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차분하고 감수성이 예민해 보이는 소녀가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베르메르의 집에 하녀로 들어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소녀의 눈을 통해 본 집안 풍경, 가사일, 17세기의 네덜란드 시장 풍경 등을 보는 게,  복원해 놓은 그 시대로 내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실감난다. 베르메르의 그림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유를 따르고 저울질을 하고 레이스를 짠다.

담담한 문체도 그럭저럭 즐길 만했고, 베르메르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 그럴법한 성격과 정황을 부여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소설 속 또 한사람의 주인공 베르메르가 소녀를 향한 마음이 어떤 건지 잘 드러나지도 않고(이 소설의 결정적 장면이기도 한 진주 귀걸이를 달아주던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주인공 소녀의 위상을 부각하기 위해 베르메르의 부인을 줄줄이 아이들을 낳으면서 남편의 마음을 유인하려 하는 인물로 설정한 것도 좀  마음에 안 든다. 거기다가 부인의 많은 자식들 중, 부인을 빼닮은 아이 코넬리아를 심술궂고 고집스럽게 그린 것도 그렇다. 그 아이의 심술궂고 음흉한 행동을 나중에 뺨을 갈기는 것으로 소녀(이 땐 소녀가 결혼하여 애엄마였는데..)는 복수하는데, 이 반동 인물인 코넬리아에게 작가는 너무 인심이 박한 것 같다.


이 소설을 즐겁게 읽으려면, 줄거리를 따라가느라 속도를 내는 우를 범하지는 말았어야 했나보다. -

 

                                                                       ----이 책을 재밌게 읽는데 실패한 독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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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5-07-28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 베르메르가 소녀를 향한 마음이 잘 드러나지도 않고
맞아요. 솔직히 직접적으로 드러낸건 없지요... 그나마 그림그릴때나 조금 그랬나.
아이들을 왜 그렇게 많이 나은건지 저도 그게 의문점이여요.. 전 잼있게 읽었는데..^^; 전 아마 첨 그림때부터 기대를 많이해서 그런가보아요^^

어룸 2005-07-28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저도 이 책 재밌게 읽는데 실패했어요!! ㅠ.ㅠ
특히 아내에대한 묘사, 정말 싫죠?!!! 흑흑...특히 저는 베르메르 그림을 볼때마다 아내에대한 사랑이 굉장히 많다고 느꼈기때문에 더욱더 작가의 해석이 불만이었어요!! 베르메르 캐릭터도 맘에 안들게 만들어놨고...아무리 작가 맘이라지만 정말 너무 싫었다구요!! 이 책에서 맘에 든거는 중간중간 껴 있던 그림들 뿐이었어요!!

날개 2005-07-29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도 유명하길래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책인데.... 웬지 제게도 별로일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ㅠ.ㅠ

panda78 2005-07-29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 전 암 생각없이 읽어서 그런가... 그림을 가지고 소설을 썼다는 게 좀 신선해서 그랬나(막 나왔을 당시엔 꽤 신선하지 않았나요.. ^^;;) 꽤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근데 여인과 일각수가 더 재밌긴 하더라구요. 흠..

2005-07-29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7-29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험험험.. 저는 재밌게 읽었어요..;;;

icaru 2005-07-29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이 시간에 아니 주무시공 ^^

2005-07-29 0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7-29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영화를 재밌게 봤어요...
살포시 면사포 처럼 얇은 자락을 보였다 말았다 하는 그 느낌이 좋았죠.

인터라겐 2005-07-29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을 읽고 나서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었요.. 그림도 마음에 들고 소녀 그리트도... 부인에 대해서도 연민을 느끼면서 봤는데....

비연 2005-07-29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전 괜챦게 보았는데. 그냥 선이 고운 책이구나 싶었어요..^^

비로그인 2005-07-29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네스팟이 자주 끊기는 바람에 접속이 잘 안 되는군요. 음..제가 베르메르의 아내였다면 제 자신을 학대했을 거 같아요. 여성해방의 역사가 채 백년도 되지 않았는데 십 칠 세기라면 페미니즘이라는 개념도 매우 보잘 것 없었을 거 아녜요. 양육이라는 굴레, 소녀에게 집중하는 남편, 자아를 잃어버린 나..희망이 없군요..

파란여우 2005-07-29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고 자랑할께요^^

icaru 2005-07-30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고맙습니다... 힘 좀 내야죠~ 좋은 소식 들여 드릴 수 있었으면...

