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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차분하고 감수성이 예민해 보이는 소녀가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베르메르의 집에 하녀로 들어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소녀의 눈을 통해 본 집안 풍경, 가사일, 17세기의 네덜란드 시장 풍경 등을 보는 게, 복원해 놓은 그 시대로 내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실감난다. 베르메르의 그림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유를 따르고 저울질을 하고 레이스를 짠다.
담담한 문체도 그럭저럭 즐길 만했고, 베르메르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 그럴법한 성격과 정황을 부여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소설 속 또 한사람의 주인공 베르메르가 소녀를 향한 마음이 어떤 건지 잘 드러나지도 않고(이 소설의 결정적 장면이기도 한 진주 귀걸이를 달아주던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주인공 소녀의 위상을 부각하기 위해 베르메르의 부인을 줄줄이 아이들을 낳으면서 남편의 마음을 유인하려 하는 인물로 설정한 것도 좀 마음에 안 든다. 거기다가 부인의 많은 자식들 중, 부인을 빼닮은 아이 코넬리아를 심술궂고 고집스럽게 그린 것도 그렇다. 그 아이의 심술궂고 음흉한 행동을 나중에 뺨을 갈기는 것으로 소녀(이 땐 소녀가 결혼하여 애엄마였는데..)는 복수하는데, 이 반동 인물인 코넬리아에게 작가는 너무 인심이 박한 것 같다.
이 소설을 즐겁게 읽으려면, 줄거리를 따라가느라 속도를 내는 우를 범하지는 말았어야 했나보다. -
----이 책을 재밌게 읽는데 실패한 독자가