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섬의 기적 - 쓰나미가 휩쓸고 간 외딴 섬마을 고양이 이야기
이시마루 가즈미 지음, 오지은 옮김, 고경원 해설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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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이 싫어하는 터라 지금은 고양이를 못 키우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 그래서 그 대신이랄까 고양이가 있는 카페에 가서 고양이를 쓰담쓰담 하거나 고양이 사진을 보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했다. 고양이 책이 나와도 한번씩 들춰보곤 했는데, 그러다 눈에 들어온 책이 <고양이 섬의 기적>이다. 유유자적하게 모여 있는 고양이 사진에 이끌려, 그리고 '쓰나미가 휩쓸고 간 외딴 섬마을'에 대체 어떤 '기적'이 있었던 것일까 하는 호기심이 일어 '기적'을 만나러 갔다.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아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고양이 섬'으로 불리는 다시로지마 섬. 어업과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주민의 8할이 65세 이상인 노령화된 낙도다. 관광상품이랄 것도, 편의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지만 낚시꾼과 애묘인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다.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지내던 소박하고 평온한 섬생활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가 덮치며 순식간에 절망으로 변한다. 어선, 그물, 굴 양식대 등을 모두 잃은 섬 사람들. 국가의 지원을 기다릴 수도, 금융기관의 융자도 힘든 상황 속에서 몇몇 섬 사람들이 다시로지마 섬만의, 다시로지마 섬의 자원을 살린 재건 프로젝트인 '냥이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1구좌 1만 엔으로 한 구좌 이상 지원하는 주주를 모집해 쓰나미로 사라진 어업 전반에 필요한 자재 구입비, 통신비, 유지관리비, 그리고 고양이 사료비와 수의사비 등으로 사용하고 답례로 다시로지마 섬의 특산물인 굴 1킬로그램을 보내준다는 '냥이 프로젝트'는 일본 전국 애묘인들의 마음을 움직여 놀랍게도 단 두 달 만에 목표액을 달성한다. '냥이 프로젝트'에 많은 사람들이 반응한 것은 고양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쓰나미를 딛고 일어서려는 섬 사람들의 의지가 분명 많은 사람들을 움직인 것이리라. 고양이를, 섬 사람을, 섬을 살리려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그것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다시로지마 섬에는 여전히 폐자재 더미가 쌓여 있지만 '냥이 프로젝트' 덕분에 섬 재건을 위한 첫발은 내디딜 수 있었다.

 

  '냥이 프로젝트'라는 착안도 재미있었지만, 그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다시로지마 사람들과 고양이의 관계였다. 누에치기의 적인 쥐를 퇴치하는 고양이를 귀중하게 여기던 풍습 때문에 '개 반입 금지'라는 점이나 고양이를 모시는 '고양이 신' 신사가 섬 중심부에 위치한다는 점도 재미있었지만, 고양이를 "안 좋아해요"라고 말하면서도 항구에 모인 고양이에게 상품으로 못 쓰는 생선을 던져준다는 식으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고양이를 좋아하건 말건 다시로지마 섬에서는 고양이는 섬생활 그 자체를 의미하는 듯했다.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고양이와 섬 사람들의 모습에 종은 다르지만 '가족 같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중간중간에 들어간 고양이들의 귀욤귀욤한 사진에 몇 번이나 멈춰 이 '기적'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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