아...님들은 다들... 진주 귀고리 소녀를 잘 읽으셨군요...
아...전...영화로나 한번 봤음 좋겠다~ 합니다 ^^ 투풀 님.. 우리 이 영화나 다시 볼까요?~
복돌이언니..네스팟이 자주 끊기누만요... 마자마자...십칠세기니...그랬겠죠오... 그랬을듯...흠...
파란여우님..! 재밌다고 아우성치는 모습 보고자픈데...보여 주십쇼~

2005-07-30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7-31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7-29일 07:28분 속삭 님.. 저는 정말 무딘 사람인가 봅니다~ 님의 리뷰를 다시 읽고, 그 둘의 감정선을 좀 아리아리하게 감잡습니다... 17세기 풍경들을 좀 볼 요량으로도라 영화를 봐야겠어요... 그런데요 우리동네 대여점엔 없더란 말이죠... 에긍...

sayonara 2005-10-22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제대로 된 제목을 달기조차 싫으실 정도로 실망하셨나요!? ^^;
전 그냥 이런 류의 분위기가 좋아서 재미있었는데... 뭐, 독자 각각의 감흥은 다른 거지요. ^_^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양억관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품절


어떤 차별용어나 금기어를 강제로 금할 수는 있겠지만, 생각하는 것만큼은 금할 수 없다. 물론 이 세상에는 감수성이 무딘 사람이 많으므로 그들의 속내를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게 막아 주는 효용은 있다. 그러나 그런 금기를 전혀 가지지 않는 사람들의 솔직한 의견 교환까지 저해하는 폐단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
나는 결점이 많은 여자이긴 하지만 인종차별만큼은 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이탈리아 놈하고 결혼하지도 않았을 테고, 내 사랑하는 아들도 이탈리아 놈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차별을 없애는 유일한 길은 금기어나 차별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 보다는 당당하게 정면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입에 담아서는 안 된다고 긴장하거나, 생각은 그렇게 하지만 잘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하고 있다보면 어느새 그런 심리가 드러나고 만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그냥 말해버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어차피 우리는 서로 바보가 아니다. 입에 담지 않더라도 가슴 속에 품고 있으면 누구든 눈치로 알 수 있다.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상태를 나쁘게 만든다.

-1쪽

나는 더스틴 호프만, 잭 니콜슨과 로버트 드니로가 미국 영화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고 생각한다. 이 세 사람의 작품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진다. 그 이유는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원숙한 그들의 연기 자체에 있다. 그들이 징그러울 정도로 뛰어난 표현력으로 묘사하는 인간과 세상의 현실에 그만 질려버리고 만다. 마치 현실에 대한 어떤 편향된 인식을 강요당하는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

한번이라도 창작에 손을 대본 사람이라면 동의해주리라 믿지만, 원래 창작이라는 행위는 약간의 과장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왜냐 하면 과장이라는 방법을 통해서만 어떤 현실을 부각시킬 수 있고, 인상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옛날 사람들은 이런 사정을 진실과 거짓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로 표현했을 것이다. (...)
아카데미상을 노리는 것은 좋지만, 마약중독자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 창부나 강간당하는 여자를 연기하지 않으면 그 상을 손에 넣을 수 없는 현실이라니. ...
"인생은 성냥갑과 비슷하다. 너무 조심스럽게 다룰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다루다가는 화상을 입고 만다"고 했다.(...)
인간은 누구나 어떤 불행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때로 그런 불행을 인생의 소중한 자산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인생을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큰 문제로 생각하고 싶어한다. 더스틴 호프먼이나 잭 니콜슨 그리고 로버트 드 니로에게 박수 갈채를 보내는사람이 많은 이유도 일종의 그런 강압적 보편주의 경향에 의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은근한 아이러니의 멋도 모르면서 목소리 높여 자신을 주장하는 데 부끄러움을 느끼는 정신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들의 대변자로서.

-2쪽

그녀가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 챕터에서 한 말이다....

우리집을 찾아오는 일본의 젊은이들을 관찰해보면, 자유로운 교육을 받은 사람들보다 왠지 전통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 쪽이 장래성이 있는 듯이 보였다. 그 이유는 알 수없지만, 구속이 인간의 성장에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3쪽

그녀가 마피아 영화 <표범>에서 한 말이다......

인간은 두 종류가 있다. 바로 어떤 종류의 일을 태연하게 저지를 수 있는 인간과, 죽어도 할 수 없는 인간이다. 이 차이는 계급이나 교육 정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연령의 차이도 아니고 남녀의 차이도 아니다. 그렇다면 스타일 즉, 품격의 차이가 아닐까. -4쪽

작가로서의 스티븐 킹은 별로였지만, 영화 속에서 그가 그리는 작가상은 참으로 재미있다. 왜냐 하면 그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은 늘 작가인데다가 제3자가 묘사하는 작가가 아니라 작가가 그리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샤이닝 쪽은 잘 안팔리는 작가가 글도 잘 안 써질 때, 작가의 상상력이 나쁜 방향으로 작용하여 많은 환상과 유령을 보게 되고, 그 결과 아내와 부인까지 함께 자멸하는 길이었다면, 미저리 쪽은 그 반대로 잘 팔리는 작가가 글도 잘 쓸때의 소설가의 공포를 그린 것.
궁지의 상황에서 미저리의 주인공 작가는 제정신을 잃지 않는다. 스스로 작가인 킹은 쓸 수만 있다면 어떤 상황에 직면해서도 올바른 의식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샤이닝> 속의 소설가는 제정신을 잃어가지만, 다만 글을 쓸 수 있는 작가는 때로, '제정신을 잃어버린 애독자'라는, 쓰지 못하는 작가라면 걱정도 하지 않을 그런 위험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스티븐은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쓸 수 있느냐 없느냐가 작가의 심리 상태를 좌우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 영화들이 단순한 공포물로만 보이지 않는다.
-5쪽

