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영화를 보게 만든 것은 배우들의 쟁쟁함도 아니요, 사극에 대한 사랑도 아니요, 오로지 입소문때문이었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이준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감우성의 연기는 괜찮다 싶다가도 어딘가 좀 부족해보이는 감이 있어서 늘 아쉬웠기때문에 선뜻 손은 가지 않았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본 영화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시골판에서 광대짓을 하던 장생. 그는 자신의 상대역을 하던 공길이 늘 양반들의 장난감이 되버리는 것이 싫어 저항하다가 공길과 도망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왕이면 큰 물에서 놀자는 생각에 한양으로 간 두 사람. 두 사람은 그 곳에서 또 다른 광대를 만나게 되고 크게 한 번 놀아보기 위해 왕을 소재로 삼기에 이른다. 왕을 희롱했다는 이유로 붙잡혀 죽을 목숨이 된 그들. 장생은 베짱좋게도 왕이 웃으면 희롱이 아니지 않느냐. 왕 앞에서 공연을 하게 해달라고 한다. 다행히 왕은 그들의 놀이판을 보고 호탕하게 웃게 되고, 왕은 그들에게 친히 궁에 거처를 마련해준다. 그 안에서 광대패들의 공연은 계속된다. 마치 흔들리는 줄을 아찔하게 타듯이 그들은 적당히 균형을 맞추며 줄타기를 계속한다.

 

  스토리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왕과 공길, 장생의 삼각관계가 좀 더 깊숙하게 파고들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기사 아직까지 동성애는 민감한 소재이기도 했기에 감독이 적당한 선에서 잘라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보니 이 작품이 세번째 작품인데, 그 전 두 작품은 본 적이 없어서 감독의 역량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기 참 그렇다. 황산벌과 키드 캅의 감독이다.) 또한, 공길이라는 캐릭터를 잘 살리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원작인 연극에서는 공길이 주인공이요 장생은 주변인물이었다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공길은 주변인물이요 장생이 주인공이 되버렸다. 물론, 원작과 다르게 표현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가 만든 사람의 마음이지만, 공길의 속내를 알 수 있게 어느 정도 그를 준주인공 정도로 만들어놨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는 왕의 총애를 받으면서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지 정도를 장생과의 대화에서 살짝살짝 비춰줬더라면 더 괜찮았을 것도 같은데... (그렇게 되면 좀 산만해졌을라나?!)



 

  영상면에서는 일단 마치 장생의 시선을 보는 것처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이 꽤 많았다. 그 때문에 아찔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장생의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도 많이 받았다. 초반에는 시골이 배경이라 그런지 그렇게 화면의 색감이 예쁘지 않았지만, (그냥 향토적인 느낌.) 중반에 들어 그들이 입궁하고 나서는 꽤 쏠쏠한 보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화려한 색감, 자수의 아름다움 등 전체적으로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배우들의 열연도 한 몫했는데, 특히나 연산군으로 분한 정진영의 연기가 참 멋졌다. 아버지에 대한 애증, 궁중 여인들의 시기로 죽게 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잘 표현한 그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이준기도 신인치고는 쓸만한 연기를 보여줬고, 감우성도 가끔씩 부족한 면이 보이긴 했지만, 장생이란 캐릭터를 생각해볼 때 그 나름대로 잘 소화한 것 같았다. 강성연도 장녹수의 캐릭터를 잘 소화한 것 같고...

 

  신명나는 놀이판.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그리고 감동깊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보는 즐거움, 듣는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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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1-17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입소문때문에 너무 재미났습니다

세실 2006-01-17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내용이었군요~ 저도 궁금했어요~~~

마늘빵 2006-01-17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봤어요. 어제. 나두 써야지 이따가.

이매지 2006-01-17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 역시 입소문은 밑져야 본전이예요 ㅋㅋ
세실님 / 저는 일부러 내용을 안 봐서 극장에 가서 알았어요. 그냥 재미있다는 말만 듣고 갔는데 그래도 괜찮았어요^^

아프락사스님 / 저도 어제 봤는데. 같이 보셨군요 ㅋ 아프락사스님의 리뷰야 워낙 멋져서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