개념은 없고 조금 늦어도 자신의 길을 제대로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점은 중, 고등학교의 유급제도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유급을 한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유급을 통해 모르는 것을 확실히 알고 넘어간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신선했다.

  그 밖에 핀란드에서의 공부는 '암기'가 아니라 '읽기'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사지선다 혹은 오지선다로 출제된 문제를 보며 모르면 찍기라도 하는 것이 아니라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써내려갈 수 있는 연습을 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채점도 점수를 매겨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첨삭을 통해 하나씩 배워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 공부를 못하는 아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쟤는 수학은 잘하는데 영어는 좀 부족해"라는 식으로 받아들인다는 점도 신선했다. 

  물론 이 책은 '자, 여기 이렇게 우수한 교육법이 있다. 우리도 이를 받아들이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적 차이 등으로 분명 그대로 도입한다면 변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핀란드 교육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자는 입장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부모들이 무엇이 아이의 장래를 위한 것인지,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할 것인지 등을 배워 조금씩 변화를 이룬다면 지금과 같은 오로지 경쟁을 위한, 오로지 우등생을 위한 교육 정책이 아니라 보다 많은 학생들이 행복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차츰 조성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핀란드 공부법에 대해 궁금했던 이들이 읽으면 가장 좋겠지만, 아기자기한 구성때문에 핀란드 유학에 대한 에세이로 읽어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재미와 정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책이 아닐까 싶다. 

덧) 중학교 때 혼자 K-POP에 빠져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저자는 현재 한국에서 두번째 유학중이라고. 기회가 닿는다면 저자의 한국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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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5-1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거뉴스 특종이네요.^^
이 책, 읽어보고 싶은데요~~

이매지 2009-05-16 10:42   좋아요 0 | URL
딸이 직접 겪은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라
엄마의 입장에서 쓴 부분도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순오기님도 한번 읽어보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