수재가 아닌 입장에서 수재를 바라볼 때 느끼는 걱정거리가 있다. 그것은, 그들이나 그녀들에게는 인간적 통찰력이 결핍되어 있다는 것이다. 자그마한 벌레에도 혼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인간은 아무리 자질이 떨어진다 해도, 자신이 남에게 이해받는다는 확신을 가지면 올바른 길을 찾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6쪽

내가 역사상의 인물 가운데서도 특히 제1급의 인물을 사랑하는 것은, 내가 그냥 유명인이라면 무조건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며, 위인이나 영웅이 아니면 존경할 수 없다는 속물주의에 빠졌기 때문도 아니다. 일류들은 한결같이 아무리 사소한 존재에도 혼이 있다는 것을 깊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에게서 피가 통하는 인간의 모습을 본다. 인간성에 대한 진정한 태도를 본다. 그리고 진실로 상냥한 인물에게 더 많은 사람이 따르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한다.

-7쪽

천재란 늘 자신감에 차 있고 밝고 느긋한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자부심이 저 혼자 잘나서 앞으로 돌격하면, 그건 더 이상 자부심이 아니라 유아독존이 되어 버린다.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유아독존만큼 제 무덤을 파는 일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진정한 창작자는 한결같이 자신의 자실에 대한 회의랄까 두려움이랄까, 그런 것을 자부심과 함께 늘 지니고 있다.
이해와 칭찬이 창작하는 자에게 늘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회의나 두려움이나 걱정은 창작 도중에 늘 머릴를 든다. 그래서 이해와 칭찬이 더없이 좋은 약이 된다. 그런 이해와 칭찬은 진정한 창작자로 하여금 유아독존에 빠지게 하는 법이 없으므로, 얼마든지 많이 주어도 상관없다. -8쪽

품위 있는 행동이라든지, 유머 감각이라든지, 절묘한 균형 감각을 가지고 모든 일에 대처하는 능력은 시험으로 측정할 수 없는 자질이다. 시험으로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은 노력과 의지와는 관계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9쪽

시오노 나나미가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한 것 중 멋진 말.....

"유효하게 쓴 하루의 마지막에 기분 좋은 잠이 찾아오듯이, 유효하게 쓴 일생의 끝에는 기분 좋은 죽음이 찾아온다. "

"나는 낙천적인 사람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어리석음에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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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7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7-27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저도 박애적인 저 말이 주는 따뜻함에 울구 싶었어요~

잉크냄새 2005-07-27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을 당시 알라딘 서재가 있었더라면 몇 구절 옮겼을 수도 있겠구만 싶은 구절이 있네요. 하지만 대부분은 기억나지 않아요. " 나는 낙천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인간의 망각에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말 위안으로 삼아야겠어요.

icaru 2005-07-27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17:08에 속삭이신 님... 잉크냄새 님과 통하셨네요~ 17:08 님의 눈엔 확인 되시죠?
잉크냄새 님... 제 책을 빌려 드리고 싶네요~~~~ ^^ .. 다시 밑줄 그으실 수 있게...


icaru 2005-07-27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그리고 저 것도... 교정 좀 봐 주시지 흐...

2005-07-27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7-27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읽은 거~ 나머지도 리뷰로 올릴 생각인데... 매우 곱하기 2 성실한거죠오~

2005-07-27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7-27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 님~ 머리는 안 돌아가죠... 감흥은 남기고 싶죠...
그래, 저 수밖에 없었답니다.
좀 미련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저렇게 미끄러매 두면...아주 잊어먹지 않을테니까~
어떻습니까아?... 간혹 무릎을 치게 하는 구절이 보이지 않나요?

panda78 2005-07-28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리뷰랑 밑줄 때문에 이 책 무지 사고 싶어졌어요. ^^
잘 지내고 계시지요? 복순이는 잘 있나요? ^ㅂ^

icaru 2005-07-28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판다 님...복순이 잘 있지요~
음...이 책요~ 전 꽉찬 별 다섯인디^^;;;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양억관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리뷰가 지지부진하게 길어질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경청할 구절이 많은 책들은 그 감상이 촌철살인으로 압축적이고 강렬하게 정리될 것 같지만 되려 쓰다보면, 이렇게 철철철 넘치게 된다.


......"인간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많이 보고 느껴야 한다. 젊은이의 감수성이란, 정신적인 나태에 빠진 어른들의 일시적인 항복 상태의 징표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예민하고 깊은 감수성은 진실로 어른들에게만 허락되는 신의 선물이 아닐까.”


어른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고 했지. 떡 얻어먹을려고 그러는 건 아니고, 연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명쾌한 통찰력 때문에 귀담아 듣게 된다.


시오노 나나미가 자신처럼 생각하기를 강제한 것도 아닌데, 이 작가의 확신에 찬 발언,이 문장의 끝에는 일말의 주저함을 보여 주지 않는 문체에 넙쭉 “소데스까~” 하고 응수해줘버릴 것 같은 압도하는 뭔가가 있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걸 시종일관 말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퍽 쉽고 즐겁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고나 할까.


그녀는 영화를 소재로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사랑에 대해, 스타의 실상과 허상에 대해, 남녀간의 우정, 불륜, 학교 교육, 남창, 차별, 전쟁, 파워와 품격, 작가에 대해, 주거(의식주의 주)에 대해, 실업, 여가에 대해.


시오노 나나미의 글은 이 책이 처음인데, 이 에세이만 읽고도 어쩐지 그녀를 많이 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서는 확실히 피력하고, 이건 이래서 좋은 반면 나쁘기도 하다. 저건 저렇기 때문에 이해해 줘야 한다 식의 옹호를 한다거나 두루뭉실하게 포용하지 않고, 어떤 이야기를 꺼내든지간에 주저하거나 머뭇거림이 없다. 아주 자신 만만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작가로서의 스티븐 킹은 별로였지만, 영화 속에서 그가 그리는 작가상은 재밌었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부분(왜냐 하면 그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은 늘 작가인데다가 제3자가 묘사하는 작가가 아니라 작가가 그리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라르 드파르디외 주연의 프랑스 영화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과거 남자 이야기를 곁들인다. 이탈리아 와서 이제 막 눈을 반짝이며 유럽을 즐기기 시작하던 시절에 미남에다가 케임브리지 출신다운 예절을 갖춘 그, 그는 동쪽 베이루트에서 서쪽 런던까지 화려한 유럽 사회를 맛보게 해 주었다고,. 그러나 그녀에게 역사 이야기를 쓸 마음이 없느냐는 제안이 들어오고부터 그녀의 생활은 바뀌었다고 한다. 오전에는 도서관이나 고문서고에서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미술관에 다니면서 그녀는 사색했으며 사색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싶어졌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 그 남자는 대단히 좋은 사람이긴 하였으나 대화 상대로서는 만족스럽지가 않았다고.... 그때 한 의대생을(그녀가 결혼한 이탈리아인 전 남편인 듯...) 만나고, 그는 가난한 학생이었지만 대화 상대로 더없이 좋았다고 .... 그리고 그녀는 이 의대생과 결혼을 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 책에서도 너무 제1급의 인물들을 사랑하는 것 같다. 그녀가 그냥 유명인이라면 무조건 좋아하기 때문에, 위인이나 영웅이 아니면 존경할 수 없다는 속물주의에 빠졌기 때문도 아닌, 그들에게서 피가 통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고,인간성에 대한 진정한 태도를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진실로 상냥한 인물에게 더 많은 사람이 따르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한다고.


괴테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수수께끼 같은 로마 영웅의 이야기를 오늘날의 역사가들은 모두 만들어낸 것이라고 규정해버린다. 아마도 사실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재미없는 걸 지적해서 뭘 하겠단 말인가. 그보다는 그런 멋진 이야기를 그냥 그대로 믿어주고 우리도 멋진 존재가 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천재가 아니라도 '멋진' 사람 정도는 되어 보자. 고 하면서 시오노 나나미는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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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6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7-26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여사가 소개하는 영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영화 바톤 잇기의 여운을 아직도 가라앉히지 못하며..)

2005-07-27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7-27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시 여사 마음에 안 들어요.
이유도 설명 안함.^^
(전 마음에 한번 안 든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나쁜 성질이...^^;;)

icaru 2005-07-27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 언니... 엄청 많죠... 저는 이름도 처음 듣는 옛날 영화에서부터~ 죽은 시인의 사회...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샤이닝하고 미저리...도 있고요...

속삭이신 님...우짠데요... 추천 돌려 드려야 할 것 같음 ^^

로드무비 님.. .흐흐흐...그러시군요~ 시 여사님...마음에 안 들어 하는 사람들 더러 많이 봤어요.. 그녀에게서 엘리트주의에...제국주의 성향까지... 읽어내더라고요..
근데..우짜하튼 시여사는 작가고...글을 일단 쉽고 재밌게 읽히도록 쓰니까...
저 책은 별 다섯야요~

hanicare 2005-07-2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귀족적이고 엘리트적인 나나미 여사의 성향때문이 아닐까요. 좋아하는 건 아니더라도 귀를 기울이게 하는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에요.나는 로여사와는 달리 적이나 싫은 사람에게서도 좋은 점을 잘 찾아내는 편이에요.(으음..써놓고 보니 로여사 깍아내리고 나 추켜올리는 것 같군요..하핫)
옛날에 '남자들에게'를 읽고는 끄덕끄덕했던 기억이 있어요.그러나 로마인이야기를 읽고는 대륙을 짓밟으려던 일본제국의 군화가 생각나 책장을 덮었던 기억.
그러나 저 작은 책 제법 알차거든요.저도 작년 여름에 읽었었죠...

icaru 2005-07-27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하고 싶은 말 하니케어 님이 다 해 주셨네요~
시여사 님.. 의 "남자들에게"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 합니다~
근데 로여사는 자기는 수재가 아니라고...그러면서 수재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안타까움에 대해 토로하는 부분이 많은데... 로여사 정도도...뭐, 엄청 잘난 축에 속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2005-07-27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7-27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케하니 여사와 복순 여사의 대화가 아조 재밌슴다.
웃고 가요.^^

2005-07-27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7-2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므흐흐..15:29 님 안그래도 이쁘신데..

플레져 2005-07-27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이쁜 플레져 왔슴다 ^^ (위에 님과 다름 ^^;;;;)
잘난 여자가 늠 많아 저같은 피래미는 매일 죽만 쒀요.
대화 상대로 결혼 상대자를 찾는 것 부터 무지 다르네요. 우린 기냥 끌려서 결혼하지 않나요? 이 남정네다... 란 말 외에 무슨 말이 필요할꼬~ !!
역쉬 괴선생이 한 수 위여요.

icaru 2005-07-27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마침 안그래도 이쁜 플레져 님이 오셨네요~**
우리 시 여사님께 피래미의 압박을 보여 줄까요~
귀족 학교를 나오고 블라블라 출신인 시 여사님의 말씀 중에...친구들은 남편감으로 회사의 오너나 사회에서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을 물망에 두었지만... 자기는 그런 기준을 두지 않았다구 하대요...품위 있는 행동이라든지, 유머 감각이라든지, 절묘한 균형 감각을 가지고 모든 일에 대처하는 능력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하지만...
후자가 아무나 될 수 없는 훨훨훨 까다로운 조건이 아니던가요...^^

2005-07-27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7-2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로마인 이야기를 워낙에 재미있게 읽어서 시 여사의 이 책이 나오자마자 샀어요. 로마인 이야기와 관련해서 시 여사님의 성향이 제국적이니 뭐니 말들이 많았지만 제가 5권에서 그만 둔 것은 순전히 카이사르의 죽음 이후 더 이상 로마사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가 없어서 였지요. 읽은지가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기억이 별로 나지 않네요. 책속에 있던 케리 쿠퍼의 하이눈 과 더스티 호프만의 졸업 포스터가 있던 기억만 가물거리네요.
근데 시 여사님...신달자 여사와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나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icaru 2005-07-27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24 에 속삭 님.. 앗...역시나..어제밤 졸면서 입력한 걸...복사했드만... 수면 부족 정말 고질적이지요오?

오늘 오후는 알라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일요~ 야근할 거걸랑요... 일은 좀 나중에 생각하고픈...오후네요! 오후가 뭐람... 야근밥 먹을 시간인디...
카이사르의 죽음 이후 잉크냄새 님이 상심하셨는갑네요~
아...그러고 보니 신달자 여사랑 닮았어요...결정적으로 머리스타일 하며...눈매 하며 입매하며... 갑자기 드신 생각~ 음.. 예리하십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7-28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키아벨리만 궁금해서 저자의 책은 그것만 하나 달랑 읽었는데요, 시오노 나나미에 대해선 암 생각도 없어요~ ^^ 이 책 리뷰 보니깐 궁금해지네요.

icaru 2005-07-2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오노 나나미에 대해선 암 생각도 없으시군요~ 히히^^
일본의 달자 언니... 시여사...

2005-08-06 0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빨간 양철지붕 아래서
오병욱 지음 / 뜨인돌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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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처음부터~ 227페이지까지(책의 사분의 삼)

미국의 여류화가 조지아 오키프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꽃을 보지만 어떤 점에서 아무도 꽃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다. 꽃은 아주 작고, 우리는 아주 바쁘다. 그리고 본다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친구를 사귀는 일이 시간이 걸리는 일인 것처럼.”
사랑한다고 말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아 왔지만 여전히 제대로 하지도 못한 일들만 잔뜩 쌓여 있다는 걸 어느 날 갑자기 깨닫게 된다. 아니 너무 바빠서 그런 걸 깨달으며 살 수나 있으신지....

꽃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일에 치여 내가 그렇게 하며 살기 벅차다면, 꽃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라도 나직히 귀기울여 듣고 싶었고....

비바람에 후둑후둑 감꽃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소나기가 그친 뒤 뒤뜰에 나가 젖은 이끼 위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하얀 감꽃을 본다.

가을 겨울에 걸쳐서 이따금씩 딱따구리가 찾아와 감나무 둥치를 쪼아댄다. ....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언제나 귀를 기울이게 된다. 무게 있게 딱딱 소리가 나면 멀쩡한 둥치이고, 통통통 울림이 있으면 속이 빈 둥치, 퍽퍽 뿌직뿌직 나무 뜯는 소리가 나면 썩은 둥치다. 나무 종류에 따라서 딱따구리 소리도 조금씩은 바뀌겠지만 그 차이를 알아들은 만큼 내 귀는 섬세하지 못하다. 나무마다 바람소리가 다르고 그 소리 또한 계절마다 다를 것이다.
딱따구리는 머리에 충격 완충 장치 같은 게 있어서 나무를 쫄 때 생기는 지속적인 충격으로부터 자신의 머리를 보호한다고 한다. 그러니 다른 새가 함부로 딱따구리 흉내내다가는 그야말로 골치가 아프게 된다.


딱따구리 소리의 차이를 알아들을 만큼 자신의 귀가 섬세하지 못함을 실토하는 저 단백함. 다른 새가 딱따구리 흉내내다가는 골치 아플 거라고 에둘러 말하는 묘미.

그리고 그는 1998년 8월 그해 물난리 때, 폐교 된 초등 분교에 잡았던 작업실이 통째로 떠내려가는 물난리를 맞는다. 비가 온 다음날 작업실을 찾으니, 그 안에 있던 그림들이며, 물감이며, 이런 재료들이 모두 떠내려간 작업실. 교실 바닥이 패이고 커다란 웅덩이만 남아 그 안에 물이 고여 있었다니. 게다가 몇년만의 전시를 그 해 가을 앞두고 있던 터라 전시회 일정을 취소를 해야 했었을 텐데. 그 상실감이란...참... 내가 옮기기엔 송구하다....

나는 갑자기 거대한 폐허 앞에 홀로 서 있게 된 것이다. 이 사람들은, 이 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저쪽 아래에 뭔가 있다. 동네 앞에 있는 자갈밭 모퉁이에 사람들이 하얗게 앉아 있었다. 그게 그렇게 고마웠다. 8월 중순 뙤약볕 아래 새카맣게 그을린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제 막 배급받은 마른 빵을 뜯고 있다. 물도 우유도 없다. .... 노인들의 흰 옷과 하얀 모래밭이 너무나 눈부셨다.


이 책은 227페이지까지만 참 좋다.

227페이지가 넘어가면, 맑고 담담하게 느낌이 조금씩 퇴색된다. 은근히 자기 자랑이 뭍어 나고(학교 다닐 때, 기타를 잘 치고, 노래를 잘 불러 어딜가나 힘 안들이고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는 이야기, 그에 딸려 나는 인연들 성공회대 교수이자 노찾사 창립 멤버인 김창남은 그에게 전도되어 음악 노래패에 가입했다고, 김창남이 그날 밤 기숙사에서 그의 기타 소리에 홀리지 않았더라면 그래도 ‘메아리(서울대 노래동아리)’가 노찾사가 되었을까? 하고....홀로 묻고 있다. 서울대 음대 친구들과 음악을 같이 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질펀히 듣고 난 터라 그 이후의 페이지도 그 수수하고 담백했던 느낌이 조금 변색되어 다가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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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26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다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얼마 전에 어디선가 읽은 사진에 관한 글이 생각 얼핏 생각나네요. 시간을 두고 오래오래 곱씹고 바라보는 진득함, 요즘 우리들 내면에는 바로 이게 필요할 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과 공간을 압축하는, 그럼에도 더더욱 조급하게 만드는 이곳, 현재.(자꾸 뭔가를 재촉하는 듯한 이놈의 커서!)
서방님을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가만가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요. ^^
저도 '다른 새가 함부로 딱따구리 흉내내다가는 그야말로 골치가 아프게 된다'는 구절을 읽었을 때 키득키득 했는데...

비로그인 2005-07-26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되는 냥반은 좀 기분 나쁘실 거 같은데 책표지 사진 봄서 '사람 거, 되게 말 안 듣게 생겼네..'하고 혼자서 실실 쪼개고 있었거든요.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고마운 책이네요. 이 책도 '쿠오레'에서 봤었던 거 같아요!

icaru 2005-07-26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들...이 시간 서재에 계시군요...

노파 님.. 깜빡 대는 커서를 보고 있음... 맘에 조급증이 일지요~ 얼릉 써재끼야는데 함서요... 이 책엔 그의 시골 생활이 함빡 묻어나 있는데... 그 재미가 좋아요~ 농사만 안 짓다 뿐... 자연에 푹 취해서 살더라고요... 아들녀석 공부책상도 나무로 직접 만들어서 주고, 우체통이랑 새집도 만들고... 우리가 좋아하는 백구도 키우고...쫑이와 슝이던가...뭐던가...

푸후후... 복돌 언냐 사람보는 눈이 나랑 찌찌뽕이네요...
책속의 그와 사진 속의 그는 판이하게 달라버려요!! 그죠~ 저도 로드무비 님 포토리뷰로 먼저 보았었더랬어요...

플레져 2005-07-27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이 책은 227페이지까지만 좋다! 요거요거 소설 제목이로군요.

로드무비 2005-07-27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나는 잘난척하는 걸로 안 읽혔는데......
아무튼 반갑고 재밌는 리뷰.(이건 추천!^^)

인터라겐 2005-07-27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리뷰보고 보관함속에 넣어둔 책이랍니다.. 급할게 없다 싶어... 1년지나 할이 시작하면 살려구요... ㅎㅎ 그런데 어떤 내용일지 무지 궁금해 지네요..

icaru 2005-07-27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제목을 확 바꿀까요~ 이 책은 227페이지까지만 좋다! 로...

로드무비 님.. 어..그러게요...그런 뉘앙스로 굳이 안 읽어도 되는데... 암튼..내가 듣고 자팠던 이야기는 아니었더래요..저도 가만 보면...자기 자랑하는 이야기 듣는 거에 알레르기 있나봐요...^^

icaru 2005-07-2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인터라겐 님...코멘트를 우째 못 봤을까나요~
엇...그거 알뜰한 생각인데요~ 당장 읽을 책두 많은 시국에~ 이건 좀 두었다가 여유있을 때...^^

잉크냄새 2005-07-27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속에 있으면 속이 실한 둥치, 빈 둥치, 썩은 둥치에서 나는 소리도 구별할수 있나 보네요. 그런 통찰력이 인간 세상에도 적용될 것이고..
전 작가 사진 보고 인도차이나 어디메쯤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icaru 2005-07-27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좀 이국적인 외모지요~
그러니까 님들 말씀을 종합해 보면... 말 되게 안 듣게 생기신 인도차이나~ 분이시네요... 작가분이...
저도 머리 밀면... 말 되게 안 듣게 생긴 인도차이나 여자로 볼지도 모르겠어요...흐흐..

내가없는 이 안 2005-07-28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독특한 리뷴데요. 227쪽을 기준으로 둘로 나누어서 리뷰를 쓰시다니! 이카루님 기발해요, 기발해... 댓글들도 너무 재밌네요. ^^

icaru 2005-07-28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놀랬어요...어떻게 227페이지 이후가 넘어가면서... 어쩜 그렇게 제 태도가 싸악...변해, 읽는 둥 마는 둥 해질 수 있게 되는지... 227페이지 전까지는 담백하고~ 소탈하다 아!! 좋아~ ...
전...있죠... 사람들만 이상하게 봐 주지 않는다면... 삭발해보고 싶어요... “그래 그렇담 내 너에게 죽을 때까지 머리털 한 올 안 나게 해 주겠어~....” 이것두... 아조 곤란한 일이지만...한번쯤 삭발하고 리버럴하게 살아봤음...^^
님 말씀 듣고 댓글들을 주욱~ 읽어봤는데... 어...정말 재밌네요... 역시 님들과 공명하는 이 맛이야...리뷰 쓰는 맛이란~
 
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딘가에서 본 서평에 이 책은 ‘하루키식 종합선물세트다.’ 라고 하는 표현에 무릎을 쳤다. 이 말은 다소 어깃장을 놓는 무엇이 되겠다. 하늘 아래 새로울 것없이 그간 써먹은 설정을 한 데 모아 이쁘게 포장까지 했다는 말이니까... ... "어디가 그래?" 라고 의문을 던지고, 또 굳이  따지자면, 뭐 이런 거다. 홀수장과 짝수장을 중복 교차하여 시점을 표현하고,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에서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그리고 고양이와 대화하는 나카타 상의 모습은 ‘태엽 감는 새’에서 본 듯도 한 것(고양이의 가출과 아내의 가출로 시작되는 모험, 그리고 나카타 상이 조니워커 상을 죽이는 몽환적인 살인 장면 묘사). 그밖에 꿰어다 대자면 많겠지...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런 지적들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영화에서 <미래소년 코난> 중의 ‘나나’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센’의 얼굴 모습과 캐릭터가 유사하다고 퉁을 놓는 것과 매일반이 아닐까.


하루키의 소설 몇 편을 읽었지만, (그것도 최근 1~2년 사이에 읽은 게 그 전에 읽은 것보다 많지만) 줄거리를 대략 기억하고 있는 작품은 몇 편 되지 않는다.


줄거리보다 언제나 먼저 매료되고 마는 것은 그의 소설에서 줄줄 흐르는 ‘가벼움’, ‘무국적성’, ‘상실감’, 재즈 음악과 음식과 패션에 대한 세심한 표현같은 것.

이것이 하루키를 읽는 내 독서 스타일의 한계이고, 어쩜 하루키의 한계일지도....


하루키는 꽤 오래전부터 열다섯살 소년의 이야기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단다. 아직 정신 상태가 고착되어 있지 않고,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열다섯 그러나 정신 안에서는 맹목적으로 자유를 모색하고, 신체는 격렬한 속도로 성숙을 해가는 그 나이의 인물과 상황을 픽션이라는 그릇에 넣어 그려보고 싶었다고...

하지만... 이 소설 속의 열다섯 소년 카프카는 몸만 열다섯살일뿐 정신연령은 하루키 연배로 보여진다. 기왕 열다섯의 픽션에 넣으실 작정이었음 좀더 열다섯살다운 모습을 그려 주시지 않고, 하는 아쉬움도 든다. 물론 주인공 카프카 소년은 여느 열다섯과는 다르다. 어머니에게는 어린 시절 버림받았고, 아버지는 그에게 이상한 저주를 내렸다. 그래, 소년은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열다섯이 되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카프카가 집을 가출하면서 시작된다. 따뜻한 고장으로 무작정 가보자고 해서 도쿄를 떠나온 곳이 바로 시코쿠. 그리고 저녁 때까지 시간을 보낼 요량으로 도서관을 찾는다. 이 소년 떠나기 전에 도서관의 위치를 찾아두는 꼼꼼함까지...

이 곳 도서관에서 만나고, 일자리를 얻게 해 준 오시마(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카프카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는 스승이다. 오시마는 피신을 하려는 카프카를 깊은 숲 속 오두막으로 안내한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이 오두막에서 혼자 지내며 카프카는 음식을 해 먹고,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다.

다른 한 쪽에는 카프카의 반쪽 그림자이기도 한 초로의 노인 나카타 상이 있다. 선천적으로 우수하게 태어났고,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주위에서의 기대치가 높았던 어린 시절 나카타는 그만 전쟁이 있던 시절(1944) 산으로 버섯을 따러 갔다가 원인모를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은 채, 시청에서 주는 연금으로 생활을 한다.

이 소설을 읽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던 것을 얻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플롯의 새로움이나 하루키 습작 스타일의 일보 진전을 굳이 찾으려 했던 사람에겐 오이디푸스 신화 차용이라던지하는 것을 볼 수 있겠지만 또 그것의 식상한 적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하루키만의 명대사를 보려 했던 사람들에게는 그런 구절들을 군데군데서 여지없이 발견하게 되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

우리의 운명이라는 게 끊임없이 진로를 바꾸는 모래 퐁푹 같다고 했다. 모래 폭풍은 아무리 '네'가 도망치려 해도 진로를 바꾸어도 계속 '너'를 쫒는다고 . 그 폭풍은 먼 곳에서 불어오는 것이 아니라, '네' 안에 있게 때문이다. 그래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걸 체념하고, 그 폭풍 속으로 곧장 걸어들어가야 하며, 하루키는 주인공 카프카가 걸어들어간 그 길을 장장 800여 페이지에 걸쳐 보여 주려 했다. 헥헥헥....


“오시마 상은 예언하는 능력이 있습니까?”

“없어” 하고 그는 말한다. “행인지 불행인지 나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어. 내가 만일 불길한 것만을 예언하는 것처럼 들린다면 그것은 내가 상식이 풍부한 현실주의자이기 때문이야. 나는 일반론으로 연역적으로 말을 하지. 그러면 그것은 결국 불길한 예언으로 들리게 되거든. 왜 그러냐 하면 우리 주위에 있는 현실이란, 불길한 예언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을 모아놓은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야. 어느 날짜 어느 신문이라도 상관없으니까 신문을 펼치고, 거기 있는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를 저울에 달아보면, 그런 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어.”

---오시마의 명 대사...

 

  "잘 들어, 싸움을 끝내기 위한 싸움이란 어디에도 없어." 하고 까마귀 소년은 말한다. "싸움은 싸움 자체 속에서 성장해 가거든. 그것은 폭력에 의해 흐른 피를 마시고, 폭력에 의해 상처 입은 살을 뜯어 먹으며 성장해 가지. 싸움이라는 것은 일종의 완전 생물이야. 너는 그것을 알아야 해."

---까마귀(라 불리는) 소년의 명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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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2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7-22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거 쓴 시각 보셨죠...? 네 그렇습니다... 도중에 졸았어요 ^^
바로잡았습니다... 항상 고마..고맙습니다...우웁...... ㅠ.ㅠ

비로그인 2005-07-2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까마귀 소년의 비유가 끝내주는 걸요. 싸움은 완전 생물이다..오~왠지 디스토피아적인 뉘앙스가 마구마구 풍겨요.

2005-07-23 0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7-23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7-23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네르바 2005-07-30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운명이라는 게 끊임없이 진로를 바꾸는 모래 폭풍 같다고 했다. 모래 폭풍은 아무리 '네'가 도망치려 해도 진로를 바꾸어도 계속 '너'를 쫒는다고 . 그 폭풍은 먼 곳에서 불어오는 것이 아니라, '네' 안에 있게 때문이다. 그래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걸 체념하고, 그 폭풍 속으로 곧장 걸어들어가야 하며...> 이것이 운명이라는 것이군요.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왜 나이를 먹으면서 운명론자가 되는지... 인간의 한계를 느끼는 것이겠지요. 전 이상하게도 하루키에게 그리 감명을 받지 못했어요. 일본 소설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겨우 하루키 몇 작품 읽었는데... 이 책은 오래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읽지는 못했어요. 하루키식 종합세트라고요...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